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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헝그 리 Oct 08. 2024

쌀쌀한 뉴욕에서 소주가 당기는 그런 날

<ARIARI / 뉴욕 이스트빌리지>




뉴욕에서 소주를 파는 식당들이 많지만 사실 돈 주고 가기 아깝다는 생각이 자주 들곤 한다. 기본적으로 소주 한 병 당 가격은 팁과 텍스를 포함하면 20000원은 가뿐히 넘으며 안주들 또한 그에 걸맞게 꽤 높은 가격을 자랑한다. 사실 이러면 뉴욕에선 소주를 먹으면 바보 아냐?라고 생각할 텐데, 맞다. 안 먹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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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는 또 한국인들 아니겠는가. 가끔 당기는 날이 분명히 있다. 와인이나 칵테일로는 씻어지지 않는 이 피로감이 소주로는 말끔히 씻어지곤 한다. 그렇다면 뉴욕 이스트 빌리지의 작은 점포 ARIARI (아리아리)를 추천한다. 그래, 최소한 돈이 아깝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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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배경으로 한 식당이다. 건물 내의 메인 점포와 건물 밖 가건물로 길에 세운, 마치 포장마차 같은 느낌, 이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필자는 가건물 좌석으로 안내받았고 들어서자마자 “아 메인보다 여기가 낫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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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를 정말 한국처럼 꾸며놓았다. 알록달록한 촌스러운 조명과 대나무 발들이 부산 바다 앞 포장마차를 연상시킨다. 이런 곳에서 소주를 함께 기울이며 달큰하게 취해간다면 그게 한국 감성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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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들의 사이즈가 크지 않은 것을 감안했을 때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냥 있는 기존의 메뉴들을 그대로 베껴와서 파는 것이 아닌 나름대로 퓨전 시켜서 제공한다는 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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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회는 쌈채소 그리고 막장과 함께 제공되어 뉴욕에서 맛보기 힘든 “상추쌈에 싸 먹는 회”를 즐길 수 있었다. 서비스로 제공받은 육회에는 돼지감자칩이 올라가 있어 씹는 식감과 복합적인 맛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두 요리 모두 맛있게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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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알밥 또한 매우 맛있게 먹었다. 사진으로는 계란찜 같은 것을 올린 줄 알았으나 사실 우니 크림이었다. 톡톡 튀는 날치알과 밥 그리고 눅진한 우니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화로웠다. 단연 ARIARI의 시그니처 메뉴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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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소주. 이 모든 메뉴들이 소주와 잘 어울렸고 공간이 주는 감성 그리고 쌀쌀한 날씨까지 모든 게 한국을 그리워하게 만들어주었다. 가끔 소주가 당긴다면, 굳이 32가의 한인타운까지 가지 말고 ARIARI에서 촉촉한 한국 포장마차의 감성을 느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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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IARI

• 119 1st Ave, New York, NY 1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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