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철학자 장 자크 루소가 쓴 <에밀>이라는 교육학 고전이 있습니다. <에밀>은 루소가 선생님이 되어 에밀이라는 한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어른이 되기까지 에밀을 가르치면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들려주는 이야기지만, 저같이 40 먹은 꼰대가 읽기에도 참 좋은 책입니다. <에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을 소개합니다.
"가장 오래 산 사람은 가장 나이 들어 죽은 사람이 아니라 인생을 잘 느끼다 죽은 사람이다"
이를 회사 생활에 대입해 보겠습니다. 저는 대기업 2군데에서 10년 넘게 근무했고, 현재는 중소기업에서 2년 넘게 다니고 있습니다. 오늘은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아닌,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에 대해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회사규모보다 훨씬 더 중요한 얘기입니다.
제가 10여 년을 대기업에 다니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가장 큰 실망을 했던 점이 있습니다. 그냥 흘러가는 데로 시스템에 몸을 맡긴 채 지내는 사람입니다. 짧게 요약하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비슷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특히, 저의 선배들이 그랬는데, 보통 대기업에서 15년 이상 연차에서 해당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선배들을 보면서 저는 갑갑증을 느꼈습니다. 대기업은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성향이 크기 때문에 제 미래도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루소가 <에밀>에서 말하는 무의미하게 오래 산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중소기업은 어떨까요? 제가 대한민국의 모든 중소기업을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중소기업은 주체적으로 사는 사람의 비율이 높았습니다. 시스템보다는 개개인이 더 중요해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비슷하게 보내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제 후배는 '운 좋은 사람'이라고 표현하더군요. 아마 후배 입장에서는 일도 열심히 하지 않고, 월급만 따박따박 받아가는 게 부러워서 그랬을 겁니다.
이렇게 보니, 회사의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느 조직에서든 발전 없이 세월만 보내는 사람은 꼭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정말 행복한지는 의문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루소가 말했듯이,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잘 느끼며'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회사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매일 새로운 도전과 배움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회사 생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물론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안정 속에서도 자신만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업무 지식을 습득하거나, 동료들과의 협업을 통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등의 작은 도전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회사의 규모가 아닙니다. 어떤 환경에서 일하든, 스스로가 얼마나 주도적으로 살아가느냐가 핵심입니다.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을 의미 있게 만들어가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잘 사는' 사람이 아닐까요?
우리는 종종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를 두고 고민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그곳에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루소가 말한 것처럼 '인생을 잘 느끼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