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후니홉 Jul 27. 2024

나는 '버스킹 하는 딴따라 글쟁이'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이, 거리에서 버스킹 공연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

  요즘은 브런치에 글을 하나씩 올리고 있다. 나름 고민하여 글을 한 편 적어, 나의 작품을 만든다. 그것을 하나 선보이고, 독자들의 반응을 지켜본다. 과연 나의 글을 몇 명이 읽어줄까? 과연 나는 독자들이 읽기에 흥미롭고 괜찮은 글을 적었는가? 라이킷이 몇 개나 달리지, 댓글은 달리는지를 간간히 확인한다. 이렇게 나의 글을 하나 올리는 과정이, 길거리에서 버스킹 하는 음악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무명의 가수와 무명의 작가는 일맥상통하는 뭔가가 있다.


  무명의 가수는 오늘도 기타를 메고 거리로 나간다. 처음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를 때는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사람들이 나의 노래를, 나의 음악을 들을까? 하는 기대감 반, 두려움 반으로 거리공연을 한다. 괜찮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음향기기를 세팅한다. 기부금을 받을 모자나 기타 통을 그 앞에 둔다.


  드디어 반주가 시작하고, 노래를 부른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의 노래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그중 몇 명은 가던 길을 멈추고 나의 공연을 지켜본다. 그러다가 마음이 동하여서 소정의 푼돈을 나에게 기부하는 사람도 있다. 가끔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공연을 지켜볼 때도 있다. 그때는 내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여 노래를 부른다.


  무명의 작가는 오늘도 고심하여 글을 한 편 쓴다. 처음에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에는 너무나 조심스러웠다. 쟁쟁한 작가들이 글을 올리는 이곳에 나의 글을 읽어 줄 사람이 있을까? 가끔 라이킷에 달린다. 라이킷에 10을 돌파했다는 메시지가 뜬다. 아! 내 글을 읽어주는 누군가가 있구나! 아주 가끔 댓글도 달린다. 댓글을 달아준 그분은 정말 고마운 사람이다.


  어느 날은 나의 글에 대한 조회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심장이 두근거린다. 잠시 뒤 메시지가 뜬다. 조회수가 5000을 돌파했습니다, 조회수가 10000을 돌파했습니다. 내 글을 본 사람이 만 명이 넘다니! 급기야 나중에는 30000을 넘긴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하지만 그날은 그 날일 뿐. 한 순간 나의 글이 많이 노출되었나 보다.


출처: 포토뉴스, news.naver.com

  대한민국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도, 노래를 잘하는 사람도 정말 많은 것 같다. 노래 경연 프로그램이나 전국 노래자랑을 보면 가수만큼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천지다. 브런치나 밀리의 서재에 보면 작가만큼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참 우리 민족은 예술을 사랑하고 즐기는 민족인가 보다. 예부터 시조를 지어 읊고 하던 조상들의 피가 후손들에게 대대손손 잘 전수되어 글과 노래가 뛰어난 인물들이 전국 곳곳에 널렸다.


  그들 모두 다 같은 마음일 것이다. 나의 노래가 대중들의 인정을 받아 멋진 가수가 되기를, 나의 글이 독자들의 관심을 받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를. 오늘도 갈구하는 마음으로 춤과 노래를 연습하는 가수 지망생은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오늘도 진심을 담아 글 한 편을 쓰기 위하여 작가 지망생은 글에 나의 혼을 갈아 넣는다.


  길거리에서 노래할 때 누군가가 나의 노래를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의 글을 선보인다. 내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해 주는 독자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한 자, 한 자 적어간다. 물론 글을 적을 때 나의 만족감도 크게 작용한다. 무명의 가수도 그저 노래하는 것이 즐겁고, 노래하는 그 자체가 행복할 것이다. 나 또한 글을 쓰는 그 자체가 나를 마냥 행복하게 하는 것 같다.


  작가님들은 '글쟁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선생님을 선생이라 부르는 것처럼 낮춰서 부르는 말이라서. 나는 아직 정식 작가가 아니라 그런지, 글쟁이라는 말이 좋다. 글쟁이라는 말속에는 내가 글을 즐기며 빠져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나는 '딴따라 글쟁이'가 되어서, 브런치에서 버스킹을 하는 것이다. 독자들이 내 버스킹을 보고 관심을 보여주면 참 고맙고, 댓글을 달아주면 더욱 고맙고, 후원을 해주면 날아갈 듯이 기쁘다. 그래서 오늘도 나의 버스킹은 계속된다.


출처: 포토뉴스, boannew.com

  하지만 이제는 조금 쉬었다가 버스킹을 해야 할 때가 된 듯하다. 너무나도 쉼 없이 달려와서 번 아웃이 된 느낌이다. 이럴 때는 다른 곡들도 듣고, 멍 때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러 분야의 다른 책들도 보고, 쉼을 가지면서 글에 대한 욕심을 살짝 내려놓으려 한다. 사막에서 자동차가 달리기 위해서는 타이어에 바람을 빼는 것처럼.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혹시나 나의 글을 기다리실 독자님들이 있을까 염려되어서이다. 저의 부족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의 부족한 버스킹 공연을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얼마간의 휴지기를 갖고 더 나은 곡으로, 아니 더 나은 글로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하루하루 무엇을 쓸까 고민하고 글을 쓰는 내 모습이 너무나도 기특하고 대견하였답니다. 다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신해철의 노래' 같은 글을 쓰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