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후니홉 Aug 11. 2024

글쓰기는 '나의 조용한 외침, 간절한 탈출구'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세상 속에서 글을 쓰며 내 마음을 추스른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가지고 살아간다. 성공과 출세를 추구하는 이, 가정의 안정과 행복을 위해 사는 이, 자신의 반려 동물의 건강과 안녕을 최우선으로 사는 이, 온라인 게임에서 자신의 캐릭터 키우기를 위해 사는 사람 등. 살아가며 자신이 집중하고 추구하는 대상이 변하기도 한다. 나의 삶을 되돌아보며 현재 나의 삶에서의 '글쓰기'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초등교사라는 직업을 갖게 되고, 그 직업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하였었다. 연구학교를 할 때는 연구부장을 도와 밤늦게까지 일하였다. 교육청 TF팀에 들어 학교 일 외에 교육 관련 내가 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 하였다. 청소년단체 임원진이 되어 청소년단체 관련 회의도 참여하였다. 잦은 출장과 저녁 모임 속에서 바쁘게 살며 나 스스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생각했었다. 나중에 어느 초등학교의 교장이 될 것이라 다짐하면서.


출처: 블로그, 꽃삼촌

  33살에 결혼을 하고도 그러한 삶을 계속 유지하려 하였다. 당시 나의 머릿속에는 가정과 육아는 거의 없었다. '나는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여 승진을 할 테니, 여보는 집에서 애를 열심히 키우며 살림을 해주시오.' 아주 구시대적인 사고를 갖고 살았다. 잦은 술자리, 잦은 부부싸움, 그 와중에 그래도 사람들을 만나며 소통하는 것이 사회생활을 잘하는 것이다, 승진하는 길이다, 생각하면서 그렇게 살았다.


  2015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2017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의 삶이 완전히 변하였다. 부모님이 다 돌아가시고 나니, 내가 승진하여 교장이 되어 자랑하고 싶은 대상이 사라진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뭐 한다고 그렇게 일에 매달리고, 뭐 한다고 그렇게 술자리에 쫓아다녔나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대신 내 가족을 한 명 더 늘리고 가족에게 충실한 가장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석 같은 사람이 고맙게도 둘째를 갖고 낳기를 동의했다. 2019년 둘째 딸이 태어났다.


  둘째는 내가 대부분 케어하겠노라고 선언했기에 2020년 육아휴직을 하고 둘째를 돌보았다. 육아휴직을 한 것은 나에게 있어서 큰 행운이었다. 육아의 고충, 번뇌, 즐거움, 답답함, 희열을 격하게 알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그 후 나는 승진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접고 더욱 가정에 충실한 가장이 되었다. 복직을 하여서도 학교, 집, 학교, 집을 반복하며 밖의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사람이 웃긴 것이, 계속 술자리를 가지고 밖으로 다닐 때는 그렇게 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집에 계속 있으면서 애와 함께 지내니, 이제는 밖의 모임이 어색하고 두렵기도 하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러는 와중에 작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글을 쓸 때 내 마음이 즐겁고 편안함을 느낀다. 내 글을 사람들이 읽고 반응해 줄 때 희열을 느낀다. 마치 예전에 술자리에서 웃고 떠들던 내 모습에 대한 반향으로 글을 쓰는 것처럼.


  그렇게 일 년 정도 글을 썼다. 블로그에도 글을 쓰고, 밀리의 서재에도 글을 쓰고, 브런치에도 글을 써보았다. 아마 내가 쓰고 있는 이 글들은 '나의 소리 없는 외침'이 아닐까 싶다. 반복된 일상, 고된 육아 속에서 머릿속으로 어떤 글을 쓸까 고민한다. 시간이 될 때 짬짬이, 모두 잠든 밤에 그렇게 자판을 두드린다. 자판을 두드리면서 내 속에 억눌렸던 스트레스와 감정들을 쏟아낸다. 그럼 내 마음이 조금은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예전에 모임에서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선배교사들이 교감이 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들은 나보다 8년 정도 선배이다. 그 말은 앞으로 8년 정도 더 지나면 나의 동기들도 교감이 된다는 말이다. 나는 평교사로 아이들과 함께 교실에서 지내는데, 동기들은 점점 관리자가 되어 교감실에서 행정적인 일을 할 것이다. 내가 자발적으로 포기한 관리자의 자리이지만, 오십이 넘어서도 평교사로 지내는 내 모습을 그려보면 씁쓸하다. 이성적으로는 그려려니 생각이 들지만, 감정적으로는 계속 흔들리는 내 마음을 보게 된다.


출처: 네이버카페, 행복재테크

  그것에 대한 '탈출구'로 이렇게 글을 쓰는 것 같기도 하다. 다른 이들은 관리자가 되어 있을 때 나는 무슨 성과를 내었는가? 물론 자녀들이 잘 큰 것이 가장 큰 성과일 것이다. 그것 말고 나 자신, 나 스스로를 위하여 이루어 낸 성과가 없으면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할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축척하고 있다. 글을 축척하여 나중에 '멋진 작가'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고, 작가가 되지 못한다면 축척한 글이 곧 나의 실적물이 되겠지.


  이렇게 글이라는 수단으로 내 마음을 쏟아내는 지금이 행복하다. 글을 쏟아내고 나면 나 마음이 후련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지금 내 삶의 소소한 낙이다. 브런치라는 이 공간에서 글을 쓰는 것이, 블로그에서 쓸 때보다 더 즐겁다. 블로그보다 브런치에서 나의 글이 더 많이 읽히고, 내가 더욱더 작가가 되어가는 기분이 들어서이다. 그리고 브런치에서 라이킷을 달아주는 것은 블로그에서 하트를 달아주는 것보다 더 유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글을 읽고 반응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렇게 나는 오늘도 나만의 '조용한 외침'을 토하며 글을 쓴다. 이 글들이 모이고 모여서 나중에는 큰 힘을 낼 것이다. 그리고 그 글들이 곧 나 자신이 될 것이다. 그것을 믿고 한 자, 한 자 글을 쓰는 이 행위는 곧 '나의 간절한 탈출구'이다. 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발악이자, 도전인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버스킹 하는 딴따라 글쟁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