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 모모쌤의 독서테라피
어느 직업이든 힘든 부분이 있지요. 그중에서도 글을 쓰는 분들은 자신과의 싸움으로 건강에 이상 신호가 올 수 있어요. 친구와 만나 카페에 가거나 영화를 보고 싶기도 하고, 계절 따라 숲 나들이라도 가고 싶은데 참아야 할 때가 많았어요. 오랜 시간 앉아서 글을 쓰다 보니 여기저기서 신호를 보내오더군요. 저는 주로 눈의 피로, 어깨 통증, 테니스 엘보로 고생했어요. 수업이 끝나면 남편과 밤마다 한강 주변을 걸었습니다. 작년 봄부터 가을까지 미세먼지가 심하지 않은 날은 거의 걷기 운동을 했어요.
저는 주로 어깨 통증이 자주 있어서 유튜브를 검색해서 저에게 적합한 운동을 찾았습니다. 미서원의 승모근/어깨 스트레칭/골반 운동, 땅끄부부의 운동이 마음에 들어서 꾸준히 따라했지요. 그리고 벽에 기대어 팔을 Y자/W자로 만드는 동작도 괜찮았어요. 나이가 들어 자판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테니스 엘보가 와서 5개월을 고생했어요. 정형외과에 가서 체외 충격파 치료를 받고(실비보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한의원에서는 침과 수치료(뜨거운 물침대)를 받았지요.
저는 자기애(Narcissism)가 있는 편이라서 가끔 저를 위한 작은 선물을 사준 게 도움이 되었어요. 평소에 커피 맛을 몰라서 라떼를 마셨는데, 커피 값을 절약해보자고 쿠*에서 5만 원대의 전동 우유 거품기를 주문했어요. 지금도 아침마다 커피를 내리고 우유 거품을 내는 시간이 행복합니다. 그리고 글을 쓸 때는 아로마 향을 준비합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출판사 대표님이 챙겨준 선물도 제법 많더군요. 일제 파스와 소화제를 상비약처럼 제공했고, 작가가 글을 빨리 안 쓴다고 홍삼과 가방을 사주면서 협박을 했습니다. 이런 인형 가방 하나 들고 다니면 젊어 보인다고요. 여기서 대표님은 제 여동생입니다.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덜컥 출판사를 만들었고, 제가 1호 작가였던 거죠. 동생도 역시 망고 보드 교재를 쓰고 있습니다.
『Highly Sensitive People in an Insensitive World』라는 책을 쓴 일자 샌드에 의하면 저는 ‘센서티브 한 외향형’입니다. 그래서인지 소리나 온도, 향에도 민감한 편이지요. 페퍼민트 오일을 아로마 워머에 몇 방울 떨구고 은은하게 퍼지는 향을 맡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음악은 주로 클래식 기타곡이나 잔잔한 재즈를 준비하고, 논문 자료를 읽을 때는 백색소음(숲 속)을 틀어서 집중력을 높였어요. 경험수집잡화점의 ‘30일 매일 글쓰기’에 참여할 때는 아침 감사일기로 ‘돌려 막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일 년 동안 꾸준히 했더니 마음 챙김도 되고, 사람이 좀 말랑말랑해지는 것 같았어요. 장진천샘의 드로잉프렌즈에 가서 8주 동안 그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마음 가는 대로 편하게 그리면서 그 순간을 즐길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생색내는 것을 좋아해서 주변에 책 쓴다고 자랑질을 자주 했습니다. (거의 1년 동안 떠든 것 같아요~ ㅠㅠ)
상담하랴 책 쓰랴 바쁜 엄마를 둔 우리 두 딸들은 일찌감치 집안일을 도와주기 시작했어요. 토닥거리면서도 설거지와 청소를 도와주었죠. 저녁을 챙기지 못하는 날은 아빠와 함께 알아서 생존전략을 짜야했어요. 큰 딸이 수능시험을 보는 날, 저도 대학원 기말시험이라 도시락을 어떻게 챙겼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가족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거예요. 그리고 앞 동에 사는 선희 씨와 미연 언니, 이웃 마을 동생 안희와 영진 양! 이 우렁각시들이 가끔 반찬을 보내주고, 나들이를 데려가거나 맛있는 걸 사주었습니다. 또 선배 향숙 언니는 함께 남산 둘레길을 걷고, 미술관에 데려가 주었어요. 동료 보라 샘은 힘들 때마다 막걸리를 사주면서 응원해주었구요. 추천서를 써주신 교수님과 뒷 표지에 실리는 추천의 글을 써주신 선생님들도 에너지원이 되어 주셨어요.
무엇보다 매일 하루 한 컷의 사진을 올리며 인증하던 ‘내 삶의 한 컷 방’ 분들은 이제 오랜 친구처럼 느껴집니다. 이 멤버들 중에 벌써 세 분(피터 킴, 김혜원, 이석현 작가)이 책을 쓰셨어요. 온라인 글쓰기를 통해 만난 모임이 이렇게 오래 유지될 줄 몰랐어요. 멀리 시애틀에 계신 소피아님이 귀국했을 때는 모두 모여 귀국 환영 인사를 해주었답니다. 서로의 글과 사진을 보면서 하루를 열고, 희로애락을 나누며 관계 맺기를 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글이 주는 힘은 참 놀랍지요?
다음엔 디자인팀과 어떻게 의견을 주고받았고, 교정을 어떻게 부탁했는지 ‘리얼 발품 다큐’로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