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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Aug 15. 2024

드디어 아들과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다.

학창 시절 좋아했던 만화인 '슬램덩크'를 아들도 좋아해 주니 참 고맙다.

  '슬램덩크'라는 만화를 아는 세대는 아마도 지금 나이가 서른 후반에서 마흔 중반 정도일 것이다. 내가 중학생 시절, 텔레비전에서는 농구를 주제로 한 드라마인 '마지막 승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장동건, 손지창, 심은하 등이 출연한 청춘멜로드라마이다. 그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농구'라는 운동을 많이들 하게 되었고, 농구를 소재로 그린 '슬램덩크'라는 만화책도 많이들 읽었다.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슬램덩크'가 아주 크게 자리하고 있다. 농구 만화책을 보며, 친구들과 하루 종일 농구를 하며 시간을 보내었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정신없이 살다가 어느 날 문득 '슬램덩크'가 생각났다. 무엇을 많이 수집하거나 소유하고 싶은 욕심은 별로 없는 사람인데, '슬램덩크' 만화책 세트를 갖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나의 생일 선물로 쿠팡에서 주문하였다. 나는 '슬램덩크 오리지널 31권 세트'를 가진 사람이 되었다. 하루에 한 권씩, 두 권씩 읽는 재미가 솔솔 하였다. 예전에 읽던 추억도 떠오르고, 커서 다시 보니 감개무량한 느낌도 들었다. 31권 세트를 거실 책꽂이에 두니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내가 즐겨 보니, 나의 아들도 그 만화책에 관심을 보인다. 스토리상 앞부분에 약간 폭력적인 장면이 나오지만, 아들에게도 읽어보게 하였다. 남자 아이라 그런지, 킥킥거리며 즐겁게 잘 읽는다. 다음 내용을 궁금해하며 책꽂이로 달려가 다음 권을 꺼내는 아들을 보며 내심 흐뭇함을 느낀다. 어느새 아들도 슬램덩크를 완독 한 사람이 되었다. 우리는 슬램덩크에 나오는 인물 이름 대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말하기 등을 하며 슬램덩크를 함께 나눈다.


출처: 블로그, 맑고 향기롭게

  우리 집에는 레트로게임기가 있다. 예전 오락실에서 하던 추억의 게임인 '보글보글', '원더보이', '팡팡', '철권' 등 다양한 게임을 할 수 있다. 게임 중에는 '슬램덩크' 만화를 주제로 만든 게임이 있다. 만화에 나오는 네 팀인 '북산', '능남', '상양', '해남' 중 선택하여 경기를 할 수 있다. 아들과 둘이 게임기 앞에 앉아서 슬램덩크 게임을 한다. 각 팀에 나오는 인물의 이름을 외치며 서로 이기겠다고 으르렁거리며 혈투를 한다. 게임 속 인물이 슛을 성공시키면 내가 슛을 넣은 것처럼 한 손을 번쩍 들어 올린다. 우린 슬램덩크를 함께 즐기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더 퍼스트 슬램덩크'라는 만화를 극장에서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극장에 가서 보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영화관을 가지는 못하였다. 그 후 LG U+ 콘텐츠에도 올라왔다. 하지만 처음 콘텐츠가 올라오면 가격이 비싸다. 만천 원을 내고 보기에는 돈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보기로 한다. 오늘 드디어 묵혀 두었던 '슬램덩크 퍼스트'를 아들과 함께 보았다! 남자 둘이서 북산의 승리를 기원하며, 손에 땀을 쥐며 영화를 보았다.


  러닝타임 2시간의 만화영화였다. 만화책 스토리의 마지막 경기인 북산과 산왕공고의 경기가 주 내용이었다. 그 사이 송태섭의 사적인 비하인드 스토리가 나왔다. 송태섭은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농구를 잘하는 송준섭이라는 형이 있었는데, 형도 친구들과 함께 낚시를 나갔다가 죽었다. 형보다 농구를 못 하여서 비교도 당하고, 방황도 하며, 어지러운 시절을 보내었다. 그러다가 마음을 다잡고 다시 농구를 시작하여 지금 최강인 산왕공고와 맞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참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만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인 강백호, 정대만도 각자의 기구한 사연이 있고, 이번에 송태섭의 사연도 알게 되었다. 나의 인생을 보면 나 또한 사연이 많은 사람이고, 여보의 인생을 보면 여보도 사연이 많은 사람이다. 사람은 살아가며 다양한 경험을 한다. 오르막길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각자의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모두 다 자신이 주연인 영화의 주인공으로 오늘도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음을 이제는 조금 알게 되었다.


  산왕공고와의 경기는 만화책에서 참으로 길게 표현되어 있다. 장면 장면이 쑥쑥 넘어가면서 만화책 한 권이 순식간에 끝난다. 산왕이 우세한 경기를 펼치지만 북산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경기에 임하여 결국 승리를 한다. 경기 시간이 8초 남은 상황, 1점 차의 점수에서 서태웅이 상대편 코트로 질주하여 슛을 넣으려다가 강백호에게 패스한다. 강백호가 시간이 끝나기 직전에 점프슛을 넣고, 그것이 성공하며 1점 차의 승리로 경기는 끝난다. 그리고 강백호와 서태웅이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는 장면! 정말 머리가 쭈뼛쭈뼛하고 전율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아들과 나는 지금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


출처: 블로그, 아랄검의 블로그

  '슬램덩크'는 정말 명작인 것 같다. 만화책의 고전이라 할 만큼 걸작 중의 걸작이다. 몇십 년이 흘러도 이렇게 다시 영화로 만들어지고, 그때의 감동이 다시 또 재현되다니! 어린 시절 내가 슬램덩크를 보며 느꼈던 감정을 나의 아들도 함께 느끼고 공유할 수 있다니! 예전에는 친구와 함께 그 감정을 공유하였다면, 지금은 아들과 함께 그 감정을 공유한다. 두 경우 모두 나에게는 행복하고 즐거운 경험이다. 나중에 나의 아들이 결혼하여 그의 아들도 '슬램덩크'를 좋아하면, 우린 삼 대가 함께 슬램덩크를 즐기는 사이가 될 것이다. 너무 앞서 나갔나.


  책꽂이에 꽂아 두었던 나의 생일 선물인 '슬램덩크'가 지금은 체육관 창고에 있다. 책꽂이가 비좁다 하여 치워라고 하기에, 어디에 둘까 고민을 했었다. 여보는 당근에 내놓아 팔아라고 했지만, 나는 그것을 계속 소장하고 싶다. 작년에 슬램덩크 전권을 상자에 넣어서 학교 연구실에 두었었다. 학교에서 여유 있을 때 한 권씩 꺼내어 읽어야지, 하다가 한 권 본 것 같다. 그 후 학교를 옮기면서 버릴까, 누구에게 줄까 고민하다가 그냥 챙겨서 들고 왔다. 올해 나는 체육전담을 하며 나의 물건이 담긴 이사 상자를 체육관 창고에 두었다. 그 속에 슬램덩크가 잠자고 있다.


  아들이 슬램덩크를 다 보고 나에게 말한다.

  "아빠, 슬램덩크 지금 어디에 있어?"

  "학교에, 체육관 창고에 있는데. 그거 다시 집에 가져올까?"

  "응. 내 방에 두고 심심할 때 한 권씩 꺼내서 보자. 다시 보고 싶다."

  나도 다시 보고 싶다. 만화책을 여유롭게 보다가 다음 내용을 궁금해하며 다음 권을 꺼내 보는 그 기분이 참 좋다. 지금 나에게는 사치인 것 같기는 하다. 나 대신 나의 아들이 그 즐거움을 대신 느끼게 해 주어야겠다.


  조만간 '슬램덩크'를 가지러 학교에 가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토요일 밤에는 다시 또 아들과 함께 레트로게임기 앞에 둘이 앉아 있을 것 같다. 슬램덩크 게임을 하며 오늘 본 영화의 감동을 다시 한번 되새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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