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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Oct 23. 2024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써라.

글쓰기 단계 중 '자신과의 약속' 실천이 중요한 시기인 듯하다.

  글쓰기는 혼자만의 작업임과 동시에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작업이다. 글을 쓰기 시작한 초반에, 내가 적은 글을 블로그나 브런치에 올린 후 피드백을 자주 확인하였다. 하트나 라이킷이 얼마나 달리는지, 댓글은 무슨 말이 적혀 있는지를 수시로 들여다보았다. 블로그에 한창 글을 올릴 때는 어떤 댓글이 달리나 기대하며 발행 버튼을 누르기도 하였다. 왠지 글을 혼자 쓴다고 생각하면 재미가 없고, 누군가가 읽어주고 반응해 주면 신이 났었다.


  글쓰기를 한지, 일 년이 좀 넘어간다. 지금은 예전보다는 그런 것에 덜 연연하는 듯하다. '하트나 라이킷이 몇 개나 달릴까? 내 글 아래에 누가 어떤 댓글을 올릴까?' 하는 생각을 예전보다는 적게 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적게 한다'가 아니라 '적게 하려 노력한다.'가 맞겠지만. 특히나 블로그에서 브런치로 옮겨 글을 적으니 반응에 집착하는 것이 덜하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는 '소통'에 공을 들였다면, 브런치에 글을 쓰는 지금은 '글쓰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사실 댓글은 품앗이기에,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적은 만큼 나의 글에도 달리는 듯하다.


  현재 나의 브런치 글에는 댓글이 거의 달리지 않는다. 가끔 나의 글을 읽고, 반가운 마음을 전하거나 축하해 주는 댓글이 달린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적은 댓글은 가뭄에 콩 나듯 하다. 그런 댓글을 적어주는 이는 정말 고맙다. 사실 누군가의 글을 읽고 댓글을 다는 행위는 엄청난 정성과 노력,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그렇게 다른 사람의 글에 댓글을 달지 않으니, 서운해할 이유도 없다.


  예전에는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사실을 지인들에게 알리고 내 글을 읽어주길, 댓글을 달아주길 바랐었다. 그런데 내가 보내는 카톡이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반응은 '우와, 글을 적네. 대단하다.', '잘 읽어볼게. 응원한다.' 등이었다. 하지만 내가 보낸 카톡에 답문을 보내지 않는 이도 있고, 글을 읽어 달라는 부탁을 부담스러워한다는 기분도 들었다. 사실 내 한 몸 건사하기도 바쁜 현실이다. 직장 일에, 가정 일에 정신없는데 애써 시간 내어 글을 읽지는 않을 것 같다. 내 친한 지인이 나에게 그런 부탁을 해도, 나 또한 건성으로 읽거나 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글을 쓴다, 나의 글을 한 번 읽어 주세요.'라는 메시지를 지인들에게 거의 보내지 않는다. 혹시나 내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거나,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면 뭇사람들이 나의 글을 찾아서 읽어볼 것이다.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오늘도 이렇게 글을 한 편 적어보고 있다. 이제는 글에 대한 나의 마음이 예전보다 단단해져서, '좋아요'와 댓글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글을 쓸 수 있는 마음이 생긴 것 같다. 매일 밥을 먹는 것처럼 매일 글을 한 문장이라도 적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려 애쓰는 요즘이다.


  일 년 전, 글쓰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식하게 글쓰기를 시작하였다. 블로그에 글을 쓰며 여러 감정의 물결을 거센 파도처럼 겪었다. 지금은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잔잔한 파도가 내 마음에 일렁임을 느낀다. 지금은 그저 묵묵히 매일 글을 쓸 수 있는 단계에 진입한 느낌이다. 글이 잘 써지는 날보다 잘 안 써지는 날이 많음을 알게 되었고, 글을 꾸준히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실천하는 중이다.


출처: 블로그, 한일사교스포츠댄스

  예전 신규시절, 댄스스포츠를 배운 적이 있다. 발령받은 학교에 댄스스포츠 교과연구회 선생님들이 몇 명 있어서, 학교 자체적인 소모임이 있었다. 나에게도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하셨고, 난생처음 댄스스포츠를 배우는 경험을 했다. 세상 모든 이치가 하나로 통하듯, 요즘 글을 쓰면서 그때 댄스스포츠를 배울 때가 글쓰기와 비슷함을 느낀다.


  모든 배우는 과정을 입문기, 초보, 하급, 중급, 상급, 마스터 이렇게 다섯 단계로 나뉜다도 생각하면 지금 나의 글쓰기는 하급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댄스스포츠를 처음 배울 때는 동작을 따라 하고, 루틴을 외우기에 급급하다. 다음 동작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추다가, 몸에 익으면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음 동작을 취한다. 글쓰기도 뭘 쓸까를 고심하다가 마음먹고 앉아야 글을 썼는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글이 나온다. 글쓰기에 익숙해진 내가 된 듯.


  댄스스포츠를 배우다 보면 욕심이 생긴다. 루틴을 외우고, 동작을 외우는 것, 다음 단계로는 좀 더 각각의 동작을 섬세하고 멋지게 표현하고 싶어 진다. 팔을 뻗을 때 손끝의 모양, 턴을 할 때 시선 처리, 스텝을 밟을 때 내 몸의 무게중심 등 세부적인 것들을 발전시키고 싶어 진다. 글도 그런 것 같다. 쓰면 쓸수록 욕심이 생긴다. 보다 짜임새가 있는 글, 보다 잘 읽히는 글, 보다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에 다양한 시도를 해본다. 여러 분야의 글 읽기, 마음에 드는 작가의 작품 필사 등.


  댄스스포츠를 출 때 두 명이 같이 춘다. 파트너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기량이 어느 정도 되어야 춤이 잘 진행된다. 특히 남자가 기량이 뛰어나면 춤을 잘 리드해 줘서 여자가 춤추기 훨씬 수월하다. 함께 추지만, 개인 기량의 향상이 중요하다. 글쓰기도 약간은 비슷한 것 같다. 주변의 반응, 댓글, 조회수에 영향을 받으며 휘둘리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 글의 향상이다. 블로그나 브런치에 댓글이 많이 달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들 나름 댓글로 소통하는 재미를 느낄 것이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하지만 지금 나는 댓글 소통보다는, 내 글의 기량 향상을 우선하는 단계인 것 같다. 내 글을 잘 리드하기 위해서.


  댄스스포츠를 배우면 배울수록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는 것처럼, 글쓰기도 쓰면 쓸수록 몰랐던 것들이 보이고, 새로운 문을 열고 들어가는 기분이다. 지금 나의 글쓰기 단계는 매일 꾸준히 읽기와 쓰기를 생활화하며, 내 글의 향상을 꾀하는 시기인 듯하다. 뚝심 있게 꾸준히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글을 써본다. 불현듯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였다.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중심을 잘 잡고 나아가는 글쓰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써라.

출처: 블로그, 두메 붓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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