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초상화>를 읽고
교사와 상담심리사를 위한 독서치료
<효리네 민박집 2>의 주인장 효리는 정작 힘들 때는 엄마에게 전화를 못했고 혹시 하더라도 짜증만 냈다고 한다. 막내이지만 가장의 역할을 하던 부담감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한밤중에 된장찌개를 끓이면서 문득 엄마한테 짜증만 내던 내가 생각났다.
34년째 보험관리사를 하고 있는 마당발 권 여사님은 무한한 친절 정신으로 고객을 챙기느라 정작 가족의 정서는 돌보지 못했다. 늘 바쁘게 돌아다니시느라 곳곳에 구멍이 났고 나름 보살님이지만 불경을 끝까지 읽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런 권 여사님에게도 한 가지 자부심을 느끼는 특기가 있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만든 된장을 50개가 넘는 항아리에 담고 지인들에게 퍼주는 것이다. 그 된장이 맛있다며 멀리서도 달려오는 사람들이 있고 항암치료 중인 어떤 분은 대놓고 주문을 한다. 딸에게서 '맛있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 걸 알지만 내가 원한 사랑의 표현을 안 주는 엄마에 대한 불만으로 일부러 모른 체 했다.
그런데 된장찌개를 끓일 때마다 너무 맛있는 건 사실이다. 유명 맛집의 된장찌개보다 구수한 깊은 맛이 나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드디어 맘을 돌이켜 권 여사님께 카톡을 보낸다.
엄마표 된장이 진짜 맛있어.
솜씨가 좋아. 엄마 사랑해~
<엄마의 초상화>를 쓴 유지연 씨는 대학 시절 정성스럽게 엄마의 초상화를 그려 주었다. 그런데 엄마는 시큰둥하게 반응했고 오히려 유럽 여행지에서 그려온 화려한 초상화를 액자에 넣어 두는 걸 보고 엄마의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왜 자신이 그린 현실적인 초상화를 창고에 처박아 두고 화려하고 이국적인 초상화를 걸어두었을까.
엄마는 엄마이기 전에 여자였다. 우리 엄마의 어릴 적 사진을 보면 양갈래로 딴 머리에 하얀 칼라의 교복을 입은 풋풋한 아가씨가 웃고 있다. 주름과 검버섯, 축 처진 볼살, 흔들리는 뱃살은 어디에도 없다. 외국의 길거리 화가는 한국 아주머니의 속마음을 알았을까. 보이는 현실을 그리는 대신 고객의 내면에 담긴 소망을 표현해 주었으니 얼마나 좋았을까.
3단계 화장 순서는 안중에도 없고 뚜껑은 언제나 열려 있던 화장품 통들. 빨간 루주로 아빠가 말하는 '도로포장'을 서둘러 끝내고 나면 부리나케 출근하시던 엄마. 작가의 엄마인 미영 씨에게 지지 않는 빨간 열정 있다면, 우리 엄마에겐 어설픈 미적 감각이 있다. 어느 겨울 찾아간 친정집 장독대에는 한지로 곱게 오린 덧버선이 숯과 함께 항아리에 감겨 있었다. 그렇게 분주하면서도 언제 그런 생각을 하셨을까.
나도 성인이 된 두 딸의 엄마가 되어 보니 알겠다. 중년의 봄이 이렇게 설레고, 하루하루가 이렇게 선명하고, 치열하다는 것을... 화장실에서 쭈그리고 앉아 손빨래를 하면서도 나비처럼 날고 싶다는 저 마음을 이젠 알겠다.
초등 고학년 친구들, 학부모과 독서치료 집단 프로그램에서 애착에 대한 회기를 진행할 때 이 책을 읽고 엄마에 대해 떠올려 보고 점토로 만들어 보았다.
'엄마'하면 생각나는 물건은 무엇인가요?
모모의 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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