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하면, 법조계에 인공지능 열풍이 불고 있고, 예전에는 판례 검색 기능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자료 분석과 서면 작성까지 가능한 수준이라고 한다.
지금 회사에서 나는, 각종 송사와 소송도 담당하고 있어 로펌의 변호사와 주기적으로 협업한다. 만약 인공지능이 서면 작성까지 가능하고 약간의 법률 지식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굳이 변호사와 로펌에 비싼 자문료를 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장님, 그 돈 나한테 주세요. 내가 더 잘 할게요)
그리고 여기 재밌고도 섬뜩한 추가 에피가 있다.
얼마 전에 내가 브런치에 쓴 글 <대기업 20년 차 사무직의 고민>이 다음 메인에 걸린 썰이다. (음... 이게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이 말하는 '다메뽕' 다음메인에걸린뽕 이군요...)
예전에도 가끔 다음 메인에 걸린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먼가 좀 달랐다. 바그다드Cafe의 시그니쳐는 ChatGPT로 3초 만에 만든 팝아트라고 생각한다. (누가? 내가.) 제목은 분명히 내가 쓴 글이 맞는데, 내가 심려를 기울여 프롬프트를 넣었고 GPT가 3초 만에 만든 팝아트가 보이지 않았다!
팝아트는 어디가고 왠 아저씨가?
그래서 내가 쓴 글을 내가 다시 보니 내가 글에 삽입한 그림이 맞았다. 하지만 끄트머리에 아주 작게 만화책 캡처 위에 편집한 그림을 다음 알고리즘인지 인공지능인지 AI인지는 모르겠지만 알아서 판단해서 글 제목에 어울리는 사진을 직접 편집한 것이다!!! 그 덕분인지 몰라도 브린이 73일 역사상 한 개의 글에 가장 많은 조회수를 달성했다. (혹시 뒤늦게 글이 궁금하시다면... 읽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브린이 73일 만에 겪은 호사스러운 풍경
내가 글발행을 하고 몇 초 뒤 메인에 저 사진이 걸렸으니, 알고리즘인지 AI인지 프롬프트인지는 모르겠지만 더 대단할 수밖에. 처음에는 재밌었지만,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놀랍고 조금은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가만히 생각을 정리해 보니 보수적인 법조계조차도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는데, 꼰대인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성향과 문과 운명 핑계를 운운하며(물론, 유시민 大작가님은 그래도 되지만) 알고리즘인지 AI인지 프롬프트인지 개념도 잘 모르면서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천방지축처럼 살지 않았나 반성이 되었다. 그리고 역사시간에 배운 러다이트 운동이 생각났다. 200년 전, 급속한 산업화와 기계화 소용돌이 속에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뺏기지 않을까 싶어 기계를 때려부셨다는 그 운동. 나는 200년 전 노동자들처럼 기계를 파괴시키는 결기와 용기도 없다... 핸드폰과 노트북과 아이패드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할부도 안 끝난 아이들... 할부라도 얼른 끝나야 때려 뿌시던지 할텐데...)
러다이트 운동. 출처: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캡처
그렇다면 정녕 나는 인공지능 시대에 멍 때리고만 있어야 하나. 운명적 문과의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나?
사실 개념은 잘 몰라도, 운명을 거스르기 위한 노력으로 최근에 인공지능과 친해지려고 하고 있다. 특히, 호기롭게 ChatGPT 유료버전인 4Oo를 몇 달 전부터 구독하고 있다!! (구독경제 좋고요!!) 하지만 제대로 돈값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의 좌충우돌 ChatGPT 유료버전 사용 후기를 취미 생활 부분과 직장 업무 부분으로 나눠서 아주 수줍게 공유하고자 한다.
1. 취미 생활 부분
- 앞서 언급한 브런치에 사용하는 그림을 ChatGPT를 잘 활용해서 찰떡같이 만들어내고 있다. 이를 위해서 약간의 미적 감각이 있어야 하는 거 아냐?라고 오해할 수도 있는데, 미적 감각 1도 필요 없다. 몇 가지 키워드로 질문만 잘하면 된다. #팝아트 #그림이 심각하지 않게 #웃기게 #직장인의고민.
내가 잘 쓰는 질문 키워드 들이다.
3초 만에 만들어지는 찰떡같은 팝아트
2. 직장 업무 부분(우리 부장님과 상무님과 전무님과 사장님한테는 비밀입니다)
- 해외 업체의 Annual Report(재무제표?? 연차 보고서??)를 분석해야 할 일이 생겼다.
- 무려 영어로 된 120짜리 보고서였다. 앞이 캄캄했다.
대략 이런 느낌의 보고서.
- 바로 그때, 나는 매달 3만 원을 내며 구독하는 ChatGPT가 떠올랐다.
- 그래서 직진으로 120쪽짜리 영문 보고서를 ChatGPT에 욱여넣었다. 그리고 당당하게 부탁했다. '분석해 줘!!!' 마치 33개월 된 내 아이가 나한테 요구하듯.
- 그런데 진짜 분석을 했다. 그것도 잘.
3초 만에 120쪽짜리 보고서를 분석하는 똑똑한 아이
'운명적 문과'는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내가 직접 시키긴 했지만 이 정도로 빨리 잘 해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일은, 사무직의 일 중에서도 아주 고급진 일에 속한다. 생각해 보시라. 영어도 잘해야 되고, 회계적인 지식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인재가 이틀 정도를 온전히 매진해야 마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일을 클릭과 질문 몇 번을 통해 10분 정도 만에 완성했다. (물론, 가끔씩 틀리기도 한다. 그래도 잘못했다고 지적하면 인상 찌푸리지 않고 바로바로 수정한다. 이 친구의 또다른 매력이다)
고백컨대, 나는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다. 나이도 40이 넘었다. 거기다가 수학과 과학과 원리 따지는 걸 엄청 싫어한다. 진짜 못한다. 그럼에도 변화해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그거 아시는지? 러다이트 운동 때, 노동자들이 가장 걱정했던 일자리 감소는 또 다른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다는 사실, 오히려 새로운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됐다는 사실. 인공지능이든 AI이든 프롬프트이든 가상화폐이든 세상은 변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될까? 운명 뒤에 숨어서 안된다고만 해야 할까?
끝으로 서태지와 아이들의 Come Back Home 노래 가사를 전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