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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Dec 17. 2024

퓌센마을에 백조 한 마리, '노이슈반슈타인성'

촌동네에 우뚝 솟은 아름다운 백조의 성은 장관이었다.

  잘츠부르크를 떠나 퓌센으로 이동하였다. 가는 길에 예쁜 호수가 보여서 잠시 차를 멈추고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맑은 물에 오리들이 놀고 있다.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면 좋은 점은 언제든지 내가 원하면 가다가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경치 좋은 곳이 나오면 좀 쉬었다가 가면 된다. 유럽의 곳곳이 풍경사진의 한 장면이다.


  퓌센에 저녁 6시가 되어서 도착하였다. 원래 오늘 백조의 성을 관람할 계획이었는데, 우리가 생각보다 늦게 도착하여 내일 관람하기로 계획을 변경하였다. 우리의 숙소를 찾아간다. 오늘 우리가 묵을 숙소는 'LA house'라는 민박집이었다. 앞에 두 글자는 아마도 주인의 이름을 딴 것 같다. 주인인 'Lado'는 한국말을 조금 할 줄 아는 유쾌한 사람이었다. 여자 친구 'Aga'는 아주 미인의 여성이었다. 컵라면을 끓이고 소주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소주 한 팩을 Lado에게 선물로 주었다.


  저녁을 먹기 전에 우리 렌터카를 한 번 몰아보았다. 1종 운전면허증이 있었지만, 수동을 면허 딸 때 말고는 몰아본 적이 없어서 운전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브레이크를 떼면서 클러치를 밟으며 기어를 변속하는 것이 부자연스럽다. 운전을 해보려다가 몇 번이나 시동이 꺼진다. 나에게 수동을 몰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면 여기 유럽에 와서 내가 운전을 했을 텐데. 참으로 안타까운 순간이다.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이 맞다. 나는 수동을 몰 수 있는 능력을 준비하지 못하여 유럽땅에서 운전이 불가능한 사람이 된 것이다.


  저녁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동네 산책을 나갔다. 퓌센이라는 마을은 독일의 촌동네이다. 우리나라 농촌 느낌이 나는 고즈넉한 마을이다. 설렁설렁 산책을 하다가, 떠들썩한 소리가 저 멀리 들린다. 그쪽에 가보니 맥주페스티벌이 한창이다. 마을 주민들이 모두 모여서 맥주를 마시며, 노래하고 떠들고 있다. 우리도 한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맥주를 시켜 마셨다. 낮에는 뜨거웠지만, 밤이 되니 시원하다. 차가운 맥주를 마시니, 더욱 기분이 좋다. 우리 앞에 앉아 있던 사람이 우리 테이블에 치즈 안주를 하나 시켜주었다. 동양인들이 모여 있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반가웠나 보다. 기분 좋은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조식을 먹는다. 빵이 따뜻하고, 인심이 후하다. 기분 좋게 아침을 먹으며, 옆 테이블에 혼자 식사를 하는 아가씨를 본다. 그녀는 타이완에서 왔다고 한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백조의 성에 도착하여 표를 끊었다.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이 참 많다. 먼저 마리엔다리에 가서 백조의 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독일 전통복장을 한 할아버지가 우리 일행의 단체 사진을 찍어주어, 우리는 그에게 1유로의 팁을 주었다. 조부장님께서 한 마디 하셨다.

  "저 할아버지는 아침 일찍부터 여기서 알바하니, 건강하게 오래 사실 것 같네."

  "그러게요. 참 좋은 소일거리인 것 같아요."

  아마 그 할아버지도 어제 그 술자리에 계셨던 분 중 한 명이 아닐까.


  백조의 성의 원래 이름은 '노이슈반슈타인성'이다. 보통 백조의 성이라고 부르며, 디즈니 만화의 성 모양이 이 성을 따라 그린 것이라 한다. 바이에른 왕국의 왕이었던 루드비히 2세가 1869~1886년 사이에 지은 성이다. 음악과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루드비히 2세는 바그너를 돕기도 하고, 그의 오페라 '로엔그린' 중 백조의 전설에서 영감을 얻어 성의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성의 곳곳에 백조의 모양을 형상화한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이 성은 열악한 입지조건과 재정 곤란을 무릅쓰고 계속 진행한 끝에 17년 만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루드비히 2세는 이 성에서 3개월 남짓 거주한 후 죽음을 맞이했다고.


  정말 '인생지사 새옹지마'이다. 그 당시 촌동네에 화려한 성을 만들기 위하여 루드비히 2세는 백성들에게 얼마나 많은 욕을 먹었을까? 그 원성과 불만을 무릅쓰고 성을 완공하여, 그곳에 3개월 밖에 살지 못한 그의 인생은 또 어떠한가. 하지만 그렇게 불평불만 하던 백성들의 후손들이 지금은 그 성으로 먹고살고 있지 않은가! 아마 이 성을 보기 위하여 오는 관광객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날 것이다.


  성 주변에서 사진을 찍다가 시간이 되어서 우리 일행은 9시 15분에 성 안으로 들어갔다. 시간대별로 성을 관람할 수 있는 인원을 제한해 둔 것이다. 기품 있는 가이드가 영어로 설명한다. 처음에는 집중해서 듣다가, 점점 나의 의식이 안드로메다로 가고 있다. 영어가 짧아서 아쉽다. 성 안은 참으로 화려하다. 벽에는 모두 벽화로 되어 있고, 장식품 하나하나가 아주 섬세하고 손이 많이 간 듯하다. 19세기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보존하여 관광 상품으로 만든 것이 참 대단하다.


  성을 다 관람하고 내려오는 길에는 셔틀버스가 있다. 일행 중 조부장님, 나, 그리고 한NR, 이렇게 세 명은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아침에 숙소에서 보았던 타이완 아가씨가 올라가다 만났다. 그 아가씨가 우리에게 한 마디 해준다.

  "Have a nice day!"

  그러고는 씩씩하게 올라간다. 혼자 유럽 여행을 하면 어떤 기분일까? 멋지고 좋은 풍경을 혼자 보고, 맛있는 음식을 혼자 먹으면 좋을까? 그것을 나눌 누군가가 없어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한다.


  내려와서 일행을 만나 11시경 베네치아로 향해 출발한다. 사실상 이곳에는 백조의 성을 보러 온 것이다. 어제 저녁에 도착하여 성만 딱! 보고 이동한다. 퓌센이라는 마을을 떠올리면 두 가지만 기억난다. 퓌센에서 한 것은 저녁에 산책하다가 맥주 마신 것. 다음날 백조의 성을 관람한 것. 앞서서도 말했지만, 유럽 여행을 함에 있어서 딜레마에 빠진다. 한 곳에서 여유롭게 쉬면서 즐기는 여행과,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하여 서둘러 이동하는 여행. 과연 다음에 내가 유럽에 또 여행을 오면 어떤 여행을 할까? 두 형태의 여행을 다 하고 싶은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유럽에서의 하루하루, 일분일초가 아깝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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