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교감(思想 交感) - 마리폴네르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어려운일도 쉬운일도 아니었던 발걸음을
늦었는지, 아주 한참이 지나서야 이렇게 찾습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움에 물가를 뒤적이지만...
시간은 내 손끝에 느낌처럼 차갑기만 합니다.
여기에 당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애써 시선을 외면하며, 그렇게 발길을 돌리는데
가슴 속 쉽지 않게 당신이 머문다는 생각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당신이 보고 싶어서 다시한번 자세히 보지만
당신을 보낸 곳에 비치는 건 그저 그 사나이 뿐입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이제야 알것 같습니다.
사나이가 찾는 건 당신이 기억하는 자신의 모습이었던 것을.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추억은 간직하고 기억하려할때 슬퍼만질 수 있다고
여전히 쉽게 얘기하고 있는 당신이 있습니다.
오래전 나와 다른 생각을 갖은 친구가 있었고, 그의 애인이 있었습니다.
저는 항상 그 친구와 늘 다른 주장을 갖았고, 다른 설득, 다른 이해가 있었습니다.
갑작스런 사고로 그의 애인이 떠나고 친구와 저는 변해가기 시작했습니다.
서로 참 많이 잃었고, 참 많이 아팠고, 참 많이 답답했습니다.
시간은 흘러 더 이상 연락하지 않고 지내게 된 어느날.
이 시가 보여주듯이 각자의 이야기를 하지만
이렇게 하나로 보여 줄 수 있다고 생각 했습니다.
세월은 이미 오래 흘러 많은 아쉬움과 미련만 남기고 있지만,
그 친구와 전 그렇게 하나의 공감을 느끼게 될 수 있다고
진정 늦었다는 것은 늘 시작이라는 것을
너무 슬프지만 이렇게 뒤늦게 깨달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