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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Sep 20. 2019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Tag der offenen Tür

- 오픈 콘서트

'Tag der offenen Tür', 직역하자면 '문이 열려있는 날'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오픈 콘서트'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 행사가 특별한 이유는 이 날 모든 공연은 무료입장이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음악이 멈추질 않는다. 나는 2018년 베를린 필하모니의 오픈 콘서트와 콘체르트하우스의 오픈 콘서트, 올해는 콘체르트하우스의 오픈 콘서트를 가보았다.


- 베를린 필하모니

2018년 5월 21일,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 (베를린 필하모니)
2018년 5월 21일, 입장 시 받는 입장 카드 (베를린 필하모니)

베를린 필하모니의 경우 안전사고를 대비하여 입장 관객의 수를 정해 놓았다. 이 카드를 소지해야 입장이 가능하고 베를린 필하모니 측에서 배부하는 이 카드가 모두 소진되었을 시, 퇴장 관객이 다시 이 카드를 반납하면 다음 사람이 카드를 받아 다시 입장 가능하다.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청소년 오케스트라, 한국에서도 공연한 적 있는 베를린 필하모니 12 첼리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다.

2018년 5월 21일,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청소년 오케스트라 공연 시작 전 무대


- 콘체르트하우스 베를린

2018년 6월 9일, 콘체르트하우스 베를린에서 오픈콘서트를 기념하여 나누어주는 엽서

콘체르트하우스 베를린은 공연장뿐만 아니라 공연장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객석 삼아 야외무대 공연을 한다. 그리고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엽서, 연필, 젤리도 나눠줬다.

2018년 6월 9일, 기념품으로 나누어 준 연필과 젤리

- 특별한 듯, 평범한 듯

아직까지도 한국에서의 클래식 음악은 '어려운 음악', '재미없는 음악', '지루한 음악' 등 다소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클래식 음악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더라도 그 문턱을 너무 높게 생각하여 쉽사리 발을 딛기 어려워한다. 이 문제는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는 문제 중 하나이며 이러한 인식들을 개선하기 위해서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오픈 콘서트를 굉장히 높게 산다. 오픈 콘서트의 프로그램들은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콘체르트하우스 같은 경우 사전에 100곡 정도의 리스트를 홈페이지에 게시 후 공연 당일날 관객들의 참여를 받아 그 관객이 듣고 싶은 음악을 그 자리에서 바로 연주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대단한 건 그 짧은 순간에 스태프들은 악보를 세팅하고 연주자들은 그 곡을 바로 연주했다. 또한 실시간 문자를 통해 질문들을 받아 지휘자와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2018년 6월 9일 콘체르트하우스, 사회자를 통해 이반 피셔(지휘자)와 관객이 소통하는 시간

특히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굉장히 잘 구성되어있다. 동화와 함께하는 클래식, 오케스트라 단원이 직접 알려주는 악기 체험, 아이의 지휘에 맞춰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등 나에게는 그저 낯설고 특별해 보이기만 한 그 프로그램에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다가갔다. 그러다 문득 저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갔던 그곳에서는 항상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악기를 든 아저씨, 아줌마들이 나랑 이야기하며, 악기를 알려주며 함께 놀아준다.'

'무대 위에 올라가 손을 흔들었더니 오케스트라가 내 손을 따라 연주했다.'


혹시 아이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면 이 아이들은 공연장을 '놀이터'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아이들은 모를 것이다. 부모님 손을 잡고 온 이 공연장이 세계적으로 얼마나 유명한 공연장인지. 본인의 손을 잡고 악기를 가르쳐 주며 놀아준 이 사람이 얼마나 유명한 연주자인지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먼 훗날 이 순간을 '추억' 할 것이다. 이 '추억'을 가진 아이들은 '음악'을 마음속 한편 어딘가에 품고 살지 않을까? 독일의 모든 아이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좋아한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들을 체험한 아이들이 음악가의 삶을 산다거나 혹은 살아야 한다는 것 또한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 중 적어도 한 명은 마음 한편에 '음악'을 품은 어른이 될 것이고 클래식 음악을 즐길 줄 아는 잠재적인 관객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관객 유지와 개발은 공연장의 영원한 숙제 중 하나이다. 아무래도 독일은 이 방법을 해답으로 내어놓은 듯하다.

2018년 6월 9일, 아이의 지휘에 맞춰 연주하는 카르멘 서곡

- 누구에게나 열리길 바라며

나에겐 너무나도 특별해 보였던 이 모든 것들이 그들에게는 너무나도 평범한 것이었다. 국에서도 이미 많 공연장과 단체에서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공연과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사람들에겐 클래식 음악은 너무 높은 벽을 가진 장르로 인식되어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프로그램을 더 개발하고 더 많이 진행되길 바란다. 아이들도 다가갈 수 있을 만큼 조금 더 쉽게, 조금 더 가깝고 친근 공연들이 많이 생겼으면 한다. '음악'이 어린 시절 경험한 작은 추억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말이다.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되어야,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이 한국에서도 음악이, 클래식 음악이 조금은 더 탄탄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9년 6월 16일, 팀파니 캐릭터가 추가되었다. "RAN AN DIE KLASSIK" - 클래식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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