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달밤 : 네번째 이야기
내가 한동안 바닷가 근처에 머무렀을때 일.
어느 날 저녁이었다. 노을이 몹시 붉었다. 해안가 근처 아랫마을 송이를 찾아갔다. 대문은 깊이 잠겨 있고 잔잔한 파도만 어디선가 찰싹찰싹 소리내고 있었다. 나는 앞에 바다물결을 지켜보다 대문을 흔들지 않고 그대로 돌아섰다.
송이를 못 만나고 돌아오는 길 건너 올라온 바위 암자에 웬 긴머리 여인이 혼자 종아리을 세우고 앉아 양손가락으로 사각틀을 만들어 노을을 보고 있었다. 나는 발길을 그리로 옮겼다. 그녀는 내가 가까이 가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아니했다.
"저도 잠깐 같이볼께요."
하며 허리높이 아래 한걸음 정도 옆 바위에 걸터앉았다. 그녀는 어촌 사람이 아닌 것을 알자,
"뭍에서 오셨나요?"
하고 물었다.
"네, 오늘은 노을이 유난히 붉네요."
"음! 정말 참 빠알갛네요."
붉게비치는 긴 머리를 쓸어올렸다. 두 사람은 각각 말이 없었다. 지는 노을은 먼 바다에 덮여 있고, 파랬던 하늘은 검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여인이 허리춤에 걸친 옷 안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카메라를 꺼내고 사진을 찍으려다가 필름 감는 소리를 내고, 남은 필름 숫자를 보는 것 같았다.
"1회용 카메라인데 36이어서 안나올 수도 있겠네요······."
하고 카메라를 건네며 내쪽에서 지금 수평선 밑으로 빨려가는 태양을 찍어달라고 손가락 끝으로 가리켰다. 나는 1회용 카메라를 써본적이 오래됐지만 해가 정말 빠르게 저물고 있어 파인더에 보이는 대로 우선 셔터를 누르고 다시 카메라를 건넸다. 핸드폰으로 다시 찍을까.
이윽고,
"그럼 전 이만 ."
하고 여인은 인사를 하고 일어섰다. 얼마쯤 지나 나도 일어나 가려고보니, 여인이 있던 자리는 내가 있던 곳을 지나지 않고는 갈 수가 없던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