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와 인생
매일 아침, 회사 건물 1층에 도착하면 습관처럼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릅니다. 눈은 스마트폰을 보고 있지만, 손은 자연스럽게 익숙한 숫자(7층, 9층, 혹은 12층쯤)를 누릅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어김없이 조용한 상행선이 시작됩니다.
그 짧은 시간. 가끔 이상한 생각에 빠집니다.
"지금 나는 인생의 몇 층쯤에 와 있을까?"
엘리베이터는 일정한 속도로 위로 올라가지만, 내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회사에선 늘 비슷한 층을 오르내리지만, 내 인생이 지금 오르고 있는지, 멈춰 서 있는 건지, 아니면 슬며시 내려가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는 날도 많습니다.
스무 살 무렵엔 서른이면 인생의 중턱쯤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서른이 되면 마흔쯤엔 모든 게 정리되어 있을 줄 알았죠. 하지만 어느새 그 마흔을 바라보며 엘리베이터에 서 있는 지금, 나는 어디쯤 와 있는 걸까요. 어디가 꼭대기인지, 지금 내가 몇 층에 서 있는지 전혀 감이 오질 않습니다.
엘리베이터는 참 친절한 기계입니다. 목적지를 정확히 알려주고, 몇 층에 도착했는지도 숫자로 보여줍니다. 불필요한 말도 없고, 눈치도 볼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습니다. 몇 층이 끝인지도 모르고, 지금 이 오름이 진짜 '상승'인지조차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특히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그런 감각은 점점 더 무뎌집니다.
업무는 매일 쌓이고, 회의는 반복됩니다. 가끔은 엘리베이터 층수가 바뀌는 속도보다 내 하루가 더 천천히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게다가 인생의 엘리베이터는 '삐-' 소리도 없고,
'열림' 버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내가 원하는 층이 있어도, 어느새 누군가가 눌러놓은 버튼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나를 봅니다. 그런 날은 마치 하행선을 탔다가, 중간에 억지로 내린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회사 엘리베이터는 늘 목적지가 정해져 있지만, 우리네 인생은 조금 다릅니다. 누군가는 빠르게 오르고, 누군가는 몇 층에서 오래 머뭅니다. 어떤 사람은 아주 낮은 층에서 시작해 계단으로 하나하나 오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모두가 각자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걸 늦게서야 깨닫습니다.
얼마 전, 후배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저는 습관처럼 익숙한 층을 눌렀고, 후배는 말없이 옆에 섰습니다.
"요즘 어떠니?" 제가 물었고, 후배는 멋쩍게 웃으며 "그냥요…"라고 했습니다.
그 '그냥요' 속에 담긴 마음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았습니다. 그 나이, 그 층수의 감정은 저도 지나왔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함과 조용한 불안이 엘리베이터 안에 가득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층을 통과하며 자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단지 그걸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뿐이죠.
요즘은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그 짧은 정적 속에서 자꾸 생각이 많아집니다.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 지금 이 층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엘리베이터 문은 조용히 열리고 닫힙니다. 그 사이를 오가는 우리의 하루도 마찬가지입니다. 위로 가든, 아래로 가든, 중요한 건 방향보다도 깨어 있는 감각입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어떤 층에 있는지를 스스로 물어보는 태도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언젠가, 어떤 층에서 문이 열릴 때, "아, 이 정도면 잘 올라왔네."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