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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의달빛정원 May 04. 2018

독서치료 #14  아버지의 색깔 – 파란색

오감을 활용한 마음열기

저는 책 수업을 시작할 때 자주 오감을 활용해서 마음을 열도록 합니다. 책 속의 한 장면을 떠올릴 때 어떤 색깔, 느낌이 드는지 물어보는 것이죠. 그러면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그것을 떠올리느라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오감을 활용하면 책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고 자신의 삶과 연결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지난 글 [아버지의 색깔-초록색]에 이어 이번에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아는 파란색 아버지들에 대한 책 세 권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산에 가자>

1. 자연의 품에 안길 줄 아는 아빠

<산에 가자> / 이상권 글 / 한병호 그림 / 보림


이 책은 둘째 아이가 아빠와 함께 한글을 배우던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두 사람의 대화가 다른 글씨로 되어 있어서 서로 번갈아가며 책을 읽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아빠는 솔이와 단풍이 물든 가을 산에 오르며 억새풀로 화살 깃을 만들고, 미끄럼을 타고 도토리를 줍습니다.


아빠, 멀었어? 다리 아파 못 가겠어.
그럼 여기서 쉬었다 가자.
이야, 밑에서 보니까 나뭇잎이 더 예쁘네.


한병호님의 작품은 딸과 함께 미산 계곡에 가서 물고기를 관찰하고 오는 과정을 그린 <미산 계곡에 가면 만난 수 있어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연의 색을 맑은 수채화로 그려놓았습니다. 자연을 지배하거나 이용하지 않고 아이와 함께 자연의 품에 안겨보는 이들의 모습이 행복해 보입니다. 그림이 예쁘고 구성이 좋아서 일본, 프랑스, 중국어판도 출간되었다고 해요. 울 남편은 주말에도 일하고 공부하는 저를 대신해서 아이들을 숲과 산으로 데려가 주었습니다. 남편의 도움이 없었다면 육아 스트레스로 애들에게 소리를 마구 질러대는 활화산 같은 엄마가 되었을 거예요. 한병호 님의 딸과 우리 아이들은 아버지를 어떤 색깔과 느낌으로 추억할까요? 그리고 어떤 부모가 되고 싶어 할까요?

     

<아빠가 우주를 보여준 날>

2. 정서적 교감을 느끼는 아버지

<아빠가 우주를 보여준 날> / 울프 스타르크 글 / 에바 에릭슨 그림 / 크레용하우스


아빠는 네가 오랫동안 기억할 만한 아름다운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단다.
난 오늘 아빠가 보여준 우주를 영원히 기억할 거예요.


저는 스웨덴 작가인 울프 스타르크 (Ulf Stark)에바 에릭손(Eva Eriksson)의 작품을 좋아합니다. 북유럽 작가의 포근한 가족 이야기가 공감하기 쉽고 무엇보다 그림이 참 따뜻합니다. 에바 에릭손이 그린 <유령이 된 할아버지>도 곧 소개해 볼게요. 이 책의 아빠는 아들이 우주를 보여줄 수 있을 만큼 컸다고 생각하고 별들이 한눈에 보이는 너른 들판으로 데리고 갑니다. 아빠는 멀리 있는 별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아들을 안고서 별들의 이름을 알려 줍니다. 단순히 우주에 대해 가르치기 위한 밤 나들이가 아닌 정서적 교감을 위한 스칸디 대디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한밤중 자신을 안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우주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해준 분. 아들은 자신의 아버지를 어떤 색깔과 냄새로 추억할까요?



<부엉이와 보름달>


3.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아버지

<부엉이와 보름달> / 제인 욜런 글 / 존 쇤헤른 그림/ 시공주니어


보름달이 뜬 깊은 겨울밤에 아버지와 딸이 부엉이를 보러 나갑니다. 이미 부엉이를 보러 가는 의식(ritual)에 참여했던 오빠들은 몇 가지 규칙을 일러주지만 동생은 이미 단단히 마음을 먹은 모양입니다. 이젠 부엉이를 보러 갈 만큼 컸기 때문에 아빠를 따라 눈 덮인 숲속에 가려면 아무리 추워도 참고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을 때 전 ‘시리도록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밭과 보름달이 가득한 겨울 숲을 어쩌면 이렇게 생생하게 표현했을까요.


자녀의 성장을 위한 통과의례를 이렇게 멋지게 마련하는 아버지는 어떤 사람일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 앞에서 장애물을 제거하며 컬링을 하지 않는, 반걸음 뒤에서 든든하게 지켜보는 아버지라는 배경이 있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새로운 것에 씩씩하게 도전하지 않을까요? 아마도 이 책의 아이는 아버지와 함께 시리도록 하얀 눈밭과 보름달, 올빼미의 강렬한 눈빛을 기억하겠지요. 1935년에 태어난 미국의 일러스트레이터 존 쇤헤른은 자연을 소재로 한 흑-백 그림과 야생 생물을 그린 그림들로 유명합니다.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의 조합이 잘 맞은 그림책이죠. 이 책은 1988년 칼데콧 상을 받았습니다.


▷ 자기 적용

- 여러분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세요. 아버지와의 어떤 추억이 있나요?

- 아버지와 함께 나눈 정서적 교감을 떠올려 보세요.

- 성장을 위한 통과의례가 있었나요?

- 아버지 하면 어떤 색깔과 느낌, 냄새가 떠오릅니까?

- 그런 아버지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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