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보라, 뿔에 집착하지 말라

by 정용우

우리는 종종 삶의 본질을 잊고 살아간다.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나 수단에 집착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가치나 방향을 놓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돌아보게 된다. 자녀의 성격이나 성적의 작은 결점을 고치려다 자존감을 무너뜨리기도 하고, 눈앞의 이익을 좇다 더 큰 신뢰를 잃는 경우도 허다하다.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고 지엽적인 문제에만 몰두할 때 이러한 실수가 반복된다. 이것은 단지 개인의 삶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서 흔히 벌어지는 현실이다.


그래서일까. 옛 현인들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본질을 잊지 말라고 가르쳤다. 예컨대 성경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파견하시며 “여행을 위해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가지지 말라”고 하신 말씀은 단순한 금욕이나 절제의 권고가 아니다. 선교라는 거룩한 사명을 위해 본질 외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직 하느님의 섭리에 의지하라는 깊은 가르침이다. 인간의 불안과 계산을 내려놓고 진리를 향해 단순하고 담대한 걸음을 내딛으라는 요청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이 본질을 망각한다. 이와 같은 망각의 위험성을 잘 보여주는 옛이야기가 있다. 중국 고전에 나오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유래다. 제사에 쓸 소를 기르던 한 농부가 소의 뿔이 약간 비뚤어진 것을 발견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뿔에 끈을 묶어 힘껏 잡아당겼다. 결국 뿔이 뿌리째 뽑히면서 소는 죽고 말았다. 단지 완벽한 제물을 바치겠다는 욕심이 화를 부른 것이다. 조그마한 흠을 고치려다 소중한 소를 잃어버린 어리석음, 이것이 바로 교각살우다.


이 고사는 단순한 옛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날 우리 삶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소의 뿔은 본질이 아니다. 농부가 바쳤어야 할 것은 뿔이 아니라 ‘소’였다. 그러나 그는 뿔에 집착하다 결국 소 자체를 잃고 말았다. 이는 우리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수단이나 방법에 집착하다 정작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는 모습과 닮아 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그 수단이 과하면 도리어 본질을 해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이 경고하듯, 작은 흠을 고치려다 더 큰 것을 잃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비슷한 맥락에서 ‘견월망지(見月忘指)’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누군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킬 때, 우리는 그 손가락이 아닌 달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종종 손가락에 시선을 고정한 채 정작 중요한 달, 즉 본질을 놓치곤 한다. 손가락은 단지 방향을 알려주는 수단일 뿐인데, 그것을 본체로 착각하면 달도, 손가락도 모두 잃는다. 그러니 수단에 집착하기보다, 그것이 가리키는 목적과 본질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손가락을 통해 달을 보고, 그 달의 의미에 집중하는 것—그것이 본질을 좇는 성숙한 태도이다.


거룩한 사명을 따라 세속의 도구를 내려놓은 제자들처럼, 삐뚤어진 뿔에 집착하지 않고 소의 생명을 살폈어야 할 농부처럼, 우리도 다시금 본질을 향해 눈을 돌려야 한다. 중요한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수단이 아니라, 그것이 가리키는 본래의 가치이다. 본질을 꿰뚫는 통찰, 그 지혜야말로 오늘날 우리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덕목이다.


이러한 본질과 수단의 전도 현상은 개인의 삶뿐 아니라, 정치와 사회 시스템 속에서도 반복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 9월 2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교각살우'라는 고사성어를 언급한 것은 정치의 본질에 대한 화두로 읽을 수 있다. 그 메시지는 단지 특정 정책의 비판이나 정파적 발언이 아니라, 과잉 대응이나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되돌아보자는 의미일 수 있다. 정치가 본질을 놓치고 지엽적인 논쟁에 빠질 때,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다. 정치가 국가를 위한 수단이어야지, 정당의 생존을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때때로 이 본질을 잊는다. 상대의 흠을 바로잡겠다는 명분으로 지나치게 몰아붙이다가 협치는 무너지고, 장기적 정책보다는 단기적 지지율에 집착하다 국가 전체의 방향성을 잃는 경우도 많다. 특정 정당이나 인물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전반의 문화와 시스템이 본질에서 멀어져 있다는 데에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정치란 결국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다. 그 목표를 잊고 과정에만 몰두할 때, 우리는 또 다른 교각살우를 반복하게 된다.


결국,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본질을 잊지 않는 것, 그 지혜야말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절실하다. 손가락은 잊고 달을 봐야 하며, 뿔에 집착하지 말고 소를 살펴야 한다. 그래야만 더 나은 사회,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 (끝)


매거진의 이전글이익을 넘어, 의로움을 묻다 – 혼란한 시대의 성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