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쓸 때는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니, 나를 찾게 된다.
그렇게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글의 맥락을 잡아본다. 앞부분에는 이런 내용, 가운데에는 저런 내용, 마무리는 이런 말들로. 예전에는 자기 전에 글을 썼는데, 나의 건강에 좋지 않은 듯하여 습관을 바꾸기로 했다. 아침에 평소보다 좀 더 일찍 일어나서 글을 쓰려한다. 아침에 글쓰기가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서 잘 되지 않지만, 몇 개월 하다 보면 정착이 될 것이다. 고요한 새벽 시간에 나 혼자 깨서, 글을 쓰는 내가 대견하다. 새벽부터 글을 써보니, 몸은 좀 피곤하지만 정신은 더욱더 맑아짐을 느낀다.
글을 쓴다는 것. 처음에는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그 노력이 모이고 모이면 나중에는 정말 작가가 될 수 있겠다는 막연한 믿음으로 글을 썼다. 하지만 성과가 없는 글을 계속 쓴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는 '애드포스트'를 신청해서 하루에 몇 원이라도 수익이 생기는 재미가 있었으나, 브런치에 글을 쓸 때는 수익이 나지 않는다. 간혹 누군가가 '응원'으로 소정의 금액을 보내주면 감지덕지이다.
내가 왜 글을 쓰는 것일까? 글을 쓰면서 느끼는 자기만족이 컸다. 한 편의 글을 발행하고 나면 사람들이 읽어주고, 반응하며 조회수가 올라가는 재미가 있었다. 나의 작품이 인터넷 공간에서 살아 숨 쉬는 기분이다. 하지만 이것도 글을 지속적으로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되지는 않는다. 라이킷과 댓글, 조회수도 어느 순간부터 그리 크게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럼 이제 그만 글을 쓸까? 조금은 지치기도 하는데. 하지만 글쓰기를 멈출 수는 없다.
글쓰기는 글을 쓰는 것을 통해서만 성장이 가능하다. 글쓰기 관련 책을 읽어봐도, '우선 글을 써봐라!'라고 적혀 있다. 생각만 골똘히 한다고 글이 나오지는 않는다. 우선 뭐라도 써보면 그다음 스텝이 진행된다. 지금 나의 글쓰기는 꾸준함이 필요한 단계에 진입한 것 같다. 매일 운동을 하여 근육을 단련하고 몸의 건강을 유지하듯이, 매일 글쓰기와 글 읽기를 꾸준히 하여 글 쓰는 감각을 유지함이 필요하다. 나의 뇌에 글과 관련된 감각을 매일 자극하여 글과 친한 내가 되려 한다.
글을 쓰는 내가 좋다. 지금은 뭔가를 이루겠다는 욕심보다는 그저 글을 쓰는 나 자신이 좋다.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찾아서 읽고, 매일 조금이라도 글을 쓰려 노력하는 내 모습이 좋다. 아무리 피곤해도 글쓰기 창을 열어 한 문장, 한 문단이라도 끄적이는 내가 좋다. 글을 쓰다 보면 정신이 맑아지고, 완성된 글과 관련된 사진을 찾아 넣고 발행할 때 느끼는 희열을 즐긴다. 매일 밥 먹듯이, 매일 글을 쓰며 살아가려는 나 자신에게 박수를 보낸다.
애들 다 재우고, 밤에 혼자 술 먹는 것을 좋아한다. 안주를 하나 준비하고 소주 한 병, 맥주 한 병을 사 와서 소맥을 세 잔 말아먹고, 남은 소주는 조금만 더 마시고 1/4 정도는 남긴다. 그런 혼술을 이제는 예전보다 적게 한다. 글을 쓰면서 그 빈도가 확연히 줄었다. 맑은 정신으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에, 술이 예전보다 좋지 않다. 술 먹는 것보다 글을 쓰는 것이 좋아서 내 삶이 그렇게 바뀐 것이다.
글쓰기가 이제는 내 삶의 한 부분이 되었다. 예전에는 글을 쓰지 않고도 잘 살았고, 애써 글을 쓰기 위해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 버거운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나의 하루 중 글을 쓰기 위해서 고민하는 시간의 조각들이 내 생의 감각을 깨우고, 그 조각들을 모아 글로 표현하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글을 쓸 때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여 내 머릿속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행위가 나를 설레게 한다. 가끔 내가 왜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글을 쓸 때 행복하다.
지금 쓰고 있는 글을 언제까지 쓸지는 모르겠다. 의도적으로 주제를 바꾸거나, 언젠가는 다른 형식의 글로 바뀌는 때가 올 것이다. 그 순간도 계속 글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안의 소리에 반응하여 글이 변할 것이다. 글쓰기를 멈추지는 말자. 글쓰기를 멈추는 순간 다시 또 글쓰기를 시작하기 어렵더라. 매일 조금이라도 글을 쓰면서 변화를 꾀하자. <글쓰기를 계속 나아가고 싶다>에 '글에 대한 나의 마음'을 기록하여 두련다. 몇 년이 흘러 이 글들을 보면 어떤 마음이 들까? 아무튼 요즘 나는 '글을 쓰는 후니홉'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