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문턱에 들어서면서, 시간이 지나가는 속도가 더욱 빨라진 것처럼 느껴진다. ‘눈을 감았다가 뜨면 이내 저녁이고, 조금 더 오래 감았다가 뜨니 문득 70~80세가 되어 있다’는 어르신들의 말이 점점 더 공감이 간다. 인생의 열차는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속도가 빨라지는 듯하다. 20대는 시속 20㎞로, 30대는 30㎞로, 60대는 시속 60㎞로 달린다는 비유는 점점 더 현실처럼 다가온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일정하게 흘러가지만, 사람마다 그 시간을 느끼는 속도는 다르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은 ‘시간수축효과(Time Compression Effect)’라고 일컫는다. 이 효과는 실제로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간이 더욱 빨리 지나가는 느낌을 강하게 만든다.
나이 들어가면서,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일까? 그 중 하나는 바로 '시간'일 것이다. 어쩌면 노인의 시간은 그 어떤 것보다 귀하다. "시간은 금이다."라고 하지만, 노인의 시간은 그 어떤 금보다 더 귀하다. 그 시간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느껴지지만, 그것을 슬프거나 아쉽다고만 느낄 수는 없다. 오히려 그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면, 이 세상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린 시절, 봄꽃의 향기나 여름 햇살, 가을의 바람, 겨울의 눈 내리는 풍경을 보며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그것들을 다시 얼마나 더 느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시간이 흘러가 버리는 것이 안타깝고, 그 세월 속에서 충분히 누리지 못한 것들이 아쉽다.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지금, 우리는 시간의 본질에 대해 더 깊이 성찰하게 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시간을 두 가지로 나누어 이해했다.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라는 개념이 그것이다. 크로노스는 객관적이고 물리적인 시간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생로병사의 시간, 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일상적인 시간이 바로 크로노스다. 반면에 카이로스는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시간이다. 해가 뜨고 지는 것과는 상관없는 시간, 특별하고 질적인 시간이다. 그것은 우리가 느끼는 순간의 영원함을 담고 있는 시간이다. 신이 개입하는 결정적 순간, 자신의 존재를 깨닫고 우주 만물과 하나가 되는 그런 순간을 의미한다. 이 시간은 영원한 시간이고, 생명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크로노스보다는 카이로스를 갈망하게 된다. 크로노스의 흐름에 따라 살아가며, 세월을 보낼 수밖에 없지만, 내면적으로는 카이로스의 순간을 찾고, 그 순간들을 살아가고 싶어 한다. 카이로스라는 빨간 부표를 향해 우리의 인생이라는 배를 항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우리는 종종 바쁨에 휘둘린다. 삶의 바쁨은, 마치 고갈과 불행의 신호처럼 느껴진다. 이 바쁨은 세계의 고요와 단순함을 잃어버리게 한다. 우리는 때때로 고요와 단순함 속에서 자기 자신을 찾고, 마음의 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시간을 잘 활용하고 삶의 의미를 깊이 느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과의 적절한 거리를 두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항상 산만하고, 급하게 흘러가는 느낌을 받는다. 24시간 연결된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히려 '단절의 경험'이다. 이 단절을 통해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나눌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결국 나를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잘 살고 있다는 느낌과 보람은 한가로움을 취하고, 그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드는 데서 온다. 시간이 흐르는 속도에 따라 나도 바쁘게 살아가지만, 중요한 것은 그 속도에 휘둘리지 않고 시간을 내 마음대로 의미화하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단순히 세월을 사는 존재가 아니라, 세월을 구주도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즉, 시간이 나에게 주어졌을 때, 그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중요하다.
오늘날 우리는 시간에 쫓겨 살아가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시간의 속도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달려 있다. 삶의 마지막을 향해 가는 길에서, 우리는 여전히 시간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느껴질 때, 그 시간을 더욱 의미 있게 살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하루하루를 더욱 충실히 살기 위해, 시간을 고요하게 보내고, 그 속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진정으로 잘 산다는 느낌과 보람이 우리를 찾게 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