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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Nov 25. 2024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되니까

모두들 각자의 사정과 사연을 안고 하루하루 살아간다.

  삼십 대에는 몰랐었다. 나의 삶만 우여곡절이 있는 것 같았다. 내 나이 서른다섯에 아버지는 염불이 잘 들리는 산의 바람이 되셨다. 그 후 2년 뒤에 어머니를 아버지께서 데리고 저 멀리 강을 건너가셨다.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어 내 삶은 참 기구하다 싶었다. 남들은 아무 아픔 없이 행복하게 보통의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다.


  세월이 흘러 내 나이 마흔넷이 되니 주변을 보는 나의 시선이 달라짐을 느낀다. 모두들 저마다의 아픔과 사정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을 내어 하루하루를 살아 냄이 보인다. 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 이승이 좋다지만, 이승에서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곧 전쟁이다. 정신없이 바쁘게 하루를 살고, 감당할 수 없는 이벤트들이 가끔 뻥뻥 터진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우리네 삶을 다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는 말한다.

  "나는 다시 태어나면 돌로 태어나고 싶어요. 아무런 고민 없이 덩그러니 그 자리에 앉아 있고 싶어요."

  "나는 다시 태어나면 바람이 될 거예요.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으며 바람처럼 이곳저곳을 맘 편히 다니며 살고 싶어요."

  지금의 삶이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와 고뇌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누군가는 말한다.

  "그냥 다시 안 태어날래요. 사는 게 너무 힘들어요."


출처: 네이버카페, 기획과 마케팅


  살아가는 건, 풍성한 희로애락이 가득 담긴 선물상자를 받아서 그 안에 있는 선물을 하나하나 꺼내어 보는 것과 같다. 오늘 꺼낸 선물이 '희'라서 오늘 하루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하고 태어나길 잘했다 싶다. 내일은 '노'라는 선물을 꺼내며 배우자와 아이에게 화를 낼 일이 생긴다. 내가 왜 이러나 싶다. 어떤 날은 '애'라는 선물을 꺼내어 펑펑 눈물을 흘리며 마음 아파한다. 그래도 살면서 '락'이라는 선물을 열어 다시 또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갈만한 세상이라 생각한다.


  인생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예전 학군단 시절, 훈육관이 이런 말을 했었다.

  "운전 말고는 내 뜻대로 되는 게 없어. 운전대를 돌리는 대로 자동차가 가는 것 말고는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세상이다."

  그 말도 참 맞다. 하지만 운전도 내 뜻대로 다 되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운전을 잘해도 다른 차가 내 차를 들이받아 사고가 나기도 하고, 교통의 흐름은 내가 지배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러니 결론은 살면서 내 뜻대로 되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정말 사랑하여 결혼한 배우자랑 원수처럼 되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 결혼 전에는 이 사람과 한평생 살면 정말 행복과 사랑이 충만할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고 살다 보니 이런 사람과 왜 결혼했나 싶다. 몇몇 소수의 부부들은 결혼 후에도 결혼 전과 같이 사랑하며 살겠지만, 대부분의 부부들은 전우애와 육아동지로 살아가는 듯하다. 양쪽 집안 때문에 싸우고, 아이 때문에 싸우고, 서로 삶의 가치가 안 맞아서 싸우고, 그러다가 또 화해하고 웃으며 삶은 계속된다.


  참 아니러니 한 일이다. 내가 정말 사랑하고, 내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은 사람과 함께 행복하기 위해 결혼하여 한 집에서 사는데, 초심은 잃어버리고 하루하루 치열하게 싸우며 살다니! 둘을 닮은 아기가 태어났을 때, '이 아기를 위해 멋진 부모가 되자, 아이를 잘 키우자.' 굳은 다짐을 했건만 아이가 아파서 입원을 하고, 어린이집에 안 가려하고, 초등학교에 가서 말썽을 피우고. 그러면 아기가 태어났을 때의 초심은 온데간데없고, 아이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로 괴로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자와 아이를 챙기며 함께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간다.


  건강이 조금씩 나빠져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 사람 몸의 세포는 25세까지 왕성한 세포분열과 성장을 보이다가 그 후로는 유지되거나 퇴화된다. 그러니 내 나이 마흔넷, 20년 정도 업그레이드가 안 되는 몸뚱이로 살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로 치면 연식이 20년 된 자동차이다. 낡은 부품은 하나 둘 교체하고 수리를 해야 한다. 자동차를 앞으로 40년은 더 타야 한다. 최대한 고장 없이, 안전하게 타고 다녀야 한다.


  내 몸의 일부분도 하나하나 고장이 난다. 이가 망가져서 치과에 가서 금니를 해 넣는다. 대장에 종용이 생겨 떼내기도 한다. 머리숱이 점점 줄어들고 머리카락이 얇아지는 것을 최대한 유지보수하며 뚜껑을 유지한다. 가끔은 큰 병이 생기기도 한다. 병원에 입원하거나 수술을 통해 병을 낫게 하고 다시 또 살아간다. 현재 나의 몸을 최대한 유지하며, 건강을 챙기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


  자녀가 내 마음대로 안 되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 자녀가 공부를 잘하면 좋겠는데 지지리도 공부를 하지 않는다. 학원을 보내주면 하나라도 더 배우려 하면 좋겠는데, 학원 가서 친구들과 노는 것만 신경 쓴다. 스마트폰을 좀 적게 만지면 좋겠는데, 하루종일 손에 들고 스마트폰만 들여다본다. 저건 자식이 아니라, 웬수같다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챙겨주고 사랑하며 살아간다.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도 적게 버는 사람도 경제적으로 힘든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기에 자신의 소득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한다. 월 삼백을 벌면, 월 오백을 벌고 싶고, 월 오백을 벌면, 월 천만 원을 벌면 삶이 나아질 것 같다. 하지만 그 벌이에 맞게 또 다른 지출들이 생겨날 것이다.


  적게 벌 때는 그냥 학원에 자녀를 보내다가, 많이 벌면 고액 과외를 시킬 것이다. 그러면 교육비 지출이 더 생기게 되고, 내 생활은 항상 팍팍함을 느끼며 살 것이다. 돈을 적게 벌 때는 소고기를 먹으면 행복해 하지만, 돈을 많이 벌면 미슐렝 맛집에 가서 다이닝을 먹어야 행복해할 것이다. 사람은 그런 것 같다. 예전 우리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은 아래로 보고 살아야 한다. 위로 보고 살면 못 산다."

  나보다 못한 사람을 보며 위안을 느끼고 안도감과 행복함을 느끼는 것이 낫다. 뱁새가 황새를 좇아가면 가랑이가 찢어진다. 마음도 찢어진다.


  하지만 사람들은 더 많은 경제적 자유에 목말라 있다. 항상 더 벌고 싶어 하고, 로또를 사면서 내가 당첨자가 되기를 바란다. 사실 필자도 언젠가는 경제적 자유를 이루겠다는 야망으로 이렇게 한 편씩 글을 적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모두들 더 많은 돈을 얻기를 원한다. 그것이 불가능하기에, 원하는 만큼 돈이 없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


출처: 블로그, 크림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사정과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것 같다. 나이가 적은 어린이도, 나이가 많은 노인도 다 각자의 고민이 있다. 불임과 난임으로 아이가 안 생기는 부부도, 아이가 너무 많아 육아에 찌든 부부도 나름의 고민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간다. 부모를 일찍 여의어도 괴롭고, 너무 오래 장수하여 요양원에서 계속 지내셔도 고민이다. 다들 각자의 입장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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