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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그다드Cafe Oct 08. 2024

책 잘 사주는 꼰대

밀리의 서재 '북마스터' 허세

고백컨대 나는 책에 대한 과소비가 심하다.


예전에는 읽지도 않는 종이책을 많이 샀었고, 집에 책을 쌓아 놓을 공간이 없자(정확히는 아내님의 구박 때문에) 지금은 이북(e-book)을 클라우드 공간에 사서 차곡차곡 쌓아놓고 있다. 냉정하게 내가 돈으로 주고 사는 책의 30~40% 정도만 완독 하는 것 같다. 나머지는 아예 펼쳐보지도 않거나, 읽다가 덮은 책이거나, 아니면 읽다가 미뤄둔 책이다. 그럼에도 워낙 책을 많이 구매하기 때문에 독서량도 꽤 된다. 마치 스타크래프트의 저글링 물량 공세처럼, 일단 뽑아놓고(일단 사놓고) 본다. 그리곤 언젠간 쓰이겠지(언젠간 읽겠지) 기다린다.


작년부터는 조금 스마트 해졌다.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밀리의 서재를 구독한 계기는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어떤 공짜 프로모션 1개월짜리에 낚여 구독 취소가 귀찮아서 눌러앉은 케이스다. 하지만 1년 넘게 구독해 보니, 괜찮은 점이 많다. 한 달에 구독료는 만 원이 안되고, 책은 다양하다. 요즘 나는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우선 밀리의 서재를 통해 검색하고 없으면 산다. 그래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밀리의 서재를 통해 많이 읽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밀리의 서재 홍보성 글 같은데... 이게 다가 아닙니다.


북마스터 1기 2기 선정

몇 달 전에 밀리의 서재에서 북마스터를 모집한다는 안내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경험의 폭을 넓히고, 독서와 무한 친해지기 위해서 북마스터가 머 하는지도 잘 모르고 지원했다. 지원했는데 선정되었다. (사실 어렵지는 않다. 몇 가지 질문에 답만 채워 넣으면 된다)

북마스터가 먼고 하니 선정되고 알았는데, 밀리에서 독점으로 소싱하는 전자책 몇 권을 북마스터가 먼저 읽고 투표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최종적으로는 북마스터의 투표 결과를 공개해서 북마스터가 아닌 회원들의 책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나는 1기 때도 선정되었고, 최근 2기 지원에도 다시 선정되었다. 1기와 2기의 프로그램 운영 방식에 약간 차이가 있는데, 내가 프로그램을 지원한 이유는 크게 2가지이다.


첫 번째 이유: 허세/가오/간지

- 밀리의 서재 북마스터로 선정되면 배지를 달아준다.

- 핸드폰 어플로 보면 한 3미리 정도 되려나? 근데 나는 이게 참 있어 보인다. 그래서 북마스터에 지원했다. 허세/가오/간지 때문에.

- 브런치에서도 크리에이터로 선정되면 배지를 달아준다고 하는데... 탐이 난다. 어떻게 안될까요? 브런치 관리자님. 앞으로 더 열심히 가열차게 글 올리겠습니다.

나는 밀리의 서재에서도 브런치와 같은 아이디를 쓴다.

두 번째 이유: 종이책을 준다.

- 북마스터 1기 활동 때, 투표 1위에 오른 책을 종이책으로 보내줬다.

- 북마스터 1기 때는 대략 10권 가까이 받았는데, 첫 번째 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첫 번째 책은 바로 김호연 작가님의 <나의 돈키호테>였다. 출간 전에 밀리의 서재에서 이북으로 읽고, 종이책은 회사 팀원에게 선물로 줬다. 책을 받은 팀원이 참 좋아라했다.

- 북마스터 2기 때도 대략 10권 이상의 종이책을 준다고 하는데, 벌써 기대된다.


내가 밀리의 서재 북마스터 홍보성 글을 쓴 이유는, 바로 두 번째 이유인 종이책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집에는 책 둘 공간이 적긴 하지만 여전히 종이책을 좋아한다. 그리고 종이책을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는 것도 좋아한다. 회사에서는 제법 종이책을 쌓아두는데 여기에는 북마스터 활동으로 받은 책도 포함되어 있다.

회사 책상에 쌓여있는 책들. 읽은 책도 있고 읽지 못한 책도 있다.

책을 쌓아두다가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책을 준다. 책을 주는 이유는 없다. 그냥 책을 주는 게 좋아서이다.


<미세 좌절의 시대> 출판 기념으로 저자인 장강명 작가님의 북토크에 참석한 적이 있다. 북토크 행사에서 장작가님에 대한 질문 중 하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회자: "최근에 본 책 중에서 추천하고 싶은 책은 무엇인지요?"


장작가님:  "차무진 작가님의 <여우의 계절>을 추천합니다. 최근에 발간된 책인데… 고려시대… 귀주대첩을 배경으로 했고요… 정말 흥미로웠는데 흥미로웠던 부분은… (정말 신이 나서 한 5분을 설명하셨다)."


사회자: "저는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책을 추천할 때 본인에게 아무 이득이 없어도 이렇게 열정적으로 추천하면 너무 인상 깊더라고요."


장작가님: "제가 그랬나요?? ㅎㅎ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실 나도 <여우의 계절*>을 읽었던지라 더 반갑게 장작가님의 설명을 공감하며 들을 수 있었다. 그렇다. 내가 책을 나줘주는 이유는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을 타인에게 순수한 마음으로 추천해 주고 함께 공명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 책도 밀리의 서재를 통해 읽었네요… 밀리의 서재 광고는 아닌데… 의도치 않게…  


그럼에도 굳이 책을 나눠주는 이유에 대해 사족을 붙이자면,


불교 용어에 도반道伴이라는 말이 있다. '함께 도를 닦는 벗'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데 나는 믿는 종교가 없음에도 이 말을 참 좋아한다. 그리고 믿는 종교가 없음에도 불교에서 설파하는 도道를 찾고자 하는 마음은 간절하다. 기독교로 치면 진리眞理를 갈구하는 마음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비록 절에서 혹은 수도원에서 도를 닦지는 못하지만 그나마 속세에서 도를 닦을 수 있는 방법을, 나는 독서라고 믿는다. 그래서 사회에서도 함께 도를 닦을 도반을 만나고 싶어 한다. 내가 책을 나눠주는 또 다른 이유다.  


p.s. 책을 추천하거나 줄 때는 딱 한 가지 원칙만 지킨다. 내가 반드시 읽은 책일 것. 그 외에는 상대방에 맞다고 믿는 책을 내가 마음대로 고른다.


예를 들면 이런식이다.

부산 영도가 고향이라고 하면, 김언수 작가님의 <뜨거운 피>를,

시대 변화에 관심이 많다고 하면, 송길영 작가님의 <시대예보>를,

버마(미얀마)가 궁금하다고 하면, 고 조지 오웰 작가님의 <버마시절>을,

미디어에 비친 내용 말고 실제 아프가니스탄을 알고 싶다면, 할리드 호세이니 작가님의 책을,

아, 그리고 최근에 읽은 책 중에 하승민 작가님의 <멜라닌>이라는 책은 누구에게도 추천해주고 싶다. 아니, 읽겠다고 하면 사서라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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