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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그다드Cafe Jun 29. 2024

출산장려

잘 살아보세! 

우선 진상의 여러 정의를 살펴보자.


진상(眞相): 사물이나 현상의 거짓 없는 모습이나 내용.

진상(進上): 진귀한 물품이나 지방의 토산물 따위를 임금이나 고관 따위에게 바침.

진상(珍賞): 진귀한 것을 보고 기뻐서 즐김.


내가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진상은 최근에 생긴 순우리말로 추측되며, 아무리 찾아봐도 매칭되는 한자어는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냥 JS라고 쓰겠다.

ChatGPT가 정의하는 JS는 다음과 같다.

'상황이나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고, 무례하거나 지나치게 요구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주로 서비스 업종에서 과도한 요구를 하며 타인을 힘들게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용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무례하고 과도한 요구를 하는 사람이 있다. 나일수도 있고, 이 글을 읽는 당신일 수도 있다. 굳이 이를 강조하는 이유는, JS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반성하고 환기하며 조심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캐릭터를 JSMS(진상밉상)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마치 MBTI의 한 유형같다.

JSMS에도 세부적으로 다양한 캐릭터가 존재한다. 오늘은 <잘살아보세! 출산장려형 JSMS> 편을 다루고자 한다.


직장생활을 하며, 심심치 않게 출산장려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나의 짧은 사회생활 누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할 때, 성별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으며, 나이가 많을수록 심해지는 경향이 있지만, 젊은 남자들도 의외로 많이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삼십대후반에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Hoya를 얻었다. 이 표현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Hoya를 낳고 기르는 9할이 아내의 노력 덕분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아내가 Hoya를 낳고 기르고 가끔씩 나는 Hoya와 놀았다' 정도가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아내의 노고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육아에 제대로 동참하지 않는가? 그건 아닌 거 같은데... 나름 열심히 하는데... 아내는 좀 만족하지 못하는 거 같기도 하고... ➡️⬅️


내가 직접적으로 때로는 간접적으로 느낀 출산과 육아는 정말 힘들다. 어떤 숭고한 정신이 없다면 맨정신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렇다면 출산과 육아는 힘든 점만 있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Hoya의 성장 과정에서 느끼는 기쁨은,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진귀한 어떤 것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아무리 기쁨과 환희가 있더라도 힘든 것은 힘든 것이다. 특히, 아내는 출산 후 1년 뒤에 회사로 복직하며 워킹맘 지옥불로 투신했다.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Hoya를 어린이집으로 보내고, 정신없이 퇴근해 Hoya를 돌본다. Hoya를 씻기고 재울 준비가 되면 그 때 아내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저기 어딘가 영혼을 떠나보낸다. 나는 실제로 매일밤 아내의 영혼이 떠나는 모습을 넋놓고 본다. 그렇다면 나는, 육아에 제대로 동참하지 않는가? 그저 아내의 영혼이 털리는 모습을 넋놓고 볼 뿐인가? 그건 아닌 거 같은데... 나름 열심히 하는데... 아내는 좀 만족하지 못하는 거 같기도 하고... ➡️⬅️


여기까지 읽고 섣부른 해결책을 제기하는 분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내가 휴직하면 되겠네? 아니면 글쓴이가 휴직하면 되겠네? 아니면 시터를 구하면 되겠네? 등등 명쾌하고 간결한다.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이면 당신은 JSMS일 확률이 높다. 한 개인의 사정은 무척 복잡하여 명쾌한 해답을 구할 수 없을 때가 많다. 하물며 아내, 육아, 가족 등이 얽힌 문제는 당사자가 아니고서야 타인은 본질을 모른다. 실제로 내가 육아 지원의 어려움을 겪자, 나의 직장 상사는 시원시원하게 답변했다.


'야, 돈으로 떼워! 이모님도 쓰고! 너 돈 많잖아!'

나보다 한참 어른이지만 그 말을 들을 때는 눈을 찌르고 싶었다. 나는 돈도 충분히 없을 뿐더라, 믿고맡길 만한 이모님이 그렇게 쉽게 구해지나? 나는 눈치 덜보고 나의 연차를 쓰면서 육아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말을 꺼냈는데, 돌아온 답은 아무말 육갑 대잔치였다. (월급이라도 많이 주시라구요!!)


그래서 나는 함부로 출산을 장려하는 류의 선배, 후배, 동료가 싫다. 출산과 육아는 결국 한 생명을 성인이 될 때까지 책임을 짊어지고, 걱정하고, 나를 나누어 주어야만 하는 일이다. 정말 큰일이고 책임감을 요하며, 엄청난 각오가 따라야 한다. 이러한 희생을 남에게 강요할 자격은 본인 외에는 누구도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오롯이 본인이 선택할 일인 것이다.


미얀마 시멘트 공장에서 일할 때, 사업을 하는 형을 알게 되었다. 그 형은 몽골에서 혈혈단신으로 시멘트 첨가제 사업으로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가, 몽골 사업이 침체되어 미얀마에서 재기를 노리던 중에 나를 만났다. 형은 당시에 돌싱이었고, 고등학생 중학생 아들 2명을 미얀마에서 키우고 있었다. 그 때는 Hoya가 생기기 전이었다. 그런 형이 나에게 조언했다.


"JK(글쓴이)야, 애 키우는 거 장난아니다. 진짜 진짜 고민 많이해야 돼. 그냥 결혼했으니깐 애 낳아야지 이렇게 절대 생각하면 안돼."

어리석었던 나는 바보같은 질문을 했다.


"형. 늙었는데 자식없이 외로우면 어떻해요?"


"임마! 자식있어도 외로운 사람 많어! 그딴 허약한 생각으로 아기 키우면 안돼. 그래도 외로우면 고양이 키우면 돼!"


나는 절대 출산과 육아를 먼저 장려할 생각이 없다. 다만, 누군가 출산에 대해 물어온다면, '한 때는 성공한 젊은 사업가였지만, 몽골과 미얀마에서 시멘트 첨가제 사업이 망했고 지금은 재기를 꿈꾸는 돌싱이자 두 명의 남자 아이를 책임지는 아는 형'의 조언을 그대로 동어반복하고자 한다.


"애 키우는 거 장난아니다. 진짜 진짜 고민 많이해야 돼. 그냥 결혼했으니깐 애 낳아야지 이렇게 절대 생각하면 안돼."

<Hoya가 아가였을 때, 역설적이게도 벌써 그 시절의 Hoya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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