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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일자리는 안전한가요? 진짜 안전한가요?

불안과 린치핀 사이

by 바그다드Cafe

얼마 전에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습니다. 웹툰 작가의 창작을 돕는 AI를 제작한 스타트업 '리얼드로우'에 대한 소개입니다.


https://v.daum.net/v/VBGfMsg2l3?x_trkm=t

기사를 요약하면, '리얼드로우가 개발한 AI모델에 웹툰 작가가 그간 그려둔 웹툰을 넣으면 AI모델이 작화를 학습해서 등장인물 채색이나 배경 채우기 등 반복 작업을 알아서 처리한다'입니다.


저는 어렸을 적 만화책을 많이 읽으면서 자랐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유명한 만화가의 문하생들이 덜 중요한 기본적인 배경이나 반복되는 패턴을 그린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습니다. 문하생들은 유명 만화가(혹은 웹툰 작가) 사단에 합류해서 허드렛일(덜 중요한 배경이나 반복 작업)을 하며 실력을 갈고닦아 유명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문하생들의 일이 드디어 AI에 의해 대체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유독 눈에 들어온 문장이 있었습니다. 바로, "단순 반복 작업을 하는 데 썼던 시간을 작가는 이제 작품 완성도를 올리거나 새 작품을 구상하는 데 쓸 수 있다"입니다.


특히, "단순 반복"이 와닿았는데, 확장해서 해석해 보면 "단순 반복"적인 일을 하는 사람은 분야를 막론하고, AI에 대체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가 직장인 세계에서 불안을 키운 본질입니다. 바로 "AI가 내 일자리를 대체하면 어떡하지?"와 같은 불안입니다. 불안한 이유는, 그간 우리는 AI에 쉽게 대체될 수 있게 지난 300년 동안 일해왔기 때문입니다. 잠시, 세스 고딘의 <린치핀>의 일부분을 살펴보시죠.


산업혁명 이후 거의 300년 동안 우리는 그런 식으로 일을 해왔다. 공장 주인들이 원하는 직원은 기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사람, 고분고분 말 잘 듣고 보수를 적게 주어도 되는 언제든 쉽게 갈아 끼울 수 있는 톱니바퀴 같은 사람이다. 공장은 생산성을 높이고 생산성은 수익을 높인다. 이런 시스템이 지속되는 동안 (적어도 공장 주인들은) 행복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간 고분고분 말 잘 듣게, 언제든 쉽게 갈아 끼울 수 있는 톱니바퀴 같은 사람으로 길들여져 왔기 때문입니다. 즉,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단순 반복(톱니바퀴 같은 일)적인 일에 익숙해지도록 길들여져 왔습니다. 하지만 AI가 세상을 집어삼키기 전까지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린치핀>을 조금 더 인용하겠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혼란을 겪고 있는 이유는 변화해야 하는 시기에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조직에 끝까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많은 보수를 챙겨가는 고지식한 사람, 시키는 대로 일하는 사람,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사람, 업무 지침만을 따지는 사람, 주말만 기다리며 일하는 사람, 안전한 길만 가는 사람, 잘리지 않을까 늘 걱정하는 사람들이 조직을 지키고 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고분고분 말 잘 듣는 무리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저는 이 대목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냉정하게 여러분이 속한 조직을 한 번 둘러보길 바랍니다. 대부분 고지식한 사람, 시키는 대로 일하는 사람, 업무 지침만을 따지는 사람들 속에 둘러싸여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AI시대에 비슷한 무리 속에서 경쟁력을 잃어 갈 것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당장 회사를 떠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의 위치에서도 변화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해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다른 부서 동료들과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주말 시간을 투자해 온라인 강의를 듣거나, 업무 중에도 AI 도구들을 적극적으로 실험해 보며 그것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구체적인 행동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AI는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지만, 인간은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웹툰 작가의 경우 AI가 배경을 그리는 동안 더 독창적인 스토리텔링과 캐릭터 개발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둘째,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감성 지능을 개발해야 합니다. 고객 응대, 팀 협업, 갈등 해결 등 복잡한 인간관계를 다루는 능력은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셋째, 지속적인 학습과 적응력을 갖춰야 합니다. AI 시대에는 한 번 배운 기술로 평생을 살아갈 수 없습니다.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끊임없이 학습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넷째,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AI를 위협으로만 보지 말고, 자신의 생산성과 창의성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다섯째, 자신만의 독특한 전문성을 개발해야 합니다. 단순히 업무 매뉴얼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통찰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고유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합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관계의 깊이와 신뢰는 대체할 수 없습니다. 같은 분야의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안전한' 일자리를 찾아 헤매지 말아야 합니다. 과거에는 변호사, 회계사와 같은 전문직이나 고학력 직종이 "안전한 직업"으로 여겨졌지만, AI 시대에는 이러한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있습니다. ChatGPT와 같은 AI는 이미 법률 자문이나 회계 업무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하고 있습니다.


대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적응력과 창의력입니다. 실제로 이미 많은 선구자적인 전문가들이 이러한 변화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법률가들은 AI 법률 도구를 활용해 단순 계약서 검토 시간을 줄이고, 대신 복잡한 협상과 고객 상담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AI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AI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AI와 함께 성장하는 능력에 있습니다. <불안>을 쓴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법을 배우는 순간에만 변화할 수 있다."


우리의 일자리가 안전한가에 대한 답은 "아니요"입니다. 하지만 이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이기도 합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끊임없이 성장하는 사람만이 AI 시대에서 진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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