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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그다드Cafe Sep 02. 2024

꼰대, 요아정 첫 숟갈 뜨다

40대 직장인 요아정 입문기

요즘 꼰테나(꼰대의 안테나)에 자주 잡히는 음식과 디저트가 있다. 바로 ‘포케’와 ‘요아정’.

포케가 머야? 요아정이 머야?라고 하시는 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실험 삼아 내 바로 위 60년 초반생의 상무님께 물어보았다.


- 나: 상무님, 요즘은 '포케'와'요아정'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 상무님:  요즘 일이 없나? 일 좀 해라!! 일 좀 줄까??? 단디하자!!

- 나: ……………………………


그리고 나보다 나이 많은 부장님께도 물어보았다. 대부분 몰랐고, 별로 관심도 없었다. (참고로 나는 80년 중반 생이다)

요아정을 몰라서 고민인 꼰대 직장인이 있다면... 직장생활 하는데 전혀 상관없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꼰대는 이 글로 충분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또다른 꼰대인 내가 오늘 '요아정' 해봤기 때문이다.


'포케'도 며칠 전에 해봤는데, 다시 한번 해보고 글을 올려야겠다. (며칠 전에 포케 할 때, 별 생각이 없었다. 이게 글감이 될지. 글감 귀한 줄 모르는 나는… 하…)


이제부터 아주 철두철미하고 냉정한 꼰대의 관점에서 '요아정' 입문기를 전해본다.


요아정: 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 


쉽게 말해 요거트 아이스크림에 내맘대로 토핑을 뿌려 먹는 음식이다. 오늘은 날씨가 구물구물하고 가을이 왔다는 느낌이 들었고, 더 늦기 전에 요아정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아침부터 강타했다.


그래서 일찍부터 부산하게 회사에서 가까운 요아정을 찾은 다음, 그 근처에서 점심을 먹으리라 계획했다. 그리고 운 좋게도 60년대 생 으른들이 따로 점심 먹으러 빠지고, 나와 Z세대 팀원 YB만 남았다. 자연스럽게 나는 팀장의 권위를 활용해 요아정 근처의 식당으로 갔다. 그리고 점심을 먹으며 YB에게 물었다.


- 80년대 생 꼰대 팀장: YB야, 너 ‘요아정’ 아니?

- Z세대 사원 YB: 알죠. 알죠. 요즘 힙푸드잖아요.

- 8꼰팀: 그렇지.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의 정석*.

- Z사: 아…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의 정석… (급히 화제를 바꾸며) 지난 주말에 친구랑 둘이 가서 과일 토핑 많이 해서 먹었는데, 3만 원 넘게 나왔어요.

- 8꼰팀: 진짜? 그럴 거면 그냥 과일을 사 먹지 그러니?

- Z사: 아…………………….

(잠깐, 아니 꽤 오랫동안 대화 단절)

- 8꼰팀: YB야, 밥 다 먹고 요아정 같이 갈래?

- Z사: 좋아요!!


*고백건대, 아직도 요거트인지 요구르트인지 헷갈린다.


그렇게 80년대 생 꼰대 팀장인 나와 Z세대 사원 YB는 어색함과 서먹함을 유지한채 ‘요아정’으로 갔다. 나는 요아정이 베스킨31과 같이 매장에서도 먹을 수 있는 구조일거라 생각하고, 매장에서 YB와 어색하게 먹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웬걸 내가 상상했던 매장보다 훨씬 좁았고, 매장에는 딱 3자리만 있었는데 이미 2자리를 먼저 온 분들이 앉아 있어 매장에서 먹을 수도 없었다. (물론, 내가 갔던 매장과 다른 매장은 다를 수도 있다. 다만, 요아정이 배달과 테이크 아웃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다른 매장도 사정은 비슷할 것 같다)

그래서 급히 계획을 수정하고, YB와 나는 포장을 해서 사무실에서 먹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사무실에 있는 M대리 것도 한 개 더 사서 1인분 세 개를 주문했다.

어제 방문한 요아정 매장. 벌집꿀 입고 안내가 눈에 띈다.

주문을 하다 보니, 가격이 꽤 나왔다. 1인분 세 컵을 주문했고, 각각 과일과 벌꿀 토핑을 얹으니 37,900원.

오! 가격이 꽤나 쎄다!

키오스크로 주문해 놓고, 두런두런 가게를 둘러보았다. 매장은 약 5평 정도로 작았고, 테이블은 세 개만 두어 배달과 테이크 아웃에 선택과 집중하고자 하는 컨셉을 뿜뿜 뿜어냈다. 매장에는 직원도 없고, 오직 키오스크(팀원 YB가 키오스크 누르는 걸 옆에서 봤는데, 거침이 없더라. 버벅대는 나랑 다르더라)만이 있었고, 천막 너머에는 주방에 한 분만 계셨다.


우리 둘은 봉다리 3개을 나눠 들고 쫄래쫄래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각자 요아정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누가 시킨 거도 아닌데(진짜 내가 안 시켰다) 꿀 뿌린 요아정 인증샷을 각각 단톡방에 올렸다.

각자의 요아정

나는 딱딱한 복숭아와 벌집꿀과 초코소스 토핑을 골랐었다. 드디어 딱딱한 복숭아와 꿀과 초코를 조금 바른 아이스크림을 한 입 떠서 먹었다.


그렇다면 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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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맛있지. 말모말모. 요거트 아이스크림 + 꿀 + 과일 + 초코. 이 조합이 맛이 없으면 거의 형사고발 혹은 최소 민사소송 감이 아닌가라는 공권력 입장에서 엄준한 잣대로 맛평가를 해본다.


YB(키오스크를 현란하게 주문한 그 Z세대 팀원)는 신이 나서 요아정이 왜 잘되는지 마케팅적 관점에서 설명해 주었다. (근데 YB는 마케팅 업무 아닌데... 어쩌면 니 적성은 마케팅일지 몰라)


1. 요거트와 각종 과일 등 건강을 생각(내 생각엔 꿀이랑 초코가 다한 거 같은데... 건강을... 맞니?)


 2.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잘함. 강민경 먹방 set. 입짧은햇님 set. 실제로 키오스크 메뉴판에 있었다. (그런데 강민경이 그그그그그그 다..비치 그 사람? 그리고 입짧은햇님?햇님이 왜 입이 짧아??)


실제로 강민경씨와 입짧은햇님씨가 있었다.


3. 메뉴의 다양성. 토핑을 조합하면 가능한 메뉴가 수십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그 토핑 다하면 백만 원도 넘겠다...)


등등. 어쨌든 Z세대 YB는 요아정과 함께 행복한 점심을 보냈드랬다.


그렇다면 나의 평가는? 감히 나의 똥감각으로 요아정을 평가할 수는 없다. 다만, 대왕카스테라나 탕후루처럼 잠깐 유행하고 마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오래오래 장수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소상공께서 돈도 벌고, 애들도 키우고, 노후도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저 먼 훗날 기생충 2가 나왔을 때, '요아정 때문에 인생 망했어*'라는 말이 안 나왔으면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바람이다.


*그러기엔 내가 오늘 가본 요아정은 정말 괜찮더라. 인건비도 효율적이고, 특히 장수하는 디저트 브랜드(베스킨라빈스31, 와대[와플대학] 등은 소비자의 토핑 선택권이 많음)의 특징도 잘 가져왔고 해서 또 다른 장수 브랜드가 되지 않을까 똥감각 꼰대가 슬며시 숟가락 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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