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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Nov 02. 2024

10월 말 평일 아침 7시 풍경

글감을 찾는 방법 중 '평소랑 다른 아침 맞이하기'를 한 번 해봄.

  글쓰기 관련 책을 보니, 글감을 찾는 방법이 하나 나와 있다. '매일 평범하고 반복적인 삶을 살아서 글감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일상을 살짝만 바꾸어 보라는 내용이 있었다. 출근을 좀 더 일찍 하면 거리의 풍경이 달라진다고.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가게, 황량한 거리의 풍경 등 이른 시간만의 좀 더 한산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글감 삼아 적어보라는 것이다. 마침 아침에 일찍 나올 일이 생겨 그때의 일들을 한 번 글로 표현해 볼까 한다.


  아침에 빵과 과일을 아침밥으로 먹으려 하는데, 우유가 떨어지고 없다. 편의점에 가서 우유 한 통을 사기 위해 나왔다. 아침 7시의 바깥풍경은 출근할 때와 사뭇 다르다. 8시 20분경에는 많은 사람들이 바삐 각자의 길을 간다. 초등학생, 중학생들이 횡단보도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가 신호가 바뀌면 스마트폰을 보면서 걸어간다. 정말 열에 아홉은 그러면서 걷는다.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정말 문제야. 문제. 스좀비가 참 많네. 저러다가 다칠라.'

  그러한 생각도 잠시, 좌회전 신호가 들어오면 나도 바삐 출근길을 재촉하며 운전한다.


  아침 7시에는 거리가 정말 한산하다. 학생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차를 타고 다닐 때는 몰랐는데 아침 공기가 상당히 차다. 걸어가면서 찬 공기가 내 코를 지나 폐 속 깊이 들어오니, 두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찬 공기를 흡입하면서 내 머릿속에 찬공기와 관련된 경험이 흑백영화를 재생하는 것처럼 영사기를 돌리는 느낌으로 순간 스쳐 지나간다.


  하나는 군대에서의 찬 공기 흡입이다. 강원도 고성에서 군복무를 하였다. 겨울 아침 밖에 나와 숨을 들이켜면 머리가 찌릿할 정도로 공기가 찼다. 맑고도 차가운 공기를 마시면 '여기가 강원도이구나!'를 실감하였다. 또 하나는 대학교 때 인력시장에 나간 일이다. 대학생 때 너무 돈이 없어 돈을 벌어볼까 싶어 아침에 인력시장에 간 적이 있다. 새벽의 찬공기를 마시며 일거리를 기다리는 나를 누군가가 데려간다. 그날 건물청소 일을 하였다. 방진마스크를 쓰고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하루 종일 청소를 하니, 내 손에 5만 원이 쥐어졌다.


출처: 블로그, 이원하우징

  그러한 생각을 하며 지하주차장을 지나 아파트 입구 쪽으로 내리막길을 걸어간다. 아파트 맞은편 커피집주인이 가게 앞의 낙엽을 쓸고 있다.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가게 문을 여는구나. 아침에 출근, 등교하는 사람들이 커피나 음료를 사니까. 참 부지런하시네. 아침밥은 드셨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커피를 많이 마셨나? 아침 출근길에 커피를 사서 직장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나 보다.'


  토요일 아침에 둘째를 데리고 병원 진료를 본 후 약국에 갔을 때의 장면도 생각이 난다. 처방전을 내고 약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배달하는 사람이 한 명 약국에 들어온다. 그의 손에는 커피가 여러 통 담겨있는 비닐봉지가 있다. 커피를 약국에 있는 사람에게 신속히 건네주고 헬멧을 쓴 아저씨는 사라진다.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었다.

  '아침 일찍부터 커피를 필요로 하는 약국 직원들은 커피 배달을 시켰구나. 이렇게 이른 시간인데 커피가 배달되다니! 우리나라는 참 대단한 나라야.'


  아침 일찍 커피가게가 문을 연 모습을 보고, 약국에서의 커피 배달 장면까지 떠올려본다. 집에서 나와서 편의점까지 걸어가는 짧은 시간 동안 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이렇게 글로 적어본다. 이렇게 많은 생각들이 떠오를 줄이야! 일부러 글을 쓰기 위해서 이런저런 기억의 조각들을 꺼내어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언뜻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생각들을 붙잡아 글로 써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구먼.

  

  커피가게 주인의 힘찬 빗자루질 소리를 들으며 편의점으로 향한다. 편의점에 들어가서 우유가 있는 쪽으로 향한다. 서울우유와 맛있는 우유 중 유통기한이 좀 더 긴 것을 선택하여 집어 든다. 계산대에는 한 아주머니가 약간 서툰 한국말로 나를 응대한다. 동남아 쪽 아주머니인 듯. 동남아 아주머니가 야무지게 우유를 계산하고 나에게 건네준다.

  "캄사하니다. 또 오세이요."


  그 모습을 보니 올해 1월에 베트남 여행 가서 보았던 마트의 엄마와 아들이 떠오른다. 베트남 여행 마지막날 공항으로 이동하려 먹을 간식거리와 음료를 사러 아침 일찍 숙소 주변의 마트를 찾아간 적이 있다. 7시가 안 된 이른 시각이었는데, 아침식사를 파는 식당들은 문을 열고 장사를 하고 있다. 마트를 찾아가서 과자와 음료를 몇 개 골랐다. 계산하는 곳에는 한 엄마와 어린 아들이 함께 있었다. 아이를 돌보기도 힘들 텐데, 아침 일찍부터 가게 문을 열고 장사를 하는 모습이 왠지 짠해 보였다.


출처: 블로그, 김경진 사진첩

  우유를 들고 집으로 향해 걸어가는 길에 노란 길고양이가 눈에 들어온다. 나의 오른쪽을 앞질러 가더니 화단 위로 폴짝 뛰어 올라간다. 그 모습을 보고 '야~옹', 고양이 울음소리를 흉내 내어 본다. 화단 위에서 고양이가 그 소리를 듣고 내쪽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나는 한 번 더 '야~옹' 소리를 낸다. 나를 바라보던 고양이의 표정에서 고양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저 아저씨는 사람인데 왜 고양이 소리를 내노?"


  평일 아침 7시의 풍경을 글로 담아보고 싶었다. 집을 나와 편의점에서 우유를 사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동안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기억하여 글로 적어보니 좀 새롭기는 하다. 놀라운 점은 내 머릿속에서 이토록 다양한 생각들이 열전구가 깜박이듯 한다는 것이다. 글을 적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생각해 낸 부분도 있는 것 같고, 그냥 무심코 툭 뱉어내듯이 떠오른 생각들도 있다. 이렇게 적으려고 마음먹으면 기억해 둘 수 있는데, 평소에는 그냥 흘려보내는 생각들이다.


  작가가 되기 위한 방법 중에 불현듯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핸드폰의 메모장이나 수첩에 그런 생각의 조각들을 기록해 두는 것이 좋다고 하던데. 참 부지런하고 항상 자신의 삶 속에서 깨어있어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아침에 우유 한 통 사 오는 약 5분 정도의 시간 동안의 일을 적어봐도 이 정도인데, 하루를 살면서 언뜻언뜻 떠오르는 생각의 꼬리들을 잡아 모으면 얼마나 많은 글감이 생길까! 참 글의 세계는 심오하다.


  그리고 이렇게 주제 없는 글은 나의 브런치 어느 항목에 넣어야 할까? 사십 대 아저씨의 보통날에 넣어야 하나? 글쓰기 관련 메뉴에 넣어야 하나? 시시각각 변하는 생각의 흐름을 나열한 이 글은 글쓰기 관련으로 두어야겠다. 글쓰기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이런 일도 해보고, 이런 글도 적어보았다는 증거로 남겨두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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