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만물은 우리에게 도움을 주지만, 우리는 그 도움에 대해 고마워하기보다는 당연히 여긴다. 인간은 늘 남 탓을 하며 살고, 자신을 돌아보며 고치려는 노력보다는 외부에 대한 비판과 불만을 표출하는 데 더 익숙하다. 그러나 우리가 잊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우리는 누구에게나, 심지어 보이지 않는 이들에게도 크고 작은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우리의 일상 속에 존재하지만, 그 존재감을 제대로 느끼기란 쉽지 않다. 때로는 우리가 의도하지 않게 그들의 존재를 무시하고 지나쳐버린다. 그러나 그들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결코 온전할 수 없다. 그들은 일상에서 우리가 가장 익숙하게 지나치는 곳에 존재한다. 건물 엘리베이터를 수리하는 기사, 지하철을 운영하는 스태프, 도로 위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작업하는 인부들까지. 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들을 담당하며, 때로는 생명까지 걸고 일한다. 그러나 그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존재일 뿐이다.
이들의 노동이 없다면, 우리가 매일 누리는 모든 편의는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존재를 당연시하며 고마움을 잊고, 그들이 겪는 고통과 위험에 대해 무심코 살아간다. 그들은 종종 불안정한 노동 환경에서 일하며, 때로는 그 위험 속에서 생명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희생과 노고에 대해 제대로 된 감사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삶의 이면에는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진리가 숨겨져 있다. 우리는 ‘자기 삶을 자기 손으로 살아간다’고 믿지만, 사실 우리의 삶은 우리 혼자만의 힘으로 이룬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과거의 사람들, 현재의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그들에게 빚을 지고, 그 빚 덕분에 오늘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잊고 살아간다.
우리가 받은 도움을 외면하는 모습은 고대의 교훈과도 맞닿아 있다. 성경에 나오는 포도 소작농에 대한 비유가 떠오른다(마태복음 21장 33-34절). 주인은 소작인들에게 포도밭을 맡기고, 그들이 제대로 일하고 결실을 맺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소작인들은 그 빚을 갚지 않고 주인에게 외면하는 일을 벌였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옛날의 교훈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삶에도 여전히 적용되는 중요한 가르침을 준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동안,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빚을 지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 빚은 물질적인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돈으로는 갚을 수 없는, 마음의 빚도 존재한다. 청소년 소설 『너도 하늘말나리야』에서 할머니는 사춘기 손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돈으로 갚을 빚, 마음으로 갚을 빚이 따로 있는 법. 돈으로 갚아야 하는 빚을 마음으로 눙쳐도 안 되는 법이고, 마음으로 갚아야 하는 빚을 돈으로 해결해서도 안 되는 법." 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우리가 받은 도움에는 금전적인 가치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도움을 마음으로 갚아야 할 의무도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서로 얽히고 얽혀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누리는 편리함이나 행복도 누군가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들이다. 이렇게 세상은 본래 상호 의존적인 관계이기에 우리는 이 세상에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며, 그 과정에서 빚을 지고 있다. 그 빚을 마음으로 갚는 일, 즉 감사와 존중으로 서로의 삶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올바른 태도가 아닐까.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상호 의존적인 관계가 점점 더 소홀히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이고, ‘내 삶은 내가 책임진다’는 생각에 갇혀 있곤 한다. 하지만 그 생각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외롭게 만들고, 사회적 의무감을 잊게 만든다. 우리는 결코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존재는 다른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 덕분에 이루어진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닫고, 그들에 대한 감사와 존중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하는 보이지 않는 이들, 그들의 희생과 노고를 우리는 제대로 인정하고 감사할 필요가 있다. 그들의 존재 없이는 우리의 일상도 성립하지 않는다. 우리가 그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빚을 돈으로 갚을 수 없다면, 마음으로라도 그들의 수고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표현해야 한다.
세상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공동체이다. 우리는 그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지은 빚을 갚아야 한다. 그 빚을 갚는 일은 단순히 금전적인 차원을 넘어서, 마음과 정성으로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때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갈 때, 우리 사회는 더욱 따뜻하고, 상호 존중이 넘치는 공동체가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매일의 삶 속에서 지고 있는 빚을 기억하며, 그것을 마음으로 갚아야 한다. 우리의 존재가 누군가의 희생 덕분에 가능했다면, 그 고마움을 진심으로 느끼고 표현해야 한다. 우리가 그 빚을 갚을 때, 우리는 진정으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