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그다드Cafe Jul 15. 2024

직원 관리가 힘들다는 중소기업 사장님 고민

서오릉 피자, 제2의 피자헛이 되기를 바라며

나는 중견 기업 규모의 배터리 소재 업체 구매 팀장이다. 아무래도 구매를 맡고 있다보니 여러 협력 업체 사장님들과 직접 얘기할 기회가 많다.


내가 아는 거의 모든 사장님들은 회사의 규모를 떠나 대부분 훌륭하시고 배울 점이 많다. 특히,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신 사장님들의 눈물 겨운 사연을 들을때면, 나도 모르게 숙연해진다. 힘든 상황에서도 기업을 일으키고, 지키고, 키우고, 결국 일자리를 창조해 낼 때마다 영웅은 멀리 있지 않구나 생각하게 된다.


내가 아는 Y사장님께서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창업을 결심하셨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퇴직금을 비롯해 전재산을 털어, 덜컥 공장을 사셨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공장을 샀으나 최초 계획이 변경되어 다시 무엇을 어떻게 공장을 채워 매출을 일으킬지 막막했단다.


그 후, 수많은 격동의 파고를 넘고 넘어 지금의 회사가 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코스닥 상장 준비를 할 만큼, 내실있는 기업체가 되었다) Y사장님은 평소 독서광으로 유명한데, 일주일에 책을 3~4권은 읽으신다고. 지금도 아무리 바빠도 이른 아침 시간  최소 30분 정도는 비워두고 꼬박꼬박 독서를 하신다고 한다.


E사장님은 손가락이 몇 개 없다. 오른손 검지는 2마디가 없고, 오른손 중지는 1마디가 없다. 왼손도 엄지 1마디와 검지 1마디가 없다. 금형 및 프레스 기술자 출신인 E사장님은 젊은 시절 프레스에 손가락을 몇 개 잃고, 사장님이 된 뒤에도 손가락 몇 개를 잃으셨다고 한다.


E사장님과 저녁을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술을 꽤 마시고 사장님이 취했다. 그러곤 손가락 잃은 얘기를 하셨다. 그래서 내가 사장님의 사연을 알게 되었다.


어느 날 내가 물어보았다. '손가락을 가져간 프레스가 무섭지 않으시냐고, 아직도 프레스를 하시는 이유가 머냐고.' E사장님은 대답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할 수 있는게 이거 밖에 없다고. 그래도 프레스 판 제일 밑바닥 금형쟁이부터 시작해서 이렇게 사업을 키웠다고. 자식들도 셋이나 키워냈고 시집 장가 다 보냈다고.'


우리 아버지도 손가락이 몇 개 없으시다. 지게차에 손이 깔리는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E사장님을 볼 때면 우리 아버지가 막 생각나거나 동일시 되지는 않는다. E사장님은 지금은 어엿한 사장님이시기 때문이다. (재력도 상당하신 걸로 안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E사장님의 손을 볼 때면,  마음이 찡하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도 찡하다.


H사장님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대학 공대를 졸업했다. 그 분은 일찍부터 창업에 뜻이 있으셨던지 줄곧 중소기업에서 일하다가 어느 순간 창업을 했고, 씨드 머니를 모아 지금 회사의 최대 주주 지분을 확보했다. 그리고 CEO가 되어 직접 경영을 하며 지금의 회사를 건실하게 키워냈다. 코스피 상장사이며, 반도체 부품을 주력으로 만드는 튼튼한 회사이다.


사장님은 이제 50이신데, 여러모로 인상적이다. (능력은 당연히 내가 논할 수 없는 부분이고) 개인 이름을 붙인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신다든지, 골프는 전혀 못치며, 대신에 주말에는 싸이클만 주구장창 타셔서 엄청난 허벅지 굵기를 자랑한다든지, 직원들 보여주기용인지는 몰라도 비행기는 무조건 이코노미석만 타신다든지... 여러모로 신기하면서도 많은 자극을 주는 분이시다. 물론, 기사님이 운전하는 새하얀 제네시스 G90을 타고 다니기는 하시지만...


내가 만난 사장님들은 각기 영위하는 사업군도 다르고, 다들 개성 또한 다양하다. 그래서 '사장'이라는 타이틀 외에는 어느 하나 비슷한 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사장님들 사이에서 공통적인 고민을 한 가지 찾아냈다.


바로... 훌륭한 직원 구하기가 어렵고, 인력의 유출도 막기 렵다는 것! 특히, 내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공장이나 사업장 위치가 지방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인력 유치와 유지가 더 힘들다고 한다. 그런 고민을 하시는 사장님들 중에 나랑 특히 친한 분들에게 내가 보내드리는 먼가가 있다.


바로... <서오릉 피자에서 좋은 사장님 되는 11가지 방법> (이하, 서피좋은사장11) 이다.


나는 서오릉 피자를 좋아하는데, 단순히 맛 때문만은 아니다. 서오릉 피자도 맛있지만 다른 맛있는 피자도 많고, 다른 맛있는 것들도 많은 시대이니깐.


내가 서오릉 피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서피좋은사장11> 포스터 때문이다. 다른 지점에도 전부 붙어 있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내가 주로 가는 우리 동네 가게와 내가 가본 몇몇 가게에는 저 포스터를 각 지점 사장님들께서 가게에 붙여 놓았다.


11계명 내용을 살펴보면,


01.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02. 노후한 기계 및 장비는 교체하라

03. 메뉴얼과 시스템을 만들어라

04. 업무가 많다면 직원을 채용하라

05. 가족같이 일 시키려면 호적에 올려라

06. 직원의 실수는 대표의 책임이다

07. 직원은 첫번째 고객이다

08. 사람이 미래다 NO NO 급여가 미래다

09. 가치있는 업무로 비전을 공유하라

10. 7할에 만족하라

11. 그럼에도 격려하라


업종은 다르지만, 피자집의 경영철학 11계명을 지킬 수 있다면 최소한의 직원 유출은 막을순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되어 친한 사장님들께 여전히 보내드리고 있다.


그런데... 잠깐... 여기까지 글을 읽은 독자님들 중에 의문이 드는 분이 있을 줄 안다. 과연 글쓴이 회사 사장님께는 글쓴이가 전달했을까? 남의 사장님들께 전달하는 것처럼.


정답은 NO. 이유는 우리 회사는 이미  11계명이 잘 지켜지고 있기 때문에!!


나라도 우리 팀원들을 대상으로 9번 10번 11번을 먼저 실행해야겠다. 하... 그러고보니 오늘 7할 정도 일을 한 팀원이 있었는데, 내가 만족하지 못하고 다소 아주 조금 버럭해버렸다. 내일은 그러지 말아야겠다며 다시 다짐해본다.


7할에 만족하고, 그럼에도 격려해라.


우리 동네 서오릉 피자 가게에 걸려있는 '감동스런' 포스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