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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의달빛정원 May 04. 2018

독서치료 #13  아버지의 색깔 - 초록색

나만의 동굴이 필요한 아버지들

요즘 젊은 아버지들은 샌드위치처럼 낀 세대입니다. 엄격하고 가부장적인 아버지 세대로부터 받지 못한 따뜻하고 가정적인 역할까지 해내야 하니 얼마나 부담이 크겠어요.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아이와의 정서적 교감과 인성 교육을 중요시한다는 ‘스칸디 대디(Scandi Daddy)’는 정시 퇴근이 보장되고 휴직 기간에도 월급을 주는 북유럽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직장에서도 의무감과 책임감으로 바짝 긴장했다가 퇴근하면 당연히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면서 ‘나만의 동굴’에 들어가 쉬고 싶을 겁니다. 그런데 평일에 돈 버느라 힘들었으니 주말에는 잠만 자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가족과 더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잠을 잔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그리고 가족들에게도 왜 자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해 주면 좋겠어요.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아이들과 몸 놀이를 해준다면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듯 아이들의 오감이 깨어나지 않을까요? 초록색 향기를 풍기는 두 아빠를 소개합니다.


<아빠랑 합께 피자 놀이를>


몸놀이는 아빠한테 맡겨봐!

<아빠와 함께 피자 놀이를> / 윌리엄 스타이그 / 보림

비 오는 날 밖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 있어야 해서 속상한 피트를 데리고 아빠가 피자 놀이를 하는 내용을 담은 책입니다. 우리의 옛날 아버지들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요? 무심하게 TV만 보는지 아니면 “왜 그러고 있냐? 그냥 집에서 공부나 해.” 아마 이런 식으로 나오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이 책의 아버지는 다릅니다. 아이가 왜 기분이 안 좋은지를 세심하게 알아차립니다. 그리고는 아들 ‘피트’를 ‘피자’로 변신하게 하면서 함께 놀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자란 피트는 나중에 자라서 아버지를 어떤 색깔로 기억할까요?


엄마 보다 나은 아버지와의 놀이

아동에게 있어서 놀이란 단지 게임이 아니라 발달 과업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놀이를 통해 많을 것을 배우게 해 줍니다. 최근에는 많은 아버지가 자녀의 양육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공동 양육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 역할을 바라보는 부모의 시각은 조금 다릅니다. 예를 들어 Bigner(1979)는 아기를 안아주는 행위에 있어서도 아버지는 질적으로 다른 상호작용을 목적으로 하는데, 어머니는 아기를 통제하기 위해 안아주는 반면 아버지는 아기와 놀아주기 위해 안아준다고 합니다(장석경, 이지현, 2008, 재인용). 놀이 방식에 있어서도 어머니의 놀이형태는 일반적으로 언어적인데 반해 아버지와의 놀이형태는 신체적 자극이 강한 놀이형태를 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Parke, 1986; Lamb, 1981). 아버지의 놀이 참여는 유아의 행동적 자기조절력을 키워주고(류희정, 이진희, 2013), 유아의 사회적 능력을 향상시키려면 아버지의 놀이참여 수준이 높아야 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고영실, 부정민, 2009). 아버지의 놀이 참여가 생각보다 중요하지요?

<내가 만일 아빠라면>


눈높이를 맞추는 아버지

<내가 만일 아빠라면> / 마거릿 파크 브릿지 글 / 케이티 맥도널드 덴튼 그림 / 베틀북


아빠, 아빠가 되는 법은 어디서 배웠어요?
학교에서요?
학교는 다녔지. 하지만 그건 아무도 안 가르쳐 주던데.
내가 가르쳐 줄 수 있는데요, 아빠.
아빠랑 나랑 잠깐 바꿔 하기만 하면 돼요.

이 책에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자상하게 들어주는 아버지가 나옵니다. 자기 아들을 낚시에 데려가고,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 똑같은 바지를 사 입고, 실수를 해도 괜찮고 뭐든 혼자 할 수 있게 해주는 아버지가 될 거라고 말하는 아이. 그리고 이 모습을 따뜻하게 지켜봐 주고(holding) 품어주는(containing) 아버지.


적당히 괜찮은 아빠(good enough father)

심리학자들은 ‘완벽한 엄마(perfect mother)’한 엄마란 결코 좋은 엄마가 아니며, 오히려 나중에 아이가 세상에 적응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대신 나름 괜찮다는 의미의 ‘적당히 괜찮은 엄마(good enough mother)’가 최선이라고 하지요. 이런 엄마들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자신의 행복을 돌볼 줄 아는 엄마라고 해요. 좋은 아빠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아이를 위해 슈퍼맨이 될 필요가 없고 그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상황에서 가능한 만큼 아이와 함께 즐거워하는 ‘적당히 괜찮은 아빠(good enough father)’면 충분합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성장한 후에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을 때 아빠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되는 것이죠. 최고는 아니어도 주어진 상황에서 마음을 다해 자신을 사랑했다고 기억한다면 이미 좋은 아빠라고 할 수 있겠지요?

   

우리도 스칸디 대디가 되고 싶다!

바람직한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실천하려고 마음을 먹어도 직장에서 업무에 치이고 잦은 회식으로 늦게 귀가를 하는 아버지들은 정말 어려우실 거에요. 이를 위한 사회적 지원이 절실합니다. 북유럽 국가들처럼 육아휴직 기간에도 월급을 주고, 교육비를 지원하는 등의 정책이 개선되면 좋겠습니다. 또한 아버지들을 위한 문화공간과 놀이공간을 더 늘리고, ‘두란노 아버지 학교(Duranno Father School)’ 같은 좋은 교육 프로그램과 놀이 프로그램의 보급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인간은 놀이를 즐기고 있을 때 비로소 완벽한 인간이 된다.
Man is the only perfect man to be enjoying this game.

프리드리히 실러 Johann Christoph Friedrich von Schi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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