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남기는 것을 좋아해

by 애리

지나간 자리에 향이 남는 사람을 좋아해?


상처난 자리에 피비린내를 풍기고

눈물 자국이 꼭 그렇게 천 쪼가리라도 물들이고

아픔을 기어코 뜯어내 그 틈에 빛을 들이는


그런 사람이 여기에 있어.


지금 나의 흔적을 보고 있어?


가장 진실되고,

자유로운 나와 만나게 되어 반가워!


나는 이 습관을 어쩌지 못해

오늘도 이곳에 있어.


그러니 나를 용서해.

이곳은 모든 용서와 자유가 있는 공간이니까.


그러니 나도 너를 용서해.


나에겐 이런 나의 조각을 너무나도 혐오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

나의 애타는 마음 한 조각이 그렇게 볼썽사나운 사람과 함께 있어.

그래서 숨죽여 스리슬쩍 어쩔 수 없는 흔적을 남겨.


가장 들키고 싶지 않으면서도

꼭 한 번 들여다봐주었으면 하는

둘의 마음이 공존해.


그러니 언젠간 네가 이 곳에 온다면 나를 용서해주겠어?


이 순간이 나에게 너무 필요했어.

나 혼자만 갖고 있기엔

나의 상처가, 나의 눈물이, 나의 아픔이 못견디게 답답했어.


이건, 너를 위한 나의 사랑이야.

동시에, 나를 위한 나의 해방이야.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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