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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그다드Cafe Jul 04. 2024

낀대의 메타인지 적용 방식

거리두기

아마 몇 해전 코로나 시국이었을테다. 한 때 유행처럼 메타에 열광했던 적이 있었다. (메타/Meta라는 접두사는 '초월한', '넘어서'라는 뜻을 가지고 있음). 메타버스, 메타데이터, 메타분석, 메타언어, 메타인지 등등. 나도 휩쓸려 메타버스 관련 주식(로블록스 상장 초기에 샀다가 폭망함)도 사보고, 관련 책도 꽤 읽었드랬다. 하지만 지금 메타 관련해서 나한테 남아있는 것은 메타버스 주식도 아니요(진즉에 손절했다), 메타언어도 아니요(한국어 한 가지도 잘 못하는 내가 무슨...) 심지어 현생의 메타가 만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도 손절했다. 하지만 바로 메타인지에 대한 나만의 개념과 나만의 실천만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유는, 메타인지는 여러 메타 친구들 중에 나를 조금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 개념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서, 일을 대하는 태도에서.


메타인지(Metacognition)의 대중적인 개념은, 자신의 인지 과정에 대한 인식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즉, '생각에 대한 생각' 혹은 '인지에 대한 인지' 라고도 불린다. 나는 이런 개념을 스스로 즐겨 적용한다. 예건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의식하며, '왜 이런 생각을 하지?' 혹은 '이런 생각은 어디서 왔지?' 라는 식이다. 나를 객체로 여기고, 객관화하는 시도인데, 꽤 유용하다. 특히, 어떤 걱정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며, 걱정에 본격적으로 매몰되기 전에 효과 만점이다. 가령, 걱정을 하는 나에게 조용히 내가 묻는다. '이번 걱정은 어때? 심각해?' 등등. 그러면 종종 걱정이 아무것도 아닌게 되버린다. 그래서 나는 메타인지를 '나와 거리두는 사고 방식' 이라고 나만의 언어로 정의한 후, 스스로에게 적용한다.


이런 습관을 확대하면, 일을 할 때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다. 예컨데, 어떤 일을 하고 있지만 일이 잘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아니, 많다). 이때! 잠깐 일을 멈추고 나에게 누군가(실은, 나다) 묻는다. '이 일을 왜 하는거야? 일의 본질은 머라고 생각해? 이 일은 진짜 필요한 일이야?' 일명, '일에서의 거리두기'인데, 꽤 효과가 있다.


실은 나는, 그렇게 부지런하지도 못하고 많은 일을 왕성하게 처리할 수 있는 에너지도 부족한 사람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의식적으로 일과 거리두기를 행함으로써 꽤 어려운 일을 제법 처리할 수 있었다. 이를 x축과 y축으로 나눈 중요-긴급 매트릭스에서 적용할 때,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을 처리하는데 가장 탁월한 방법이라고 나는 믿는다. (아래 별표 부분) 이러한 방법이 숙달되면 긴급하고 중요한 일을 처리할 때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긴급하고 중요한 일을 처리할 때는 아직도 후덜거리기 때문에 '거리두기'를 적용하기 쉽지 않다. 그치만 긴급하고 중요한 일에도 적용하기 위해 여전히 노력 중인데, 나만의 언어로 번역하면 '태풍속에서도 고요하기' 쯤 될테다. (그릇이 적고, 부족한 인간인지라 매우 어렵다)


<조만간 중요-긴듭 매트릭스에 대해 나만의 시각으로, 나만의 노하우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얼마 전에, 반가운 글을 만났다. 내가 최애하는 작가님 중 한 분인 김민섭 작가님이 <당신은 제법 쓸 만한 사람>이라는 책에서 글쓰기가 잘 되지 않을 때 스스로 적용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키워드는 '글쓰는 나와의 거리두기'인데, 결국, 글쓰기에서도, 일을 할 때도, 인생에서 큰 위기를 만났을 때도 나와의 거리두기인 나만의 메타인지가 필요함을 새삼 깨달았다. 여러분도 적용해보시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김민섭 작가님의 글을 살짝 옮기며, 이번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우선 글을 절반쯤 쓰고 나면 반드시 ‘딴짓’을 한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그동안 쓴 글들을 카카오톡에 옮긴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근처 공원이나 시장 같은 곳을 걷는다. 이때 중요한 건 비우는 일이다. 굳이 다른 복잡한 일을 만들거나 고민하지 않는다. 어떤 감정이나 경험을 만들어내고 나면 그것이 글에 반드시 영향을 미친다. 걷다가 문득 카카오톡을 본다. 내가 붙여 넣은 글들을 스크롤하면서 읽어나간다. 그러면 노트북 모니터로 볼 때와는 다르게 새로운 맥락이 보인다. 교정해야 할 부분들을 카카오톡에 메모하면서 읽어나가고, 그다음을 어떻게 구성해야겠다는 구상을 마치고, 다시 글을 쓰던 자리로 돌아와 그 문장들을 고친다.

<당신은 제법 쓸 만한 사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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