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후니홉 Jul 12. 2024

학부모공개수업을 참관하는 사람의 손을 보면...

팔짱 끼고 있는 사람,  손을 모은 사람 중 교사를 존중하는 이는?

  사람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우리는 그 사람을 판단한다. 그 사람의 마음은 겉으로 보이지 않는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사는지 모른다. 상대방과 만나 대화를 하면서, 상대방이 하는 말과 행동을 통해 상대방의 머릿속을 짐작하는 것이다. 말과 행동이 곧 그 사람 본인이다. 말과 행동이 곧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다. 학부모공개수업을 참관하러 온 학부모의 말과 행동을 보면 교사를 대함에 있어서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대략 짐작이 가능하다. 물론 백 퍼센트 맞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는 맞지 않을까 싶다.


출처: 블로그, 굿앤바이 한국장례문화센터

  학부모공개수업은 교사에게 있어서 참 부담스러우면서도 중요한 행사이다. 그 한 차시 수업을 보러 온 학부모는 그 시간에 많은 정보를 파악하려 노력한다. 우리 애가 공부시간에 발표는 한 번 하는지, 수업 태도는 좋은지, 친구들과 잘 어울려 활동을 하는지 등. 평소 자녀의 입을 통해 듣기만 한 내용을 직접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이다. 담임은 그 한 차시를 위해서 엄청난 공을 들인다. 손님을 맞이하는 집과 같이 대청소를 실시하고, 각종 아이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아이들이 돋보일 수 있는 수업을 구상하여 며칠 전부터 계획하고 연습하기도 한다.


  학부모공개수업에 참석하는 학부모님들도 많은 준비를 한다. 자신의 직장에서 수업 참관이 가능하게 스케줄을 조정한다. 어떤 옷을 입고 교실에 갈지 고민을 한다. 꾸몄지만 꾸미지 않은 듯, 차려입었지만 안 차려입은 듯 옷을 코디한다. 그리고 엄마들은 자신이 가진 가방 중에 꽤 괜찮은 명품 가방이 있다면 그것을 들고 학교로 향한다. 그 명품 가방을 들고 걸으면 자신감이 생기며 걸음걸이가 당당해진다. 담임선생님을 만나면 인사를 건넬지, 수업 마치고 아이와 사진 한 장을 찍을지도 한 번 머릿속으로 그 모습을 그려본다.


  요즘은 담임공개수업도 있고, 전담교사수업도 공개한다. 사실 그 전담교사가 어떻게 수업을 잘하는지는 궁금하지 않다. 다만 그 전담공개수업을 나의 자녀 반이 한다면, 내 아이를 보기 위해 그 교실을 찾아간다. 전담공개수업과 담임공개수업 시간이 겹치지 않기에 우리 아이가 공부하는 모습을 두 번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보통 전담교과는 영어, 체육, 과학, 도덕 등이 있다. 내 아이가 영어 하는 모습, 돈을 그토록 투자한 영어인데 학교에서는 어떤 발음으로 영어를 하는지 궁금하다. 체육시간에 내 아이가 친구들과 뛰어노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진다.


  영어공개수업을 보러 학부모들이 그 교실에 모였다. 영어선생님은 젊은 처녀선생님이다. 웃는 얼굴로 활기차게 영어로 수업을 잘 진행한다. 그 수업 장면을 뒤에서 보는 학부모님들의 자세를 살펴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어떤 학부모는 두 손을 공수하듯이 모아 바른 자세로 수업을 본다. 그 학부모는 교사에 대한 예의가 있는 사람이다. 우리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그 사람에게는 있다. 어떤 학부모는 팔짱을 끼고 수업을 보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 '영어 수업 잘하나, 내가 함 지켜볼게!'라고 말하는 듯하다. 학부모 중 영어를 선생님보다 훨씬 잘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팔짱을 낀 학부모는 분명 영어를 잘하는 사람일 것이다.


출처: 블로그, 중국어식당

  '팔짱 낀 것만으로 너무 많은 의미까지 추론하는 것이 아닌지요?'라고 나에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제사를 지낼 때 우리의 자세를 생각해 보자. 제사상에 술을 올리고 절을 두 번 한다. 그 후 잠시 대기하는 그 시간에 팔짱을 끼는 사람은 없다. 제사를 모신다는 마음에 손을 공손하게 모아서 기다린다. 제사상과 공개수업을 같은 맥락에서 볼 수는 없겠지만, 손을 보면 기본적인 사람의 마인드가 보인다는 것이다.


  나 또한 교사이지만, 학부모이다. 첫째 아들의 학부모공개수업을 보러 갔다. 그날 수업을 조정하여 두 시간 정도 짬을 내어 첫째의 교실로 향했다. 교실에는 많은 학부모들이 뒤에 서있다. 요즘에는 예전과 달리 아빠들도 수업을 보러 많이 온다. 그만큼 자식을 키움에 있어 아빠들도 관심이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나는 수업을 참관하는 학부모님들의 손을 봤다. 엄마들은 한 두 명, 아빠들은 좀 더 많은 인원이 팔짱을 끼고 수업을 보고 있다. 엄마들은 가방을 들고 있어 팔짱을 안 끼게 되고, 아빠들 중에는 손을 둘 곳이 마땅치 않아서 팔짱을 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아빠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앞에 있는 선생님에 대한 예의나 존중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기에 그런 자세가 나오는 것이다. 제사상에서 절을 한 후 손을 공수하는 그런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이다. 만약 그 아빠들이 자기 회사의 사장이나 높으신 분과 함께 있는 자리라면 절대 팔짱을 끼지 않는다. 자신이 판단하기에 잘 보여야 할 사람, 나보다 높은 사람이라 생각한다면 남자들은 절대로 팔짱을 끼지 않는다. 손이 민망하면 두 손을 맞잡거나 공손히 모은 자세로 상대방을 대할 것이다. 남자가 팔짱을 낀다는 것은 상대방을 수월하게 생각한다는 증거이다.


출처: 블로그, 세종시교육청

  학부모공개수업은 사실 약간의 쇼타임이다. 담임이나 전담교사가 자신이 수업하는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자녀의 학교생활을 알려주는 40분간의 쇼이다. 그 쇼를 준비하는 담임, 전담교사는 참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한다. 아이들이 어떤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줄지, 발표를 최대한 많이 시켜줘야지, 아이들의 작품은 무엇을 전시해 둘까 등등. 그 노력과 수고가 정말 고맙지 않은가? 내 아이가 즐겁게 친구들과 지내고 수업시간에 발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지 않을까?


  선생님이 고생하여 준비한 학부모공개수업에 대하여 감사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있다면, 절대 팔짱을 끼고 수업 참관을 하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앞에서 수업할 때 아이들도 보이지만, 뒤에 서 계시는 학부모님들도 눈에 들어온답니다. 팔짱을 끼고 수업을 참관하는 학부모님의 표정과 몸짓을 보면, '너 어디 수업 잘하나 함 지켜본다이!' 이런 생각이 든답니다. 물론 그런 생각이나 마음을 갖고 계시지는 않겠지만.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사람의 말과 행동을 통해 그 사람의 마음을 짐작하니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