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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Nov 16. 2024

글 한 편을 발행하며 '나를 위한 나'를 찾는다.

글을 적는 행위를 통해 '나'를 위해 살아간다.

  사람이 한평생 살아가는 목적은 무엇일까? 태어났기에 죽기 전까지 숨을 쉬며 산다. 모든 자연 만물이 그러하듯, 나의 유전자를 이 땅에 남기는 것이 하나의 큰 목적일 것이다. 돌아가신 나의 부모님이 한평생 고생하며 자녀를 낳고 키우신 것처럼. 나 또한 나의 자녀들을 열심히 돌보며 현재의 삶을 살고 있다.


  자녀를 낳고 돌보며 키우는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 조부장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내 인생에서 자녀들이 가장 큰 실적물이라고! 하루하루 자라는 아이들을 위해 아빠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면 하루는 금방 지나간다. 직장에서의 시간을 제외하고 집에서 살림, 육아 시간은 아빠와 남편으로서의 살아가는 시간이다. 결혼하여 갖게 된 나의 호칭 '아빠', 그리고 '여보'.


  이 두 가지가 호칭으로 불리는 나 자신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가끔은 부담스럽기도 하고, 아주 가끔은 싫기도 하다.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아빠, 집안일을 잘 나누어서 역할 수행을 잘하는 여보, 가족을 위해서 헌신하는 남자로 살다 보면 진정 나를 위한 시간은 거의 없다.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이 들 때까지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얼마나 가질 수 있을까? 운동을 하거나 독서 및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간, 마음 편히 텔레비전을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어렵다.


  한 때는 사회생활을 참 열심히 했었다. 각종 모임과 단체에 나가고, 저녁 회식 자리에 많이 참석했다. 하지만 둘째가 태어나고 바깥 모임을 거의 갖지 않는다. 승진의 뜻을 접고 학교에서도 중책을 맡지 않고, 내가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일을 수행한다. 조만간 동기모임을 갖는다는 연락이 왔다. 예전에는 동기들끼리 모여서 밥을 먹으며 이야기하는 것이 즐거웠으나, 지금은 아니다. 다들 승진 이야기, 골프 이야기를 주로 하기에, 나와는 동떨어진 대화 주제이다. 그래서 동기모임에 가도 좋지만, 안 가도 좋다.


출처: 블로그, 흘러간 시간의 다른 이름

  왠지 점점 내가 사라지는 느낌이다. 온전한 '나'는 점점 사라지고, 아빠인 나, 여보인 나만 존재한다. 물론 그 역할을 수행하는 '나'도 '나 자신'은 맞다. 나를 둘러싼 환경 속에서, 주변 사람들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으며 살아간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나 자신의 모습도 찾고 싶다.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도 하고 싶다. 빡빡한 하루 속에서 진정으로 나를 위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갖고 싶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일이 바로 '글쓰기'이다.


  정신없이 바쁘고 힘든 하루의 연속인데, 글 쓸 시간이 도대체 있기는 할까 싶었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 하루를 살아내는 동안 쓰고 싶은 글의 주제, 내용, 글감 등을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브런치에 제목과 소제목을 우선 적어둔다. 그리고 시간 날 때 짬짬이 한 문단, 한 문단 벽돌을 쌓듯이 글을 써내려 간다. 아침에 두 문단, 쉬는 시간에 한 문단, 잠시 짬이 날 때 한 문단 등. 그렇게 한 편을 완성하고 관련 사진을 몇 컷 넣어서 발행을 누른다.


  사실 지금은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때와 비교하면 열정이 식었고, 글 적는 재미가 덜한 것은 사실이다. 예전에는 한 편의 글을 적고 나면 빨리 선보이고 싶은 욕심에 얼른 발행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저장글도 바닥나고, 글 쓸 소재도 예전보다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를 멈출 수는 없다. 계속 쓰다 보니 지금도 쓰고 있고, 앞으로도 쓰게 될 것 같다. 글 한 편 적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를 위한 나'를 만나는 시간이 좋다.


  내 삶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들, 내 직업의 특성 속에서 넋두리와 토로, 내가 살아오며 겪은 일들에 대한 추억 등을 한 편씩 글로 남긴다. 그 글이 곧 나 자신이고, 나 자신이 곧 글이다. 브런치에 글이 한 편씩 쌓여갈수록 내 모습이 선명해지는 기분이다. 하얀 도화지에 내 모습을 연필로 스케치하여 윤곽을 그리고, 조금씩 세세한 부분을 표현하는 것처럼. 그래서 이 작업을 멈출 수가 없다. 진정한 나를 만나는 시간이기에.


  내 글은 과연 읽을 가치가 있는 글일까? 몇몇 사람들은 내가 매일 아침 올리는 글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을까? 내 글을 기다리고 좋아하는 독자가 있으면 좋겠다. 이렇게 글을 올리다 보면 나중에 나는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속에서 오늘도 글을 한 편 발행한다. 라이킷이 몇 개 달린다. 조회수가 꽤 나온다. 그걸로 된 것이다. 현재 나의 글쓰기에는 그 이상의 욕심은 없다. 글 한 편 올리는 그 자체가 나를 설레게 한다.

 

  매일 글을 올리는 것은 사실 좀 버겁다. 평일 5회 글을 올리고 주말에는 쉴까? 여섯 번 글을 올리고 일요일만 쉴까? 아니야. 지금은 이렇게 매일 올리지만 나중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 올리는 것으로 변하겠지. 애써 의도적으로 발행 횟수를 정하지 말고, 내 마음 가는 대로 내 글이 적히는 대로 올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행 횟수가 변화할 것이다. 콸콸 나오던 수돗물에 수도꼭지를 살짝 잠가서 물이 쪼르르 나오 듯. 물 흐르듯이 발행 횟수를 그저 두자. 


  브런치에 글을 적는 사람들의 마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본인의 암 투병 이야기, 이혼 과정 속의 사건들, 은퇴 후 살아가는 모습 등. 각자의 사정으로, 각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는다. 그 모든 이야기 속의 중심은 '나를 위한 나'가 아닐까 싶다. 너무나도 힘든 지금의 삶을 버텨내기 위해서, 속에만 꽁꽁 숨겨두기에는 너무나 답답한 마음이 들어서 등. '나'를 위하여 다들 자신의 글을 쓰고 있는 것이리라. 글이라도 쓰면서 자신의 살아있음을, 자신의 '진정한 나'의 가치를 찾으려 하는 것이 아닐까.


출처: 블로그,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자신긍정심리학

  지금 내가 적고 있는 이 글도, 2024년 적었던 이 글들도 몇 년이 흐른 후 다시 읽어보면 참 부끄러운 글일 것이다. 작가를 해보겠다며 작가 흉내를 내는 초짜 작가 지망생의 글들, 글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면서도 아는 척하며 쓴 글들, 삶 속에서 지혜를 구하지도 못하면서 구한 척 쓴 글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그 글들을 적고 있는 현재 나 자신은 '나를 위한 나'이다. 오롯이 나만을 생각하며, 나를 위한 시간을 글쓰기에 쏟아붓는 지금 내가 대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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