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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Dec 02. 2024

K-gguro(거꾸로) 사는 세상

한국 부모와 아이들이 거꾸로 사는 이유는 부모의 사랑과 욕심 때문이다.

  아기가 자라서 이유식을 먹게 되면 작은 숟가락으로 음식을 떠먹여 준다. 그 아기가 점점 자라 어린이집, 유치원을 다닐 나이가 되어도 떠먹여 주는 경우가 있다. 충분히 자기 스스로 숟가락질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는 떠먹임을 당하고 싶어 한다. 떠먹여 주면 편하니까. 떠먹여 주는 것을 제비새끼마냥 잘 받아먹으면 그나마 떠먹여 줄 맛이 난다. 그런데 본인이 싫어하는 메뉴는 씹지 않고 음식을 물고 있거나 잘 먹지 않는다.


  그러한 아이를 보면 부모는 속에 천불이 난다. 음식을 해주는 것도 모자라서, 수발을 들면서 떠먹여 주는데 먹지를 않으니 뚜껑이 열린다. 이건 뭔가 거꾸로 된 모습이다. 부모가 준비해 주는 음식을 자녀가 감사한 마음으로, 스스로 숟가락질하며 맛있게 먹는 것이 순리인데. 아이는 음식을 먹기 싫어하고 부모는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고 애를 쓰는 모습. 참 이건 말도 안 되는 경우가 아닌가! 하지만 지금 현실이 그렇다.


  자녀의 학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요즘 아이들은 학원을 여러 곳 다닌다. 피아노, 영어, 태권도, 미술, 댄스, 수학, 축구 등 자신이 배우고 싶거나 부모가 보내는 학원을 아이들이 다닌다. 그런데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의 마음은 어떠한가? 부모님이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나에게 학원을 다닐 수 있는 기회를 주심에 감사하면서 다닐까? 그런 아이들보다는 그저 부모가 다녀라고 하니 마저 못해 다니는 아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출처: 네이버카페, 시간이 머문 집

  그러한 아이들은 자신이 학원을 다니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 전혀 없다. 어쩌다가 사정이 생겨 학원을 빠지게 되면 '앗싸!'를 외치며 학원을 하루 안 가는 것에 행복해한다. 부모는 그런 자녀의 모습을 보면 참 한심하기도 하고, 원망스러운 마음도 든다. '내가 어찌 번 돈으로 학원을 보내주는 것인데, 한 번이라도 더 가고 싶어 해야지!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어 해야지!' 부모는 애가 탄다. 이것 또한 거꾸로 된 모습이 아닐까?


  자녀가 배움에 목말라하고 학원을 보내주십사 부모에게 애원하여, 부모는 비싼 학원비를 지불함에도 불구하고 학원을 보내는 것이 맞지 않은가? 가기 싫어하는 학원을 억지로, 하나도 아닌 두세 곳의 학원을 뺑뺑이 도는 모습은 너무나도 거꾸로 된 모습인 것 같다. 부모는 자녀가 학원을  잘 다녀주는 것에 고마워하며 살고 있다. 자녀가 학원을 다닐 수 있게 해 줌에 고마워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은가?


  요즘 아이들이 입고 다니는 옷, 매고 다니는 가방은 상당히 비싼 것이다. 백화점에서 비싼 브랜드의 옷을 자녀에게는 잘 사준다. 다른 친구들도 입고 다니는 비싼 브랜드를 나의 자녀가 입지 않으면 무시당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아주 부유한 집이 아니라면, 부모는 자녀보다 비싼 옷을 사 입지 않는다. 부모는 싸구려 옷을 입고, 자녀는 비싼 옷을 입는 거꾸로 된 모습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비싼 메이커 옷을 사 입지 않는다.


  우리는 왜 이렇게 거꾸로 된 세상에서 살고 있을까? 자녀가 주는 밥을 고마워하며 먹는 것이 맞고, 학원을 다닐 수 있음에 감사하며 하나라도 더 배우려 하는 것이 맞는데. 자녀의 옷을 사는데 그렇게 많은 돈을 들이지 않는 것이 맞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거꾸로 사는 것일까? 그 모든 일에 대한 원인은 바로 '부모의 사랑과 욕심'이다. 특히나 우리나라 K-부모의 사랑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식이 나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 자녀에게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마음,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마음, 자녀의 키가 한 치라도 더 자라게 되길 바라는 마음. 그러한 부모의 마음들이 모여서 거꾸로 된 세상을 만들게 된 것은 아닐까!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부모들은 다들 거꾸로 된 세상 속에서 자녀들과 티격태격하며 살고 있을 것이다.


  가난하여 배고픈 시절에는 아이들이 스스로 밥을 푹푹 떠먹었다. 사실 먹을 것이 없어서 못 먹었다. 맞다. 부모들은 먹을 것이 없어 굶더라도 자식들은 배불리 먹였다. 갈빗집에 가서 아이들은 고기를 신나게 뜯어도, 부모는 외식비가 많이 나올까 걱정되어 고기를 아껴 먹는다. 그렇게 우리네 K-부모님들은 살아왔다. 지금의 부모들도 마찬가지로 자녀에게 더 주려하기에, 거꾸로 된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


  부모세대들은 해외여행을 자주 못 간다. 하지만 자녀에게는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 유럽여행, 해외어학연수를 보내준다.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안고 그렇게 자녀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내 자녀가 나중에 커서 나보다 더 윤택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영어며, 피아노며, 발레며 학원을 무리해서 보낸다. 좋게 말하면 부모님의 사랑이고, 좀 나쁘게 말하면 부모의 욕심이다.


출처: 블로그, 하하하파파

  모든 부모가 자식을 챙기고 위하는 마음은 같겠지만, 유독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과한 것 같다. 자녀를 위해 투자하는 돈, 자녀에게 가지는 관심이 너무 과한 것 같다. 자식을 낳았으면 책임을 지는 것은 맞다. 그 자녀가 성인이 되어 독립할 때까지 챙겨주는 것은 맞는데, 우리나라는 너무 과하게 챙겨주는 것 같다. 그 결과로 모두들 거꾸로 된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 다들 그렇게 사니까, K-부모와 자녀들은 거꾸로 살아간다.


  오늘 둘째의 입에 숟가락을 떠먹여 주며, 잘 먹어줘서 고맙다며. 오늘 첫째가 세 곳의 학원을 투정 없이 잘 다녀와줘서 고맙다며. 오늘도 난 거꾸로 된 세상에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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