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리스크란? 재벌 회장이나 대주주 개인 등 오너(총수)의 잘못된 판단이나 불법행위로 인해 기업에 해를 입는 것을 말한다. 오너에게 모든 게 집중돼 있다는 것은 오너가 잘못했을 때 기업에 끼칠 수 있는 리스크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뜻한다. 오너 일가의 그룹 장악력이 극대화된 재벌 특성상 이들의 범죄행위는 시장 교란과 기업 경영 파행, 나아가서는 국가경제 훼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이 땅의 직장인은 고민이 참 많다. 아니, 많을 수밖에 없다. 그냥 성실히 직장 생활만 해도 고민이 쌓인다.
*짧은 나의 회사 생활 1X년 동안 '경기가 좋아서'라는 말은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듯하다. 매일 매달 매년 '비상 경영'과 같은 비슷한 말만 들어봤다.
도무지 직장인의 고민은 끝이 없다. 이제는 오너까지 직장인 걱정 리스트에 올라있는 듯하다. 오너는 쉽게 말해 회사의 주인이다. 회사의 주인인 오너가 그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에게 어떻게 걱정을 안겨줄 수 있을까? 생각보다 쉽다. 경영을 개판 치면 된다. (직원들은 무시하고) 사리사욕 채우고, (누가 봐도) 이상한 의사 결정하고, 그러면 된다.
내가 세상의 모든 오너들을 조사하지는 않았지만, 보통 이런 사고를 치는 오너들은 2세 3세인 경우가 많더라. 태어나보니 오너인 경우.
여기서 잠깐만!(B.G.M. MBC 라디오...) 내가 역사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삼봉 정도전. 오너리스크 얘기하다가 갑자기 왜 삼봉 선생 얘기냐고? 관련이 있다. 아주 큰 관련이 있으니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갖고 스크롤을 내리시길.
삼봉 선생에 대해 본격적으로 얘기하기 전에, 먼저 한국사 역사상 가장 훌륭했던 왕들을 살펴보자. 여러 왕들이 떠오르겠지만, 가장 인지도가 높은 왕은 아무래도 대왕大王의 칭호를 받는 인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반도 5천 년 역사상 수많은 왕들이 있었겠지만 그중에서 대왕의 칭호를 받는 인물은 딱 3명 이니깐.
광개토대왕(고구려, 한국사 최고의 정복 군주)
문무대왕(통일 신라, 삼국 통일을 이뤄낸 군주)
세종대왕(조선, 훈민정음을 창제한 군주)
광개토대왕은 1,700년 전 사람이고, 문무대왕은 1,400년 전 사람이니 가장 가까운 그리고 잘 알려진 600년 전 세종대왕에 대해서만 얘기해 보자. 세종대왕의 업적이야 워낙 뛰어나서 내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오죽하면 광화문 정중앙에 세종대왕 동상이 있을까.
세종대왕 in 광화문
여기서 잠깐. 비틀어서 생각해 보자. (인생은 비틀어야 재밌다) 아무리 세종대왕이 뛰어났다고 한들, 600년 전 같은 시대를살던 조선 사람 중에 가장 훌륭한 사람이었을까? 가장 왕에 어울릴 법한 사람이었을까? 아마도 수많은 백성들 중에서 세종대왕 보다 더 뛰어난 백성이 있었으리라. 세종대왕이 뛰어난 업적을 남겨서 후세에 유명해지건 명백하지만, '태어나보니 왕'이었던 다른 조선의 무능한 왕들과 비교했을 때의 후광효과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병자호란 때백성을 버리고 도망간 인조, 임진왜란 때 뒤에 숨어만 있었던 선조, 그리고 일제 강점기를 부른 조선말 무능의 극치 순종, 헌종, 철종, 고종까지. 자격미달의 왕들이 워낙 많다 보니 조금만 잘해도 성군이라는 칭호가 부여되지 않았을까.
나는 사실 조선의 왕들에게는 별로 관심 없다. 내가 관심 가는 건 오직 백성의 삶이다. 그리고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오너가 2세인지 3세인지, 지분을 어떻게 물려받았는지, 증여세는 합법적으로 냈는지 등등에 대해서는 복잡해서 관심 없다. 내가 관심 있는 건 그 밑에서 일하는 일반 직장인이다. 직장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 때문에 나의 미천한 직장 생활을 바탕으로 내맘대로 <직장인 고민 상담소>를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끝으로, 삼봉 선생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자. 삼봉은 조선의 개국 공신으로써 오너리스크(태어나보니 '왕', 태어나보니 '오너 CEO')를 줄이기 위해 왕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재상 정치를 꿈꿨다고 한다. 600년 전에.
위에 쭉 적은 생각들은 얼마전 여름휴가 기간에 김탁환 작가님이 지은 <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을 보다가 정리한 생각이다. 같은 책에서 오너리스크에 대비한 삼봉 선생의 생각(김탁환 작가님의 생각일지도)을 공유하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왕도 사람이다. 어진 이도 있고 각박한 이도 있으며 똑똑한 이도 있고 멍청한 이도 있으며 유약한 이도 있고 강건한 이도 있다. 왕이 전권을 휘두른다면 혼군昏君 혹은 폭군暴君의 도래는 시간문제다. 왕은 신하를 두려워해야 하고 신하는 백성을 두려워해야 한다. 두려움은 힘에서 나오고 고그 힘은 법과 제도를 통해 뒷받침된다. 내 구상의 핵심은 왕을 예외로 두지 않는 것이다. 왕은 가장 중요한 위치에 놓이지만 전체를 뒤바꾸지는 못하는 체계 속 일원이다. 이렇게 짜 둬야 왕이 설령 삼강과 오륜을 무시하더라도 체계 속에서 고쳐 나갈 수 있다.
그러므로 재상은 백관과 만민뿐만 아니라 왕의 삶 전체를 세세히 살피고 알아야 한다. 왕의 패악함과 우유부담함이 구중궁궐 바깥까지 알려지기 전에 단속하고 고치고 바꿔야 하는 것이다. 빈첩嬪妾은 물론이고 내시나 궁녀, 수레와 말 그리고 의복과 음식까지 재상은 하나하나 챙겨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도록 조처해야 한다. 재상은 왕의 부끄러운 비밀조차도 알아야 한다.
재상은 어떻게 왕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지식을 자랑해서도 아니 되고 말재주를 뽐내서는 아니 된다. 재상의 진심을 헤아리고 그 정성에 감동할 때에만 왕은 스스로를 돌아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