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최고의 유머는 신뢰다

무신불립이야말로 지존급 유머

by 최규상의유머학교

지난주 토요일, 오랫만에 부엌에 들어가면서 아내에게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여보! 저녁식사 준비 내가 할게!

특별히 당신 좋아하는 찌개 끓여줄게! 먹고 싶은 찌개 있어?"


아내는 간절하게 먹고 싶었던지 번개처럼 대답합니다.

"응... 절대로 살안찌게!"


살안찌게! 정말 멋진 말장난입니다.

"당신 말장난이 완전 개그우먼 수준인데! 이제는 완전 지존급인데! 하하하"


이런 유머가 재미있나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죠. 분명한 건 한쪽에서 던지면 한쪽에서 받아서 다시 곱게 던져주어야 놀이가 됩니다. 한쪽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더 이상 함께 놀 수 없고 게임은 끝납니다. 또 다른 놀이가 진행될 때까지 침묵이 계속됩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아내에게 이미 엄청난 뇌물을 주고 약속을 했습니다(처음에 10만원이었지만, 이후 저는 제가 버는 모든 돈을 아내에게 갖다 바쳐야 했습니다ㅋ). 유머를 하면 재미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웃어주고, 칭찬해주고, 최고라고 격려해주기로요!


그런데 신기하게 재미있어서 웃는 게 아니라, 먼저 웃어주다 보니 더 재미있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유머는 재미와 재미없음이 있을 수 있지만, 서로의 이야기에 웃어주는 자체가 재미있어질 때가 있습니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반응하는 내 편이 있다는 기쁨을 느끼면서 영혼까지 행복해집니다. 나중에는 유머와 상관없이 그저 함께 웃음을 나누는 것이 좋아서 유머를 하게 됩니다.


부부로 살다 보면 신혼 때의 달콤한 시기가 지나면 생각보다 웃을 일이 많지 않다는데 공감할 겁니다. 한 번의 웃음을 만들고 공유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노력을 해야만 만들어지는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건조해지고 딱딱해지기 쉬운 부부관계에서 서로의 유머에 웃어주는 상대가 바로 곁에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아마 부부들의 로망일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희망사항일 겁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관계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느냐입니다. 힌트를 찾기 위해 질문 하나만 해볼게요.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유머는 어떤 유머일까요? 바로 내가 알고 있는 유머!입니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어도 짜고치듯 즐겁게 웃어줄 수 있습니다. 우리 부부처럼요.ㅋ

그런데 재미있지만 재수 없는 유머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하는 유머입니다.
이런 유머에는 넓은 마음으로 그저 형식적인 미소 한번 날려주면 됩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정말 듣기만 해도 역겹고 속이 울렁거리는 최악의 유머도 있습니다. 어떤 유머일까요?

그건 내가 싫어하고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대박유머로 박장대소를 터뜨릴 때입니다. 참 가식적으로 느껴져요. 당연히 마음속에서눈 비웃음이 생기면서 썩소를 날리게 됩니다.


언젠가 한 모임에서 매일 아내에게 유머를 해준다는 이야기를 해줬더니 한 분이 자신도 따라서 해보겠다고 합니다. 다음날 그분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내에게 유머를 해줬더니 썩소를 날리며 이렇게 말해서 충격을 먹었다고 합니다.

"아이고.. 웃기고 자빠졌네"


이 정도 반응이라면 평소 그분이 어떻게 아내를 대했는지가 눈에 훤하게 보이면서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 분에게 아내가 유머를 이해하지 못하니 앞으로 유머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아내가 유머를 이해못한 것이 아니라, 그 분이 유머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지요. 웃기기 전에 서로의 관계를 돌아봐야 했습니다. 그분은 모임에서 이기적이고, 권위주의가 넘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고 많은 분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상처를 주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당연히 아내에게도 상처를 주었을 것이고 믿음과 신뢰를 잃었겠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분은 유머를 하기 이전에 이미 엄청난 걸림돌을 가지고 있어 유머는 오히려 마이너스일 뿐입니다. 유머를 잘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신뢰도를 점검하고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할 뿐입니다.


아내가 남편을 싫어한다면 유머는 불타는 집에 휘발유를 붓는 것과 같습니다.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킵니다.

아내에게 신뢰를 잃어버렸다면 유머는 그저 왕재수같은 남편의 기분 나쁜 재롱일 뿐입니다.


재미있는 유머를 해서 사람을 즐겁게 하고 싶으시나요? 네 정말 좋은 마음을 가지고 계십니다. 특히 그저 늘 대면대면하는 부부관계에서 유머로 좋은 관계를 만들고 싶다고요? 네 정말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지고 계십니다.

하지만 상대가 당신을 싫어한다면, 당신에 대해 신뢰감을 가고 있지 않다면 말짱 도루묵을 넘어 상황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유머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지 않으면 사람의 심기를 악화시키는 핵무기가 될 뿐입니다.


저조차도 매일 유머로 시시덕거리면서도 말다툼이 부부싸움으로 번질 때가 있습니다. 그럼 아내가 싫어집니다. 당연히 아내도 제 꼴을 쳐다보기도 싫어하겠지요. 이 상황에서 제일 먼저 사라지는 게 미소입니다. 곧바로 말도 없어지면서 서로 침묵의 강을 묵묵히 건너게 됩니다. 이렇게 잃어간 미소는 노력하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습니다. 결혼 내내 그저 썩소와 냉소만 오가면서 부부라는 허명만 남게 됩니다. 결국 껍데기만 화려하게 치장하면서 쇼윈도 부부가 되어 갑니다.


그래서 저는 늘 최고의 유머는 신뢰라고 말합니다. 이야기가 조금 무거워졌지만 믿을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이야기는 그 자체로 귀에 쏙쏙 들어오고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특별한 기교나 유머 없이도 재미있어집니다. 여러분이 평소 믿을 수 있는 사람을 한번 떠올려보세요. 공감되시나요?


2,500년 전 공자님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느 날 제자인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습니다.

“나라를 어떻게 다스려야 합니까?"


공자는 간단하지만 핵심을 찌르는 대답을 나눕니다.

“국민들이 먹고사는데 어려움이 없게(족식)하고, 국방을 튼튼하게 하는 것(족병)이며, 백성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민신). 이 세 가지 중에서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먹는 것보다, 나라를 지키는 국방보다, 먼저 백성에게 신뢰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공자는 신뢰가 아니면 아무것도 제대로 설 수 없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을 강조한 것이지요. 국가도, 기업도, 가정의 모든 인간관계에서도 신뢰가 없으면 의심이 발생하고 비용이 발생합니다. 믿을 수 없으니 부정적인 감정만 생깁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불신을 만들어 인간관계는 뒷걸음치게 만듭니다. 거기에 유머로 웃겨보겠다는 마음은 어림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제 이야기가 많이 돌고 돌았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당신이 아무리 웃기는 사람이고, 웃기는 유머로 무장한다 해도 신뢰가 없이 달리는 건 펑크 난 타이어로 전속력으로 액셀레이터를 밟고 있는 것과 같이 큰 사고의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신뢰를 회복하고 만드느냐? 이건 엄청난 이야기입니다. 왜냐하면 시중의 모든 자기 계발 서적이 모두 어떻게 하면 상대의 신뢰를 얻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죠. 신뢰를 만드는 방법은 어렵고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엄청난 프로젝트입니다.


하지만 저는 남편이 아내의 믿음과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복잡한 논리보다 쉬운 기법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동안 제가 시도했고 만들어냈던 재미있는 기법이 있습니다. 그 방법을 차근차근 나누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니까요. 복잡한 것일수록 아주 쉬운 기본기만 지키면 누구나 똑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나누겠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아내를 웃게 할까'라는 질문을 넘어, '어떻게 하면 아내와 즐거운 대화를 할까', '어떻게 하면 더 멋진 다시사랑을 할까', '어떻게 하면 아내를 감동하게 할까?'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단순한 기법을 통해 유쾌한 신뢰감을 키우는 실천적인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앞으로 기대되시죠? 넵 그럼 우리 망고 해볼까요? 망고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로 "망설이지 말 Go!"의 약자입니다. 자.. 우리 망고 해볼까요! 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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