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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Sep 06. 2019

LA TRAVIATA

베를린에서의 첫 오페라

- 첫 오페라는 '라 트라비아타'

첫 오케스트라 공연을 콘체르트하우스에서 보고 난 후, 중간중간에 몇몇 공연을 보았지만 오페라는 보지 못했다. 그래서 "6월의 첫 시작을 오페라를 보는 것으로 하자!"라고 마음먹었다. 베를린에는 크게 슈타츠오퍼, 도이체오퍼, 코미셰오퍼가 있다. 노이쾰른오퍼도 있지만 선정되는 작품이라던지 인지도 면에서 앞선 세 곳 보다 조금 낮은편이다. 이렇게 많은 극장 중 슈타츠오퍼를 첫 오페라 관람장으로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다. '라 트라비아타'였기 때문이다.


- 라 트라비아타, 'LA TRAVIATA'

'라 트라비아타'는 1800년대 주세페 베르디가 작곡한 3막 오페라이다. 베르디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오페라를 다섯 손가락에 꼽으라 한다면 다섯 개 모두 베르디의 작품으로 넣어도 이의가 없을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곡가다. '나부코', '리골레토', '일 트로바토레', '라 트라비아타', '운명의 힘', '아이다' 등 대한민국에서 '오페라 보러 간다.'라고 하면 70% 이상의 확률로 베르디의 오페라일 정도로 그의 작품은 대중적이다. 물론 이곳 '베를린'도 베르디의 인기는 대단하다. 매 시즌마다 어느 극장이든 간에 베르디의 오페라는 꼭 포함되어 있다. '라 트라비아타'는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인 '비올레타'와 '알프레도'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며 당연히 그들의 사랑에는 수많은 갈등과 걸림돌이 많았고 결국 '비올레타'의 죽음으로 슬픈 결말을 맞이하는 아주 흔한 주말드라마와 같은 스토리다.


- 슈타츠오퍼 (Staadtsoper unter den Linden)

Staadtsoper unter den Linden을 우리말로 풀자면 린덴가(베를린 중심가)의 오페라 극장이라고 해석이 될까 싶다. 실제로 슈타츠오퍼의 위치는 베를린의 거의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슈타츠오퍼는 1700년대 후반에 만들어졌다. 무려 250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지금의 모습이 온전한 그때의 모습은 아니라고 한다. 막상 보면 건물이 생각보다 새 건물 같은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슈타츠오퍼는 제2차 세계대전 중 포격을 맞아 '완전 붕괴'가 되었는데 1차 재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차례 더 포격을 맞아 2차 재건까지 겪은 아픔이 많은 건물이다. 그래도 처음 모습 그대로 재건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콘체르트하우스도 그렇고 독일의 이런 기술력 하나만큼은 정말 최고인 것 같다.

오른쪽 하단 바코드 위를 자세히 보면 Kinderpreis(어린이 요금)이라고 기재되어있다.

'클래식 카르테'를 사용해 공연을 보려 했지만 이미 매표소에는 'Ausverkauft(매진)' 안내가 붙어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직원에게 공연을 볼 수만 있다면 아무 자리나 상관없다며 거듭 부탁했고 직원은 내 간절함을 알아준 것인지 나에게 좋은 자리가 아니라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표를 건넸다. 이 사진을 보면 지금도 웃음이 난다. '클래식 카르테'를 적용하면 오페라를 10유로에 관람이 가능한데 이 티켓의 가격은 7유로 50센트이다. 가격이 적힌 곳의 밑을 보면 Kinderpreis(어린이 요금)라고 되어 있다. 그렇다. 난 어린이 었다. 낯선 동양인이 오페라를 보고 싶다고 허접한 독일어와 손짓 발짓 써가며 간절하게 부탁하는 것을 본 직원의 작은 배려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클래식 카르테'는 정말 좋은 제도 중 하나인데 이에 대한 내용은 추후 상세히 다룰 예정이다.


- 슈타츠오퍼와 슈타츠카펠레

슈타츠오퍼의 공연은 슈타츠카펠레가 함께 한다. 슈타츠카펠레는 450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 중 하나이다. 이곳의 수장은 Daniel Barenboim(다니엘 바렌보임)이다. 그는 1992년부터 지금까지 슈타츠카펠레의 지휘자 및 음악감독으로 지내고 있다. 다니엘 바렌보임은 피아니스트로도 한 시대를 거느리고 지금도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음악가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날 공연에서 그를 볼 수는 없었다. 다니엘 바렌보임 대신 그의 첫 부사수인 Domingo Hindoyan(도밍고 힌도얀)이 지휘를 맡았다. 슈타츠카펠레는 슈타츠오퍼에서의 오페라 연주뿐 아니라 정기연주회도 매 시즌 진행하고 있다. 보통 시즌별로 5회 정도 진행하고 슈타츠오퍼 혹은 베를린 필하모니 등에서 연주한다. 그들의 정기연주회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만큼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나 또한 지금까지 슈타츠카펠레의 정기연주회는 꼭 보고 있다.


- LA TRAVIATA

라 트라비아타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서론이 너무 길었던 것 같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날 무대는 '음악'에 중점을 둔 무대였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까지 내가 보아왔던 라 트라비아타는 화려한 무대의상, 특히 비올레타를 돋보이게 하는 드레스(주로 빨간 드레스), 그것과 어울리는 화려한 무대 배경, 조명 등으로 이루어진 라 트라비아타만 보았다. 하지만 슈타츠오퍼의 라 트라비아타는 달랐다. 무대는 심플함 그 자체였다. 간단한 분리와 변형이 가능한 가로, 세로, 높이의 합이 약 4~5미터 정도 되는 검은색 정육면체 하나만이 무대 정중앙에 자리 잡았다. 공연이 시작됐을 때 사실 조금 당황했다. '저게 전부는 아니겠지?', '무대가 이렇게 단순하다고?'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불과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나는 공연에 100% 몰입했다. 비올레타가 파티에서 자신을 과시할 때 에도, 알프레도와 사랑을 노래할 때에도, 그녀가 결국 죽음을 맞이할 때에도, 모든 것이 그 정육면체 하나에서 이루어졌다. 무대의상 역시 위에 보이는 커튼콜 사진에 보이는 의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되었고 비올레타만 원피스를 빨간색, 흰색, 검은색으로 교체해서 입었고 더해서 하얀색 카디건을 걸치는 정도가 전부였다. 라 트라비아타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보아왔던 다른 오페라들을 생각해보면 화려한 무대와 의상들로 이루어진 오페라가 대부분이었다. 가끔은 '조금 과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온전히 공연에 집중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공연은 정말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집중해서 봤다. 단순한 무대와 의상, 조명은 관객의 시선을 오로지 가수들에게 향하게 했다. 나는 '눈이 가는 만큼 귀가 간다.'라고 생각한다. 내 눈은 이미 가수들에게 완전히 집중해있었고, 그만큼 가수들의 온전한 감정이 담긴 노래들이 더 선명하게, 더 울림 있게 다가왔다. 이미 이러한 부분들을 예상하고 고려한 연출이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관객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까? 이날 관객들은 커튼콜 내내 기립박수로 공연에 대한 감동을 조금이나마 전했다.


- 마치며

여러 오페라를 관람했었지만 이 날 슈타츠오퍼의 라 트라비아타만큼 '음악'에만 오로지 집중해본 공연이 없었던 것 같다. 과연 최고의 무대, 최고의 연출이란 무엇일까? 그 작품의 시대를 온전히 반영한 무대와 연출일까?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을 화려한 무대와 연출일까? 그 기준은 관객마다 다를 것이고 공연장이 추구하는 기준도 다르겠지만 나에게 이날의 무대와 연출 그리고 '음악'은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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