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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May 24. 2024

결혼식날, '대추'가 제일 맛있더라.

정신없이 결혼식을 마치고 공항 가는 도중 먹은 '대추'가 허기를 달래주다

  결혼식날을 떠올리면 떠오르는 단어는 '참 정신없다.'이다. 어떻게 결혼식을 시작하고 어떻게 식이 진행되었으며, 어떻게 마쳤는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빠르게 진행되어 순식간에 마친 기분이다. 한국 사회에서 일반적인 결혼식은 많은 손님들을 초대하여 결혼식을 올리고, 사진촬영 후 뷔페를 먹는 행사이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예식장에 도착한다. 신랑은 턱시도를 입고, 신부는 드레스를 입는다. 내 평생 처음으로 얼굴에 풀 메이크업을 한다. 나와 결혼하여 여보가 될 사람도 평소보다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화장을 한다. '드디어 오늘 결혼식을 하는 날이구나!, 내가 결혼을 하여 유부남이 되는구나!' 설레기도 하고 긴장이 많이 되는 오늘이다. 조금 뒤 양가 부모님께서도 오셔서 메이크업을 하신다. 조금이라도 젊게 보이기 위하여 화장에 정성이 가득하다.


출처: 블로그, STUDIO TAP


  시간이 흘러 흘러 결혼식 시작 30분 전이 된다. 예식장 직원이 신랑, 신부에게 와서 엘리베이터에 타라고 한다. 지하 대기실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문이 열린다. 엄청난 인파가 나를 반긴다. 아는 얼굴도 있고, 모르는 얼굴도 많다.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텔레비전에서 본 것처럼 신랑 측 축의금을 받는 곳 주변에서 사람들에게 인사를 드린다. 여보는 신부대기실에 앉아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다.


  결혼식 시작 5분 전이 되어 사회자의 멘트가 흘러나온다.

  "잠시 뒤 신랑 000과 신부 000의 결혼식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참석하신 내빈 분들께서는 식장 내부로 들어오셔서 앞 좌석부터 앉아주시기 바랍니다. 휴대전화는 진동모드로 설정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신랑은 문 앞에서 대기한다. '드디어 내가 결혼을 하는구나.'


  양가 어머니께서 화촉을 점화하시고, 사회자가 주례선생님을 소개한다. 그다음은 신랑 입장이다. 사회자가 '신랑 입장!'을 외치고, 난 양쪽 손님들이 가득한 레드카펫 위를 성큼성큼 걸어간다. 학군단 동기들이 만들어 준 예도단 칼문 사이로 걸어 들어가 주례 앞쪽에 서서 양가 부모님과 하객들에게 인사를 드린다. 다음 '신부 입장!'이라는 멘트와 함께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장인어른과 여보가 함께 걸어온다.


  장인어른에게서 신부의 손을 넘겨받고, 장인어른께 인사드린다. 장인어른이 나의 어깨를 살며시 톡톡 두드려 주신다. 장인어른 눈가가 촉촉해지셨다. 나와 여보는 주례선생님 앞에서 맹세를 한다.

  "신랑 000은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신부 000을 아까고 사랑하겠습니까?"

  "예."

  "신부 000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신랑 000과 함께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까?"

  "예."


출처: 블로그, 행복한 결혼준비 슬기로운 결혼생활


  살면서 과연 나는 몇 번의 맹세를 할까? 살면서 맹세할 일이 몇 번이나 있을까? 어렸을 때 남자애들이 모여 좋아하는 여자애 이름을 말하며 아무에게도 말하기 없기를 맹세한 이후 처음인 것 같다. 결혼식 때 '맹세'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맹세'는 지키기 힘든 일을 꼭 지킬 때 하는 것이다. 아마 결혼식 때 맹세를 하는 이유는 부부가 같이 살면서 그렇게 사랑하고 아껴주며 살기 어렵고 힘들기에, 많은 하객들과 친척들 앞에서 맹세를 시키는 것이다. 맹세했으니 이혼하지 말고 잘 살아라고!


  주례사가 끝나고 축가를 부른다. 여보가 학창 시절 좋아했었던 '젝스키스'라는 그룹의 '예감'이라는 곡을 나의 친구와 나누어 부르다가 2절 때는 여보에게도 잠시 마이크를 넘긴다. 고등학교 때 노래방에서 많이 불러본 노래라 낯설지 않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부르려니 참 긴장이 된다. 그리고 예식장 마이크가 그리 성능이 좋지 않아 노래 부르기가 힘들었다.


  흥겨운 축가가 끝나고 마지막 행진을 한다. 예도단의 칼 터널을 지나다가 관문에 걸린다. 각 관문에서 신부 이름으로 삼행시 짓기, 신부 등에 태우고 팔 굽혀 펴기 하기, 간단한 춤추기, 마지막에는 키스로 마무리한다.


  그렇게 정신없이 결혼식이 끝나고 사진촬영을 한다. 양가 부모님, 양가 친척, 지인 등의 순으로 촬영을 마치고 폐백을 하러 간다. 요즘은 폐백을 안 하기도 하지만 그 당시 나는 부모님과 친척어른들을 모신 자리에서 폐백을 하였다. 결혼생활에 대한 덕담을 듣고, 대추를 신부 치마에 던져주며 번영과 안녕을 기원한다. 그 대추는 봉지에 넣어 챙겨주었다.

 

출처: 블로그, 미라클 여행리포트


  이제 뷔페식당으로 가면 된다. 하객들은 이미 와서 식사를 하고 있다. 양가 부모님과 신랑, 신부는 음식을 먹고 있는 하객들의 식탁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감사의 인사를 다시 한번 드린다. 그리고 식사를 하려는데, 밥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 결혼식이라는 큰 일을 치르려고 하니 밥맛도 없고 정신도 없다. 이제 슬슬 결혼식이 마무리되는 시점이다.


  결혼식을 마치고 턱시도와 드레스를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입는다. 드디어 우리는 부부가 된 것이다. 인근 모텔로 가서 신혼여행 준비를 한다. 신부의 머리에 있는 수많은 실핀을 제거하고, 간단하게 씻고 잠시 앉아 쉰다. 우리는 서로를 껴안으며 오늘의 행사를 잘 마무리한 것에 대하여 서로의 노고를 치하한다. 이제 공항으로 이동할 시간이다.


  공항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우리는 아까 폐백 할 때 챙겨두었던 대추를 나누어 먹었다. 내 평생 먹어본 대추 중에 제일 달고 맛난 대추가 아니었을까 싶다. 마음이 아주 홀가분하다. 우리 둘은 이제 허니문여행을 출발한다. 여행을 다녀와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이 순간 신혼여행을 떠나는 우리 둘은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하다.


  공항에 가니 여러 신혼부부들이 보인다. 얼굴에 풀메이크업을 하고, 올림머리를 화려하게 한 신부들도 몇 명 눈에 띈다. 우린 인근 모텔에서 어느 정도 정비를 하고 나온 것을 내심 뿌듯해하며 탑승수속을 밟았다. 그렇게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떠나는 두 사람은 이제 '부부'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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