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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그다드Cafe Aug 13. 2024

기록, AI시대 꼰대 생존법

기록의 쓸모

“기록을 통해 경험을 찾고, 경험을 통해 나만의 쓸모를 만들어갑니다.” by 마케터 이승희 님


마케터 이승희 님… 그녀는 나를 모르지만 나는 그녀를 잘 알고 존경한다.  치과에서 일하면서 꾸준히 배달의 민족 사용 후기를 올렸고, 그게 눈에 띄어 배달의 민족(우아한형제들*)에 마케터로 입사하게 되었다. 이후로도 경력이 차곡차곡 쌓여 훌륭한 마케터로 성장했다. 그 사이 책도 여러 권 냈는데, <기록의 쓸모>, <별게 다 영감>, <질문 있는 사람> 등이 있다.


*새삼 초창기 우아한형제들이 여러 면에서 대단한 회사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나는 그녀를 두 가지 면에서 존경하는데,


첫째, 본인이 행복해하는 일을 결국 찾았고, 그 분야에서 대단한 인정과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치과에서 일하다 마케터가 된 점이 훌륭한 게 아니라, 진로를 바꾸기 힘든 상황에서도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찾은 점이 대단한 것이다.


둘째, 그녀의 '기록하는 습관'이다. 그녀가 마케터로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도 결국 '기록의 힘'이라고 설명하는데, <기록의 쓸모>에 잘 묘사되어 있다.


그녀와 반대로 나는 스스로 욕이 나올 정도로 기록을 잘하지 못한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기록 보관'을 못한다. 기록을 해봤자 보관이 효율적으로 잘 되지 않으면, 그 기록은 쓸모 없기 때문이다.


기록 보관의 약점은 결국 회사에서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회사에서 주위를 둘러보라.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화법(한 마디로 제멋대로인 사람, 주로 나이먹고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대표적으로 국회에서도...)을 쓰는 사람이 있는가? 둘 중에 하나다. 1) 싸패 혹은 2) 기록 보관을 못하는 싸패.


그렇다면 기록 보관을 못하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서 나는 어떻게 1X 년을 회사에서 버텼는가?


냉정하게 나를 돌아보건대, 나는 두 가지 때문에 버텼다.  


첫 번째, 임기응변에‘는’ 강하다. 임기응변에 강하다는 말은 좋은 뜻이고, 그럴듯하게 얼버무림 혹은 그럴듯하게 잡아뗌 혹은 그럴듯한 구라에 강하다는 얘기다.  

두 번째, 지금까지는 비교적 젊어서 내 머리로 기억할 수 있는 용량이 꽤 컸다. 머리가 커서(진짜 크다) 도움도 되었다.


하지만 최근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 나이가 반백살에 가까워지니, 회사에서 구라를 막 날릴 포지션도 아니고(어렸을 때야 귀여웠지 나이 먹고 임기응변에 구라 날리면 추하다는 소리 듣는다),

무엇보다 기억력의 감퇴로 인해 내가 점점 싸패가 되어가고 있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말을 하는 사람) 그동안 마신 엄청난 술 때문인지 이제는 술을 마시면 술이 내 몸에 들어온 만큼, 중요한 기억이 내 몸밖으로 나간다. (회계용어로, 선입선출 확실하다. 문제는 품목이 달라서… 술이 들어오고 기억이 나가는…) 머리가 커도 나이 들고, 술 많이 마시면 아무 소용없다. 그냥 기억력 나쁘고 머리 큰 꼰대 되는거다. 나처럼.


이런 나를 구원해 준 젊은 친구가 있다. 나보다 10살 어린 W.

W는 참 기록도 잘하고, 기록 관리도 잘한다. 그래서 결국 '일'도 잘한다. ‘일’이라는 게 어떤 연장선에서 히스토리를 관리하고 이어나가는 측면이 큰데, 이를 잘하려면 기록 관리가 핵심 역량이다.


어느 날 W와 회의를 하면서, W가 기록을 위해 사용하는 Tool을 언뜻 보게 되었다. 그 Tool의 이름은 바로 마소*에서 개발한 OneNote. 자존감이 낮은 나는, 남들이 하는 것 중에 좋아 보이는 것은 다 따라 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일단 머가 좋은지, 얼마나 나에게 맞는지 따지지도 않고 마소에 월정액(9900원 인가?)을 끊고, Office Premium에 가입했다. 오직 OneNote를 위해.


*마이크로 소프트


그런데 웬걸! 쓰다 보니 너무 나에게 잘 맞았다. 나는 기록 관리를 못해서 그렇지, ‘쓰는 행위(일명 낙서)’는 좋아한다. 타이핑 보다도 더. OneNote는 아이패드가 있으면 기록에도 최적화되어 있었다. (마소와 애플 광고 절대 아닙니다…) 조금 더 전문적으로 APP 후기(OneNote)와 디지털 기기 사용후기(아이패드)를 멋지게 남기고 싶은데, 내 수준이 참 떨어진다. (참 좋은데… 말로 설명할 수가 없네…) 그래서 대충 내가 어떻게 OneNote를 쓰는지 사진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물론, 분류도 잘 안되고 내맘대로 관리하지만 사용하기 전보다 훨씬 낫다. 훨씬 스마트해진 느낌적인 느낌)


완전 신세계다. 편집도 편하고 필기도 편하다.


그리고 일 외적으로도 또 좋은 점이 있다.  


나는 기록 관리를 못하다 보니, 산문을 정기적으로 쓸 생각은 못했다. 그래서 간헐적으로 소설만 썼다. (단편 <대박인생>과 중편 <아들, 정당한 테러>) 산문을 정기적으로 오래 쓸려면 결국 기록을 활용해야 하는데, 나는 그 부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Tool 덕분에 이렇게 산문도 정기적으로 쓰고, <직장인 고민 상담소>도 브런치에 운영하게 되었다. 나이 먹은 디린이(디지털 + 어린이)가 앞서 말한 OneNote, 네이버 메모, 밀리의 서재의 책 밑줄 긋기 보관 및 메모 기능, 카카오톡 나에게 보내기 등등을 활용해 기록의 보관을 늘려가고 있다.


‘기록의 쓸모’로 일도 잘할 수 있게 되었고(최소한 자신감은 얻는다), 이렇게 산문도 쓴다. 무엇보다 ’쓸모 있는 인간‘이 되어간다는 기분 좋은 성장의 느낌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쯤되면 마소에게 지불하는 월정액 9,900원 뽑은 거 아닌가.


끝으로, 내가 존경하는 그녀, 이승희 작가님이 <기록의 쓸모>에서 했던 말을 옮기고, 오늘 글은 마무리한다.



모든 기록은 연결되어 ‘생각의 고리’가 됩니다. 5년 전 기록이 오늘의 기록과 결합해 새로운 의미를 낳고, 저의 기록이 누군가의 기록과 이어져 더 나은 생각이 되기도 합니다. 영감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일은 저라는 사람을 깊고 넓게 확장시켰습니다.



P.S. 생각해 보니 W가 OneNote를 쓰게 된 계기가 W의 Ex가 추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자리를 빌려, W의 Ex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W도 그렇고, W의 Ex도 그렇고 나보다 10살 정도 어린데, 어린 친구들을 통해 많이 배우게 된다. 지금은 농경시대가 아닌 AI시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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