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건승을 빕니다
잘 아는 중년 지인(77년 뱀띠, 47세) YP님의 권고사직 소식을 들었다. YP님은 같은 회사에 17년을 다녔지만 권고사직을 피할 수는 없었다. 나와도 어느 정도 일이 얽혀있는 분인지라 괜히 내가 잘 못한 게 있나 싶어 마음이 쓰였다.
그런데 며칠 있다가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나와 관련 있는 E회사로 YP님이 중이뽀*했다는 것! 진심으로 나의 일처럼 기뻤다.
*중이뽀: 중년의 이직 뽀개기. 말이 참 이뽀(쁘)다.
YP님의 이직을 옆에서 지켜보며, 중년의 이직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청장년층의 첫 취직과 이직 못지않게 중년의 이직이 점점 중요해지리라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인간의 평균 수명은 점점 늘어나 100세 시대가 도래했다. 하지만 커리어 생애주기에 대한 인지는 다르다. 커리어 생애주기에 대한 인지는 보통 100세 시대임에도 ‘20세 즈음 일 시작해서 60세 즈음 은퇴한다’는 사고에서 아직 발전이 더디기 때문이다. 이제는 ‘20세 즈음 일 시작해서 80세 즈음 은퇴한다'라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반대로 기업의 평균 수명이 줄어들었다. 몇몇 대기업을 빼고는 10년을 조금 넘길 뿐이다. 대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경우는, 전체 노동자 중 약 10% 내외 수준이다. 대다수의 노동자가 짧아지는 기업의 평균 수명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이유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112029356Y
그래서 이 두 가지 상반되는 요소를 개인에 적용했을 때, 중년의 커리어 관리와 이직의 중요성이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 오래 살지만 오래 다닐 수 있는 회사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년인 내가, 77년생 뱀띠 중년 YP님의 권고사직과 이직 성공에 대해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내가 YP님을 좋아하기도 하고. 내가 생각하는 YP님의 이직 성공 요소는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관심이 있고 좋아하다보니 뽑아낼 수 있었다)
1. 인품: 너무 훌륭하시다. 본인은 극 I로서 외향적이지 못한 성격이 회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씀하시지만, 타고난 성향과는 관계없이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는 타인이 더 잘 안다.
2. 전문성: 어떤 분야에 대한 본인의 전문성을 이직 시장에서 인정받았다.
3. 메타인지: 본인이 본인을 잘 안다. YP님은 스스로 '정무감각이 떨어지는 기능인'이라고 칭한다. 겸손하게 정무감각이 떨어진다고 표현했지만, 외향적이고 공격적인 영업은 본인과 잘 맞지 않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리라.
특히, 메타인지는 이직 이후에도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과도 직결된다. 본인이 할 수 없는 것을 정확히 알고, 이를 이직하는 회사에 정확히 알려야 성공적인 적응에 가닿을 수 있다. 이직에 성공하기 위해 '무조건 다 잘할 수 있다'는 식의 공언은 설령 이직에 성공할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적응에 힘들수도 있다. 이직은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커리어 분야 전문가인 마이클 아서 교수는 커리어를 점검할 때나 커리어에 변화가 필요할 때 아래 세 가지 질문을 던지라고 조언했다. 꽤많은 이직을 통해 성공과 실패를 맛봤던 내가 봐도, 이직 전 메타인지 확인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옮겨왔다. (꼭 이직을 고민하는 분들은 깊게 생각해보자. 질문은 쉽게 보이지만 생각보다 답하기는 쉽지 않다)
1) 나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2)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왜 그것을 하고 싶은가?
3) 나는 지금까지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이동수 작가님은 <언젠가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를 직장 생활 모토로 삼았고, 이 주제로 책까지 발간했다. 그렇다면 살짝 비틀어, <나는 내일 당장 잘릴 수 있고, 회사도 언제든지 망할 수 있고, 우리는 죽긴 하겠지만 언제 죽을지는 모르겠다!>고 가끔 생각해 보면 어떨까? 나의 경쟁력은 결국 나만이 챙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p.s. YP님! 진심으로 건승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