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 그 균형의 예술

by 정용우

한 친구로부터 카톡을 통해 편지가 보내져왔다. 어느 모임에 갔더니 대부분의 이야기가 건강에 관한 것이었단다. 주요 화제가 ‘건강’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정말 그렇다. 이 나이가 되니 아프지 않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 아프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멈춰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다. 누구는 운동을 해야 한다 하고, 누구는 잘 먹는 것이 우선이라 한다. 누군가는 명상을 말하고, 또 다른 이는 건강검진을 꼬박꼬박 받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다 문득 누군가 물었다. “건강하다는 건 뭘까?”


참 단순한 질문이지만, 답은 단순하지 않다. 세계보건기구는 “건강이란 단순히 질병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라고 정의했다고 한다. 친구는 이 정의를 전해주면서도 이 말은 어딘지 막연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친구는 자기 나름대로 건강에 대해 정의한다. 그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균형을 이루는 상태”란다. 참으로 적절하다 싶어 박수를 쳤다.


살다 보면 종종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경험을 하게 된다. 몸은 분명 여기 앉아 있는데, 마음은 과거나 미래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 분리된 시간들 속에서 우리는 자기를 놓친다. 삶은 오직 '지금 여기'에서만 온전히 경험되는 것인데, 몸과 마음이 엇갈리면, 그 순간 나라는 존재는 사라지고 만다. 이런 존재의 분리 속에서 다시 중심을 잡는 방법은 ‘몸과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수련에 있다. 그래서 나는 건강이란, 단순한 신체적 상태를 넘어서 육체와 정신이 조화를 이루는 깨어 있는 삶의 태도라고 믿게 되었다.


우리 몸은 37조 개가 넘는 세포로 이루어진, 하나의 정교한 우주다. 수천 가지 질병이 존재하지만, 우리는 대부분을 이겨내며 산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 가끔 찾아오는 통증이나 멍, 불편함은 그 자체로 우리 몸이 생생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빌 브라이슨이 말했듯, 언젠가는 걸릴 질병을 지금까지 피해 왔다는 것만으로도 꽤 괜찮은 거래를 한 셈이다.


하지만 육체가 정신의 한계를 규정한다는 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신이 아무리 고결하다 하더라도, 그것을 담아내는 몸이 부실하다면 정신은 공허한 이상으로만 남을 수 있다. 이처럼 몸과 마음은 서로를 제약하면서도, 동시에 서로를 끌어올릴 수 있는 존재다. 그래서 나는 요즘 몸의 언어를 듣고, 마음의 기척을 살피려 노력한다. 하루하루 쌓이는 피로 속에서도 몸을 움직이려 애쓰고, 정신이 멍해질 땐 잠시 눈을 감고 내면을 향해 걸으려 노력한다. 그 과정 속에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건강해지고 있다는 감각이 든다.


운동에는 기적이 없다고 한다. 몸이 달라지려면, 잔근육이 손상되고 다시 회복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정신도 마찬가지다. 삶의 고통을 감당하며 얻는 ‘마음의 근육’은 결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건강’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끈기’라는 단어를 함께 떠올린다. 몸과 마음을 일으키는 유일한 힘이 꾸준함에 있기 때문이다. 이 꾸준함은 자기를 초월하려는 이들의 가장 아름다운 덕목이다.


동양의 지혜에서는 “몸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身外無物)”고 말한다. 몸이 있기에 마음이 있고, 마음이 있기에 행동과 관계가 생긴다. 몸이 다치면 마음도 병들고, 마음이 무너지면 몸도 함께 무너진다. 현대의학은 이제 마음의 병이 실제로 신체 면역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정신적인 불편함’은 실제로 삶을 더 고통스럽게 만든다.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진실은, 이론이 아니라 실존의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는 몸에 대한 집착과 과시에 매몰되기 쉽다. 거울을 보는 횟수가 책을 펼치는 횟수보다 많고, 몸을 꾸미는 데 쓰는 시간과 비용이 마음을 가꾸는 데 쓰는 그것보다 훨씬 크다. 겉으로 보이는 외형은 빛나지만, 내면은 지치고 외롭다. 나는 근육질의 몸에 감탄하기보다, 고통의 시간을 견디며 조용히 자신의 삶을 단련한 사람을 더 존경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면의 근육이야말로, 우리 존재를 지탱하는 진짜 힘이기 때문이다.


몸은 언젠가 늙고 병들고 소멸할 운명이다. 그러나 그 안에 깃든 마음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따라 성숙하고 아름다워질 수 있다. 정신이 육체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완성시키는 관계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결국 건강이란 “정신적, 육체적으로 균형을 이루는 상태”다. 그것은 단순한 도달점이 아니라 생애 전반에 걸쳐 몸과 마음을 끊임없이 조율해 나가는 깨어 있는 ‘수련’이다. 단단한 몸으로 선한 마음을 담아내고, 바른 마음으로 몸을 아끼고 돌보는 삶.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모습 아닐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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