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른베르그에서 렌터카를 빌려 드디어 우리의 렌터카 유럽 여행이 시작되었다. 원래 계획으로는 봉고차 한 대를 빌려서 이동하려 하였으나, 예약에 차질이 생겨 승용차 두 대를 빌렸다. 유럽에서 운전한 경험이 없으셨던 교장선생님께서는 좀 부담이 되셨지만, 그래도 언제 또 유럽에서 운전해 보겠느냐? 하는 생각으로 운전대를 잡으셨다. 나와 조부장님도 국제운전면허증을 만들어 가기는 하였지만, 수동을 몰기에는 너무나 운전이 미숙하였다. 결국 최교수님과 교장선생님 두 분이 여행 끝까지 운전을 하셨다.
잘츠부르크에는 저녁 즈음에 도착하였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가 어디인지 찾지를 못해, 길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심지어 자기가 가던 길을 멈추고 우리에게 길을 알려주던 애쓰던 뽀얀 얼굴의 젊은 청년도 있었다. 결국 경찰차가 우리를 호스텔까지 안내해 주어 숙소에 도착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이 낯선 동양인들에게 참 친절하게 대해준다. 적대적인 눈빛이 아니라, 진정으로 우리를 걱정해 주고 챙겨주려는 모습에 살짝 감동이다.
'스트로베리호스텔'이라는 이름의 숙소는 아주 자유분방한 분위기였다. 젊은이들이 많았으며, 각 층마다 잿떨이가 있었다. 로비에 있는 아가씨도 흡연자였다. 우리나라보다 담배에 대하여 허용적인 느낌을 받았다. 여권을 보여주고, 이름을 기재하며 체크인을 하였다. 여자 숙소와 남자 숙소가 같은 층에 있다. 우리는 각자의 방에서 짐을 풀고, 저녁식사 준비를 하였다. 앉혀 놓은 전기밥솥에 밥이 다 되고, 우리는 상추와 소시지, 그리고 소주를 한 잔 하며 저녁밥을 먹었다.
배가 불러 동네 산책을 하러 나갔다. 8월이지만 한국보다는 쌀쌀한 느낌이다. 우리나라의 가을처럼 선선한 공기에 살짝 한기가 느껴진다. 하늘에 떠있는 달 모양이 우리나라에서 보는 것과 조금 다르다. 반달이 조금 더 누워있는 듯한 느낌.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높아서 그렇게 보이나? 머릿속으로 과학시간에 배웠던 태양과 지구, 달의 모습을 그려보았으나, 더 오랜 시간 고민을 하지는 않았다. 밤 10시 즈음인데 거리가 너무나도 조용하고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다. 유럽의 가게는 일찍 문을 닫는다. 바람직한 모습인 것 같다. 유럽사람들은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우리나라보다 더 많을 것이다.
다음날 아침 조식을 먹고 잘츠부르크를 구경하러 갔다. 제일 먼저 모차르트 생가를 방문하였다. 우리 앞에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있었다. 우리는 그 일본인 관광객 일행과 함께 입장하면 돈을 아낄 수 있겠다 싶어 뒤에 붙어 있었다. 드디어 줄을 서서 입장이 시작되고, 우리 앞에서 멈췄다. 검표원이 인원수를 세었는지. 결국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갔다. 아마 앞에 간 일본 관광객은 우리를 보고 생각했을 것이다.
'참 배워 먹지 못한 조선인들이구만. 어디 입장료를 안 내려하다니!'
조금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모차르트 생가는 그곳에서 아주 유명한 관광지였다. 그곳에서 모차르트가 1756년 1월 27일에 태어났고, 그의 가족은 1747년부터 1773년까지 그곳에 살았다고 한다. 모차르트가 어린 시절 사용했던 바이올린, 콘서트용 바이올린, 비올라, 피아노 등이 있었다. 우리가 들어갈 때도 사람들이 많았고, 나올 때도 사람들이 많았다.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가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여행 전 다 같이 모여서 본 '아마데우스' 영화가 떠올랐다. 그곳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엽서와 모차르트 초콜릿을 샀다. 조부장님은 모차르트 CD를 한 장 사셨고, 사모님께서는 음표가 그려진 넥타이를 사서 남편에게 선물로 주셨다.
다음으로 간 곳은 '미라벨정원'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멋진 정원이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와 아이들이 '도레미송'을 불렀던 곳으로 유명하다. 우리가 갔던 날이 일요일이라 그 마을 사람들도 많이 나와 있었다. 오스트리아 전통 복장을 한 할머니들이 보여서, 양해를 구하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 할머니들은 웃으며 흔쾌히 우리와 사진 촬영을 해주셨다.
다음으로 프란체스카너 교회에 갔다. 그 주변에 게트라이데거리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라고 하는데, 거리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다. 아마도 우리는 차를 타고 그곳으로 이동한 듯하다. 교회 실내에 들어가서 잠시 앉아 기도를 하고 나왔다. 조금 더 걸어가니 세계에서 유명한 음악가들만이 공연을 할 수 있다는 콘서트홀이 나왔다. 그 건물의 명칭은 잘 모르겠다.
잘츠부르크라는 도시는 정말 '모차르트의 도시'였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다들 표정이 밝고 친절하다. 길을 물어봐도 성심성의껏 가르쳐주는 마을 사람들, 심지어 우리를 에스코트해서 숙소까지 안내해 주는 경찰들까지. 그곳의 사람들은 모차르트라는 음악가가 자기 마을에서 태어난 것에 대하여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는 듯했다. 그리고 모차르트는 그 마을을 유지시켜 주는 원동력이었다. 젊은 나이에 사망한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가 정말 대단해 보였다. 죽고 나서도 이렇게 한 마을을 먹여 살리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