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서로가 적군이 아니라 아군이 되는 방법
언젠가 아내와 장난을 치면서 희희덕대고 있는데 아내가 제 얼굴을 바라보면서 한마디 던집니다.
"여보... 당신은 웃으면 완전 이승기야!"
"와! 정말 내가 이승기 닮았어? 하하"
"응..웃으면! 웃지 않으면 이무기야!"
"오! 그럴듯하네. 무서운 이무기!하하"
이승기와 이무기. 꽤 좋은 말장난입니다. 아내는 무덤덤하고 삭막한 표정을 종종 이무기로 표현합니다. 꽤 오랫동안 제 얼굴에서 이무기를 발견했을 아내를 생각하니 웃지 못했던 과거가 끔찍하게 다가옵니다. 우리 부부가 신용불량이 되었을 때 제일 먼저 눈치를 채고 사라진 건 웃음이었습니다. 빠이빠이도 없이!
당시 상상할 수 없는 경제적 어려움에 얼굴에 미소를 띤다는 것 자체가 이중성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어쩌다 TV를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나올 때가 있었습니다. 그럼 슬그머니 일어나 화장실로 갔습니다. 아내에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미안했기 때문입니다. 왠지 나 혼자만 기분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게 싫었습니다. 웃음은 신용불량자에게 허락되지 않는 사치로 생각되어 부러 심각한 표정을 짓고 다녔지요. 부부싸움을 한 것도 아닌데 매일 싸운 것 같은 표정을 하고, 그냥 세상사 다 귀찮은 듯 빈 얼굴로 다녔지요. 어느 순간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좀비 같은 남편이 되어버렸다고 할까요!
이렇게 2년 가까이 웃음을 잃어버린 채 살다 보니 세상은 온통 부정적인 것만 보였고 스트레스 증상까지 보였습니다. 극도의 스트레스는 불면증을 만들면서 여기저기 몸을 불편하게 했습니다. 솔직하게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매일 자책하면서 삶을 한탄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친구가 알려준 웃음은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15초 동안 억지로라도 웃으면 이틀을 오래 살 정도로 건강해진다면서 건강해야만 다시 재기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리고 웃을 일이 없어도 웃다 보면 웃을 일이 생긴다며 좋은 에너지를 끌어당기는 데는 웃음만 한 것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뻔한 이야기였기에 그저 대충 콧잔등으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와 생각해보니 그 방법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웃음을 되찾는 좋은 방법인 듯해서 알려준 대로 박수를 치면서 웃어봤습니다. 웃으니깐 웃을만했습니다. 아예 못 웃을 줄 알았는데 웃고 있는 제 자신이 웃겨 보여서 더 웃음이 나왔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박수를 치면서 웃으니 박장대소가 되었습니다. 몇 번 해보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 에너지를 모아 아내 앞에서 용기 있게 미소를 지어줬더니 아내도 피식 따라 웃습니다. 그때 이후 억지로라도 웃으려는 마음은 습관이 되었고 지금까지 아내와 하루에 한 번씩 웃는 부부문화가 되었습니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다 보니 행복해진다는 속담은 진실이었습니다.
얼마 전 소확행(小確幸)이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약자라는데 저는 보자마자 "소확행(笑確幸)"으로 해석을 했습니다. "웃음만이 확실한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라는 뜻이지요.
행복한 부부의 모습을 떠올리라고 하면 어떤 모습일까요? 그건 바로 서로의 두 눈을 바라보면서 활짝 웃는 모습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난 15년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부부의 사랑과 신뢰의 회복은 서로 눈이 마주칠 때 웃을 수 있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솔직히 아내가 미소 지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 없습니다.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왠지 남편으로써 가슴이 뿌듯해지기까지 합니다. 감정은 빛의 속도보다 더 빨리 상대의 기분에 영향을 미칩니다. 웃음은 가장 빨리 좋은 기분을 만들며 순식간에 주위 사람을 물들입니다. 당연히 아내가 미소 지으면 내가 미소 짓고, 내가 웃으면 아내도 따라서 웃게 됩니다. 내가 웃는 순간 아내도 웃으면서 미의 여신인 비너스가 됩니다. 웃는 아내는 행복의 보너스로 돌려줍니다. 이럿게 웃음으로 선순환의 고리에 만들면 부부간의 믿음과 신뢰가 점차 회복이 되기 시작합니다.
부부가 제일 먼저 웃음을 회복해야 하는 이유는 웃음이 서로를 적군이 아니라 아군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한국사람들은 대체로 흑인들을 무서워한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인종에 대한 약간의 선입견이 있기 때문이겠죠. 그럼 흑인들은 어느 나라 사람들을 가장 무서워할까요? 바로 한국인이라고 합니다. 한때 미국에서 유행했던 위트인데 공감이 됩니다. 흑인들은 한국인들이 늘 무표정이기 때문에 감정을 읽을 수 없다고 합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으니 무섭기까지 하겠지요. 아무 이유 없이 웃고, 서로 눈이 마주치면 미소 지어주는 미국인들에게 한국인들의 무표정은 약간 두려움이 대상일 수 있겠죠.
실제 연구에 의하면 사람은 누군가를 만나면 무의식적으로 적인지 아군인지 구별한다고 합니다. 생존이 최우선인 생명체에게 적과 아군을 구별해야만 생존할 수 있습니다. 적인지 아닌지 빨리 판단해야 싸우든지 도망치든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놀랍게도 웃음이 있으면 아군으로 판정하고, 무표정이나 찡그림이 있으면 적군으로 판단해서 긴장하게 된다고 합니다. 나를 보면서도 무표정을 짓거나 찡그리는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 짜증이 나고 불안해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입니다.
부부관계에 이 연구를 적용해보면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됩니다. 서로 웃지 않으면 매 순간, 서로가 서로를 타도해야 하는, 제거해야 하는 적으로 뇌는 인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뇌가 적으로 인지하면 그때부터 온 몸의 근육과 뇌는 모든 에너지를 활용해 어떻게 하면 빨리 벗어날까만 생각할 것입니다. 그럼 빨리 지치고 스트레스가 쌓일 것입니다. 행복하게 살려고 만난 부부가 얼굴에 웃음 하나 없어지면서 서로 제거해야 할 적이 된다는 것은 비극입니다. 아내를 향해 짓는 미소는 나는 당신의 아군이며, 한 편이라고 각인시킵니다. 지금 당장 아내에게 웃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몇 년 전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아내인 미셸 오바마에게 한 기자가 물었습니다.
"19년 동안 좋은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알려주세요."
그 질문에 미셸 오바마는 딱 한마디 가장 강력한 부부관계 비밀을 밝혀버립니다.
"많이 웃으세요"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남편을 보면서 늘 웃어주었다고 합니다. 웃음은 힘들 때는 격려가 되었고, 기쁠 때는 자신감의 뿌리가 되었다고요! 역시 고수는 단순했습니다. 여러 비법이 필요 없습니다. 핵심기술인 웃음 하나만 잡아채면 모든 행복들이 줄줄이 따라 올라오는 고구마 줄기임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은 누구일까?"라는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누구일지 눈치채셨겠죠? 두말할 필요 없이 무표정한 남편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위신과 체면으로 무장하면서 근엄한 표정으로 오늘도 가정을 제압하고 있는 가장에서 즐거움도 신뢰도 희미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남편의 무표정은 아무리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아내를 공포스럽게 합니다. 그리고 표현하지 않아도 그런 남편은 아내에게 이무기가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아내에게 미소 지어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반복해서 웃어준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웃음은 용기 있는 자의 특권이며, 배짱 있는 남편의 전유물이라고 표현합니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듯 용기 있는 자가 먼저 웃어준다고요!
얼마 전 한 모임에서 부부행복 노하우를 서로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저는 아침에 아내에게 선물하는 제 웃음소리 영상을 틀어줬습니다. 아침마다 눈 뜨자마자 이 웃음소리를 함께 듣는다면서요! 당연히 제 이야기가 전원 박수를 받았습니다. 혼자 웃기 힘들다면 이 영상 링크를 저장해놓았다가 종종 활용해보면 어떨까요? 현재는 50여 명의 사람들이 함께 듣고 있습니다. 나중에 원하시는 분과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뚝배기처럼 살아요. https://youtu.be/KMhk-WCZXuQ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