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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Sep 03. 2024

나의 애완닭 '우유', 이젠 안녕

애완닭을 보내며 눈가에 눈물이 방울지다.

  요즘은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도 참 많다. 나는 개인적으로 반려동물과 사람의 사는 공간이 분리되기를 원하였다. 예를 들어 어항 속 물고기, 채집통 안의 장수풍뎅이, 새장 속 앵무새처럼. 고민 끝에 선택한 반려동물이 바로 '닭'이었다. 계란에서 깨어난 병아리를 닭으로 키워보고 싶었다.


  나의 생일 선물로 '병아리부화기'와 '육추상자세트'를 마련하였다. 마트에서 가장 비싸고 신선한 유정란 10구짜리를 사 왔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달걀 모양이 둥글수록 암탉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수건을 깔고 계란 10개를 펼쳐 놓았다. 첫째와 함께 그중 가장 둥글게 생긴 모양의 달걀을 고심 끝에 하나 선택하였다. 그것을 부화기에 넣고 21일을 기다리면 신기하게도 병아리가 깨어난다.


  부화기에 넣고 며칠을 들여다봐도 아무런 기척이 없다. 부화기가 자동적으로 매 시간마다 계란을 돌리는 소리만 날 뿐이다. 과연 병아리가 나올까? 이번에는 무슨 색 병아리가 나올까? 궁금해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예전에도 병아리를 두 번 키워봤었다. 제일 처음에는 세 마리를 키웠다. 각각 색이 달라 하양이, 까망이, 브라우니라고 이름을 지어주고 키우다가, 감당이 되지 않아 장인어른 고향친구 댁에 보내었다. 두 번째 키울 때는 두 마리를 키웠다. 확실히 처음 키울 때보다는 정이 덜 들었다. 그 두 마리는 같은 아파트에 유정란 사업을 하시는 사장님의 농장에 보내었다.


  이번에 키우는 것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딱 한 마리만 부화시켜 잘 키워볼 결심을 한다. 오랫동안 함께 하려면 암탉이어야 한다. 수탉은 어느 정도 성장하면 '꼬끼오!' 소리를 낸다. 그럼 아파트에서는 민폐가 되어 키울 수가 없다. 암탉을 키워야 소음이 덜하다. 그리고 암탉이 낳는 알을 보고 싶었다. 내가 정성 들여 키운 닭이 알을 낳는 것을 보고 싶다는 것이 나의 작은 바람이었다.


  부화기에 넣은 지 20일이 되면 신기하게도 '삐약삐약'소리가 난다. 깨지지도 않은 계란 안에서 병아리의 소리가 들릴 때 참 경이롭다. 아! 이 작은 계란 속에 생명체가 나오기 위해 준비하고 있구나! 계란을 유심히 살펴보면 살짝살짝 흔들리기도 한다. 과연 언제 계란껍데기를 깨고 나올까? 예전에는 한밤중에 깨어나서 아이들이 보지 못하였다. 이번에는 저녁 시간에 계란껍데기를 톡톡톡 깨는 소리가 들린다.


병아리 이름 쓰는 둘째
2023. 3. 31.

  우리 가족은 부화기 앞에 모여 그 광경을 유심히 지켜본다. 힘내라고 응원하며, 계란 속 병아리가 계란껍데기를 부리로 쪼아 동그랗게 깨는 광경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한다. 둘째가 응원을 하다 말고, 놀이방으로 달려가 종이와 크레파스를 가져와 무언가를 적는다. 글자를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인데, '유우'라고 적으며 나온 병아리의 이름을 '우유'로 하자고 한다. 잠시 뒤, 계란에서 방금 나와, 젖은 털로 거친 숨을 헐떡이고 있는 병아리가 보인다. 그렇게 '우유'는 우리 가족이 되었다.


2023. 4. 2.

  부화기에서 털이 마르도록 몇 시간을 둔 다음, 육추상자로 옮긴다. 병아리등을 켜주어 온도를 잘 맞추어 주어야 죽지 않는다. 병아리등의 온도는 36도로 유지하다가 서서히 낮춘다. 온도유지 말고는 병아리 스스로 알아서 잘한다. 스스로 일어나서 걸어 다니고, 물통을 부리로 톡톡 쳐서 물을 먹고, 먹이활동도 알아서 바로 한다. 참 대단하다 싶다. 사람은 일어나 걸으려면 1년이 넘게 걸리고, 스스로 밥을 먹으려면 또 몇 년이 지나야 가능한데. 어미닭은 참 육아가 쉽겠구나! 그래서 그 많은 병아리를 낳고도 키울 수가 있구나!


2023. 4. 5.

  병아리는 태어나서 이삼일 후, 제일 귀엽고 예쁘다. 솜털이 뽀송뽀송하여 정말 살아있는 인형 같다. 거실에 풀어놓으면 아장아장 걸어 다니며 응가나 쉬를 하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아이들도 병아리와 함께 놀면서 좋아한다. 하지만 그 병아리는 폭풍성장을 한다. 하루하루 너무나도 순식간에 자라난다. 조금만 더디게 자라주면 참 좋을 텐데. 며칠이 지나면 병아리가 아니라 아기닭이 되어버린다. 날개 쪽에 깃털도 꽤 많아진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점점 병아리와 놀아주지 않는다. 병아리는 그러한 아이들에게 서운해하지 않으며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난다. 우리 집은 2층 필로티이다. 바로 밑 1층에는 빈 공간이 있다. 그곳에 나무도 좀 있고, 잔디와 풀도 있다. 그곳에 '우유'를 데리고 나가 산책을 자주 하였다. 종이상자에 '우유'를 넣어서 데리고 나가 풀어놓는다. 밖에서 뛰어노는 닭을 보면 참 기분이 좋다. 여기저기를 탐색하다가 나와 멀어지면 나에게 달려온다. 나를 어미닭으로 여기는지.


2023. 4. 9.

  우유는 점점 자라서 이제는 정말 닭과 같은 외모가 되었다. 우리 집에서 우유를 들여다보고 챙기는 사람은 나뿐이다. 우유의 집은 이사박스를 개조하여 만든 것이다. 내 나름 머리를 써서 큰 이사박스를 하나 사서, 아크릴판을 붙이고, 밑에는 서랍식으로 만들었다. 톱밥을 수월하게 교체할 수 있도록. 상자에 흙을 넣어 모래목욕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고, 작은 횃대도 만들어 주었다. 우유가 이제는 날갯짓을 하여 상자 위에까지 올라올 정도가 되었다. 나는 고심 끝에 상자 위에 우유가 불편하지 않도록 아치형으로 그물망을 만들어서 설치하였다.


2023. 4. 12.
2023. 5. 4.

  아파트에서 닭을 키움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냄새이다. 닭똥 냄새가 참 고약하다. 톱밥을 자주 갈면 좀 나은데, 그렇지 않을 때는 닭의 똥오줌 냄새가 진동을 한다. 환기를 해도 냄새가 가시질 않는다. 점점 우유와의 작별시간이 다가옴을 느낀다. 보석 같은 사람이 그 냄새를 못 견뎌한다. 우유가 알을 낳을 때까지 키우고 싶었는데. 그것은 나의 욕심이었다.


  예전에 닭 두 마리를 키우다가 보내었던 같은 아파트 유정란 사장님께 연락을 하였다. 이번에는 닭 한 마리를 드려도 되냐고? 그 닭이 살고 있는 집도 드리고 싶다고 하였다. 이제는 더 이상 닭을 키우지 않을 생각이다. 닭집을 보시더니, 너무 잘 만들었다며 당근에 내놓아 파는 것이 어떻겠냐며 나에게 물으신다. 그냥 드릴 테니 사장님께서 유용하게 사용하시라고 말씀드렸다.


  유정란 사장님과 약속시간을 정하고 닭집을 들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조금 기다리니 사장님이 포터를 몰고 오신다. 닭집 채로 '우유'를 포터에 실었다. 순식간에 이별이다. 돌아서는 내 눈가에 눈물이 흐른다. 나이 사십 넘게 먹고, 키우던 닭과 헤어지면서 울컥하여 눈물을 흘리다니! 너무나도 허탈하고 슬픈 마음에 가슴이 먹먹하다. 그렇게 나의 애완닭 '우유'와 이별하였다. 이젠 닭을 키우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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