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보지 않았으면서, 제목만 기억하는 영화. 나에게는 '오! 수정', '벤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등 그 중에서도 압권은 2015년도에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이다.
실제로 N검색을 통해 알아보니, 관객수는 8만명 이었다. (생각보다 많네??) 그렇다고 지금 이 글을 위해 영화를 다시 보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과감히 줄거리만 봤다.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영화감독 함춘수(정재영 분)가 특강을 위해 수원에 내려가고, 거기서 우연히 윤희정(김민희 분)을 만나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영화이다. 어디선가 홍상수 감독은 본인의 작품에서 본인의 페르소나를 등장시켜 못다 이룬 꿈(?)을 얘기한다고 하던데, 이 영화도 비슷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이 영화 제작을 계기로,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배우의 사랑이 싹텄다고 한다. 이 세기의 로맨스를 접한 내 지인은 컨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했드랬다.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컨텐츠가 있으면, 인기가 있고 매력도 있다는... 머 대충 아무말 대잔치 논리였다. 이쯤해서 홍상수 감독 얘기 때문에 불편해지는 분이 계시리라. (실제 나의 아내는 홍상수 감독 얘기가 나오면 불편해한다) 하지만 걱정마시라. 이 지면에서는 과감히 흥미진진한 가십거리를 다루지는 않을 계획이다. 단지, 제목만 참고할 뿐.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우리회사의 임원과 부장님들은 전혀 그렇지 않지만 ^^;; 전직장과 전전직장, 그리고 주변 지인들의 하소연 data에 기반했을 때,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던가, 아니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던가 하는 직장 상사 유형이 참 많다. 이런 류의 특징은 1) 단순히 기억력이 나쁘거나 2) 기억은 하지만 어떤 상황이 닥치면 과거의 말을 번복하고 무조건 잡아뗀다. (소시오 패스 특징: 무책임하고 거짓말을 일삼음)
1)번 유형도 세부적으로 나뉠 수 있다. 기억을 못하는 상황이 닥쳤을 때, 주위에서 기억이 잘 못 됐음을 지적하면, 1-1) 자신의 기억이 잘 못 됐음을 겸허히 받아드리는 유형, 1-2) 내가 언제 그랬냐며 역정을 내는 유형(역시 소시오 패스 특징: 공감 능력 부족, 폭력적 경향)으로 나뉜다.
그렇다면 누가 제일 나쁠까? 1-1) 유형 빼고는 다 나쁘다. 하지만 슬픈 현실은 대한민국 회사에서 1-1) 유형의 임원, 중년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면 유니콘일수도 있겠다.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마치 고구려 벽화의 삼족오, 현무, 주작, 청룡과 같은 존재말이다.
<1-1 유형의 상사는 위에 벽화처럼 상상 속에만 존재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왜 그때는 틀렸는데 지금은 맞다고 우기거나, 지금은 틀렸는데 그때는 맞았다고 잡아뗄까?왜 이렇게 뻔뻔할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가령, 지금 대한민국 회사의 주류는 60년대 생과 70년대 중반 생의 중년들인데 그들이 한창 일을 하고, 아이덴티티를 적립할 때인 20대 30대에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 이었다. 이 개도국 아이덴티티가 쭉 이어져, 개도국의 성장 공식을 아직 탈피하지 못하지 않았나싶다.
개도국의 성장 공식이란 선진국을 copy하여, 낮은 인건비를 활용해 될 때까지 따라하면 된다. 즉, '까라면 까고, 무조건 하면 된다' 정신이다. 그러면 어느 정도 경제 성장은 이룰 수 있다.
사실 나는 개도국인 이라크와 미얀마에서 5년 정도 직접 노동을 해봤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개도국 분위기를 제법 안다. 이라크에서 '이라크는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미얀마에서도 주어만 바뀐채 똑같은 말을 많이 들었다. '미얀마에서는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 심지어, 작년에 멕시코에 프로젝트가 있어 멕시코에 출장을 갔는데, 똑같은 말을 들었다. '멕시코에서는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
아무래도 개도국은 정립된 시스템이 허약하기 때문에, 잡아떼면서, 잘 우기는 뻔뻔한 캐릭터가 우대 받는 것 같다. '안 되면 되게 하라'라든지, '까라면 까' 등등이 여전히 잘 먹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핵심은 뻔뻔함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뻔뻔해야 개도국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에 진입했고, 선진국 중에서도 독특한 지위에 있는 나라이다. 중국(바이두), 러시아(얀덱스)를 제외하고, 구글이 아닌 한국만의 검색엔진을 보유하고 있는 IT 강국이며, 반도체/전자 등 상위 제조업에서도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조선/방위 산업에서도 이제는 밀리지 않는다. 또또, K팝/K푸드/K패션도 있다. 사실 우리는 우리나라에 살아서 잘 모르지만, 확실히 우리나라는 어디에도 없던 New 선진국으로 들어섰다. 즉, 이제는 copy할 선진국이 없다. 우리가 새롭게 rule을 만들고 개척해야만 한다. 언제까지 뻔뻔하게 우기면서 일할텐가? 그래서 나를 포함한 중년들이 싸잡아서 꼰대 소리 듣는 거다. (물론, 우리회사 임원들은 그렇지 않다 ^^;;;;)
장강명 작가님의 책 <미세 좌절의 시대>에 '흥미로운 중년이 되기 위하여'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거기서 작가님은 중년들에게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중년들이여, 책을 읽자. 주름 제거 시술보다 시급하다. 콘텐트 부재도 주름만큼 훤히 보인다.
나는 살짝 덧붙여(숟가락 얹기)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나를 포함한 중년들이여, 술 마시지 말고, 책을 읽자. 컨텐츠가 있다면, 홍상수 감독님처럼 매력있는 사람이...(아내가 또 싫어하려나...나는 그저 컨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을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