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의 집착, 삶의 여유

by 정용우

“한 마리의 참새가 떨어지는 것에도 특별한 신의 뜻이 있다.”고 말한 이는 바로 윌리엄 셰익스피어였다. ‘햄릿’의 이 구절은 우리가 흔히 느끼는 ‘의미’에 대한 갈망을 잘 드러낸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세상의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일상 속에서 어떤 사물이나 사태 앞에 멈춰 서게 되는 이유도 그 안에 깃든 의미를 발견하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다. 꽃이 피어도 그 앞에서 멈추지 않고 그냥 지나쳐버린다면, 꽃은 그저 한 순간의 시각적 자극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멈추어 서서 그 꽃을 바라보고, 그 꽃이 피어난 이유를 생각할 때, 비로소 그것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가을 단풍이 황홀하게 물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아름다운 자연을 카메라에 담고, 그 장면에 감탄한다. 그 순간 그들은 의미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을 심화하기 위해 멈추어 성찰하는 것, 그 의지가 곧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하다.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새로운 힘을 얻고, 세상과 나 자신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는 목적의식을 갖고 삶을 살아가며, 희망을 발견하기도 한다.


"산다는 것, 그것이 예술입니다." 이 말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유명한 시구이다. 한때 릴케는 삶에 대해 깊은 회의를 느꼈지만, 결국 그는 삶을 사랑하는 길로 접어들었다. 그가 쓴 『피렌체 일기』에서 이렇게 적었다. “이제 나는 어찌 되었든 삶을 사랑할 것이다. 그 삶이 풍요롭건 가난하건, 광활하건 협소하건 내게 주어진 양만큼 삶을 부드럽게 사랑하고 내가 가진 모든 가능성이 내 내면 깊은 곳에서 성숙하도록 만들 것이다.” 릴케는 전통적인 행복의 기준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삶의 고단한 행복을, 그것도 목적의식이 있는 일을 통해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릴케는 '힘든 일을 사랑하는 것이 삶의 의무'라고 말하며, 그 의무를 다할 때 비로소 삶에서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삶은 그와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삶의 무게가 지나치게 무겁다고 느껴질 때, 우리는 더 이상 그런 ‘의무’를 짊어지지 않으려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많은 이들이 “그냥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끼고, 인생의 숙제를 따로 두지 않으려 한다. 특히 사회적 기대와 경제적 압박이 강해질수록, 현실적인 고민이 더 커진다. 좋은 일자리는 찾아보기 어렵고, 취직을 한다 해도 힘든 일과 스트레스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점차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으며, 무언가 거창한 의미를 추구하기보다는 그저 하루하루를 가볍게 살아가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반어적이지만, ‘무민세대’—즉, ‘무의미에서 의미를 찾는 세대’—의 등장과 함께 더욱 뚜렷해졌다. 우리는 그들의 삶을 비판하기보다는, 그들의 무의미에서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할 필요가 있다.


브라이언 클라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대 교수는 그의 저서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에서 현대인들이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집착이 오히려 그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는 세상이 본래 "확실하지 않고, 설명할 수 없으며, 통제할 수도 없는" 곳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가 아무리 많은 것을 알아도, 자연은 언제나 미지로 가득 차 있다. 아무리 많은 힘을 가진다 해도, 세상에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따라서 우리는 세상의 모든 현상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애쓰는 것만으로는 좋은 삶을 살 수 없다고 클라스는 주장한다.


세상은 예측할 수 없고, 우연과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가 어떤 일에 대해 의미를 찾으려고 애쓴다고 해도, 세상은 그저 있는 그대로 벌어지는 일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런 무의미한 일들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 하는데, 때로는 그저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펼쳐지는지 바라보며 감탄하는 것도 삶의 한 부분이 아닐까 한다.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지며, 그 일을 우리는 그냥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삶을 즐길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일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집착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의미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애쓰고, 삶의 모든 순간을 성찰하는 데에만 매달리는 것은 때로는 삶의 기쁨을 놓치게 만든다. 때로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감정들을 따라가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삶일 수 있다. 놀라운 일을 경험하고, 아름다움을 느끼고, 때로는 슬픔을 감내하며, 삶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그것이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또 다른 형태의 의미일 수 있다.


우리는 이제, 과연 ‘의미’를 찾는 삶에만 매달릴 것인가, 아니면 의미를 찾으려 애쓰면서도 그 속에서 그냥 삶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질 것인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봐야 한다. 모든 것이 의미를 지닌다고 해서 그것을 찾으려 애쓸 필요는 없다. 때로는 의미를 찾으려 하기보다는, 그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삶을 즐기는 것이 더욱 중요한 때도 있다.


결국, 삶의 진정한 의미는 목적이 아니라 그 과정을 살아가며 발견하는 기쁨과 감정들 속에 있지 않을까. ‘의미’를 찾는 삶에만 매달리지 않고, 때로는 그냥 삶을 살아가는 것에서 의미를 찾는 태도가 필요하다. 일상에서의 작은 기쁨들, 우연히 만난 아름다움, 그리고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 이상 모든 일에 대해 의미를 찾으려 집착하지 말고, 때로는 세상이 펼치는 그대로를 즐기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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