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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Oct 17. 2024

글을 쓰는 나만의 시간이 좋다.

글 쓸 때는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니, 나를 찾게 된다.

  "왜 글을 쓰세요?"

  "작가가 되고 싶어서요."

  예전에 누군가 나에게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작가. 글을 쓰는 사람.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다가 맞을 것이다. 하지만 글을 쓰면 쓸수록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쓴 글이 독자를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고, 천운도 따라주어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


  결혼육아 관련 지침서를 쓰겠다는 큰 뜻을 가지고 글쓰기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다른 내용의 글을 쓰고 있다. <사십 대 아저씨의 보통날>, <초등교사 계속할 수 있을까>, <글쓰기를 계속 나아가고 싶다> 세 가지 카테고리로 그날그날 쓰고 싶은 글을 매일 조금씩 쓴다. 말 그대로 사십 대 아저씨가 일상을 지내면서 겪은 일, 드는 생각들을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으로 적고 있다. 초등교사를 하면서 했던 생각들과 바람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며 글을 한 편씩 완성한다. 글쓰기를 하며 글에 대한 내 마음의 변화,  내 글의 성과 등을 적고 있다. 모두 다 완결이 아닌, 진행 중인 글들이다.


  하루를 살아가면서 세 가지 항목 중 적고 싶은 소재가 떠오르면 브런치를 열어 글의 제목, 소제목을 간단히 적고 저장해 둔다. 그리고 그 글에 들어갈 글감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본다. 이 작업은 참 좋은 것이,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건 가능하다. 쉬는 시간 짬짬이, 적으려는 주제와 관련된 경험, 단어, 문장을 떠올린다. 집에 와서 아이와 놀아주며, 집안일을 하며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의 꼬리를 잡아둔다. 비록 나의 육신은 직장과 살림, 육아에 얽매여 있지만, 나의 정신만은 자유롭다.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렇게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글의 맥락을 잡아본다. 앞부분에는 이런 내용, 가운데에는 저런 내용, 마무리는 이런 말들로. 예전에는 자기 전에 글을 썼는데, 나의 건강에 좋지 않은 듯하여 습관을 바꾸기로 했다. 아침에 평소보다 좀 더 일찍 일어나서 글을 쓰려한다. 아침에 글쓰기가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서 잘 되지 않지만, 몇 개월 하다 보면 정착이 될 것이다. 고요한 새벽 시간에 나 혼자 깨서, 글을 쓰는 내가 대견하다. 새벽부터 글을 써보니, 몸은 좀 피곤하지만 정신은 더욱더 맑아짐을 느낀다.


  글을 쓴다는 것. 처음에는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그 노력이 모이고 모이면 나중에는 정말 작가가 될 수 있겠다는 막연한 믿음으로 글을 썼다. 하지만 성과가 없는 글을 계속 쓴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는 '애드포스트'를 신청해서 하루에 몇 원이라도 수익이 생기는 재미가 있었으나, 브런치에 글을 쓸 때는 수익이 나지 않는다. 간혹 누군가가 '응원'으로 소정의 금액을 보내주면 감지덕지이다.


  내가 왜 글을 쓰는 것일까? 글을 쓰면서 느끼는 자기만족이 컸다. 한 편의 글을 발행하고 나면 사람들이 읽어주고, 반응하며 조회수가 올라가는 재미가 있었다. 나의 작품이 인터넷 공간에서 살아 숨 쉬는 기분이다. 하지만 이것도 글을 지속적으로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되지는 않는다. 라이킷과 댓글, 조회수도 어느 순간부터 그리 크게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럼 이제 그만 글을 쓸까? 조금은 지치기도 하는데. 하지만 글쓰기를 멈출 수는 없다.


출처: 블로그, 그림으로 영화 만드는 사람들

  글쓰기는 글을 쓰는 것을 통해서만 성장이 가능하다. 글쓰기 관련 책을 읽어봐도, '우선 글을 써봐라!'라고 적혀 있다. 생각만 골똘히 한다고 글이 나오지는 않는다. 우선 뭐라도 써보면 그다음 스텝이 진행된다. 지금 나의 글쓰기는 꾸준함이 필요한 단계에 진입한 것 같다. 매일 운동을 하여 근육을 단련하고 몸의 건강을 유지하듯이, 매일 글쓰기와 글 읽기를 꾸준히 하여 글 쓰는 감각을 유지함이 필요하다. 나의 뇌에 글과 관련된 감각을 매일 자극하여 글과 친한 내가 되려 한다.


  글을 쓰는 내가 좋다. 지금은 뭔가를 이루겠다는 욕심보다는 그저 글을 쓰는 나 자신이 좋다.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찾아서 읽고, 매일 조금이라도 글을 쓰려 노력하는 내 모습이 좋다. 아무리 피곤해도 글쓰기 창을 열어 한 문장, 한 문단이라도 끄적이는 내가 좋다. 글을 쓰다 보면 정신이 맑아지고, 완성된 글과 관련된 사진을 찾아 넣고 발행할 때 느끼는 희열을 즐긴다. 매일 밥 먹듯이, 매일 글을 쓰며 살아가려는 나 자신에게 박수를 보낸다.


  애들 다 재우고, 밤에 혼자 술 먹는 것을 좋아한다. 안주를 하나 준비하고 소주 한 병, 맥주 한 병을 사 와서 소맥을 세 잔 말아먹고, 남은 소주는 조금만 더 마시고 1/4 정도는 남긴다. 그런 혼술을 이제는 예전보다 적게 한다. 글을 쓰면서 그 빈도가 확연히 줄었다. 맑은 정신으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에, 술이 예전보다 좋지 않다. 술 먹는 것보다 글을 쓰는 것이 좋아서 내 삶이 그렇게 바뀐 것이다.


  글쓰기가 이제는 내 삶의 한 부분이 되었다. 예전에는 글을 쓰지 않고도 잘 살았고, 애써 글을 쓰기 위해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 버거운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나의 하루 중 글을 쓰기 위해서 고민하는 시간의 조각들이 내 생의 감각을 깨우고, 그 조각들을 모아 글로 표현하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글을 쓸 때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여 내 머릿속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행위가 나를 설레게 한다. 가끔 내가 왜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글을 쓸 때 행복하다.


출처: 블로그, 행복한 독서가

  지금 쓰고 있는 글을 언제까지 쓸지는 모르겠다. 의도적으로 주제를 바꾸거나, 언젠가는 다른 형식의 글로 바뀌는 때가 올 것이다. 그 순간도 계속 글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안의 소리에 반응하여 글이 변할 것이다. 글쓰기를 멈추지는 말자. 글쓰기를 멈추는 순간 다시 또 글쓰기를 시작하기 어렵더라. 매일 조금이라도 글을 쓰면서 변화를 꾀하자. <글쓰기를 계속 나아가고 싶다>에 '글에 대한 나의 마음'을 기록하여 두련다. 몇 년이 흘러 이 글들을 보면 어떤 마음이 들까? 아무튼 요즘 나는 '글을 쓰는 후니홉'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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