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회계론

회계경영론

by 마리폴네르

먼저 내가 얘기하는 경영회계(회계경영)란 학문 학술적 용어가 아니라 보헤미론의 한 이론적 에세이로 사용하는 단어로 “현 기업이 갖고 있는 현실의 회계 수치를 기업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미래의 모습으로 끌고 가기 위한 회계에 대한 정의”라고 밝히고 시작한다.


현재를 기록하는 것이 재무회계라면, 경영회계는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현재를 해석하는 도구에 가깝다.

예를 들어

현재 기업에 있는 노동자의 회계적 가치가 일당 100,000원이라고 하자.

그런데 기업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미래를 반영해 분석해 보니

이상적인 구조에서는 같은 결과를 일당 90,000원의 원가로 만들어야 한다면,

그에 맞게 조직과 방향을 재설계하는 것이 바로 경영회계다.

그래서 경영회계는 무조건 유지관리비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오히려 구성원의 일당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고급 인력이라는 뜻이고,

그에 걸맞은 고부가가치 제품과 결과물을 만들 전략을 세우는 것도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어느 회사의 생산 단가가 얼마인데

외주를 주면 더 싸진다고 하자.

그러면 대부분은 당연히 외주를 준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왜 이런 현상이 생겼는지를 먼저 보는 것이다.

일반적인 생산 공정에서 외주의 역할은 대부분 전문 기술이다.

일반 회사는 그 부분을 반복적으로 수행하지 않기 때문에 경쟁력이 낮고,

외주 업체는 그 한 부분만을 전문적으로 다뤄 경쟁력이 높아진 구조다.


문제는 이 차이를 단순히 단가 경쟁력의 차이로만 해석하는 데 있다.

이것이 가장 흔하고, 가장 잘못된 회계 해석이다.


외주 업체와 외주를 주는 업체의 가장 큰 차이는

노동 단가에 있지 않다.

일의 발생 구조에 있다.

하나는 일을 주는 주체이고, 하나는 일을 받는 주체다.

외주를 주는 업체가 있기에 외주 업체가 존재한다.

일반적인 회사는 외주 오더를 만들어내며 사업을 영위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즉, 단가가 싸서 외주를 주는 것이 아니라

외주를 줌으로써 기업이 더 발전하고, 더 미래지향적으로 가기 때문에 외주를 주는 것이다.

결국 회사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 회계적 분석을 통한 원가 절감이나 자금 효율성은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현재의 회계 수치를 어떻게 미래 가치가 있는 이상적인 경영회계로 전환하느냐에 있다.

100원을 낮추기 위해 직원을 줄이는 회사가 있는 반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200원을 더 벌 전략을 세우는 회사도 있다.


회계는 경영의 기초를 분석하는 도구일 뿐이고,

그 회계를 통해 어떤 방향을 선택할지는 경영자의 전략이다.


기업에서 원가가 높고 고정비가 많다는 회계 수치는

“원가를 낮춰라, 고정비를 줄여라”라는 단순한 명령이 아니다.

그 수치는 이상적인 경영을 위해 이 불균형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전략을 세우라는 신호다.


한 가지 사례를 더 들어보자.


야근이 잦은 생산 라인에서 야근 수당이 많이 나가자

회사는 시간 단위 지급을 없애고 10분 단위로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회계상으로 보면 50분 일하면 50분만 지급하니

한 시간을 지급하던 것보다 싸 보이고,

1시간 40분 일한 경우도 두 시간을 지급하던 것보다 절감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야근 비용은 오히려 더 늘어났다.

이유는 간단했다.

한 시간 단위로 일하던 노동자들은 생각보다 그 안에 일을 끝내기 위해 꽤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10분 단위로 계산되기 시작하자

일의 시간을 여유 있게 잡기 시작했다.

두 시간에 끝내던 일은 두 시간 10분이 되었고,

한 시간에 끝내던 일은 한 시간 10분이 되었다.

수치는 맞았지만, 현장은 틀렸다.

이렇듯 회계 수치는 결과는 보여주지만

현장, 시장, 회사의 맥락을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회계적으로 마이너스인 회사라도 구성원들이

“이 회사는 망했다”고 생각하며 다니는 회사와

“조금만 버티면 큰 기회가 있다”고 믿고 다니는 회사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다.


재무제표를 보여주며 회사가 어려우니 급여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대표,


우리 회사는 급여 수준이 높은 만큼 고급화 전략을 가야 한다고 말하는 대표,


마이너스가 나는 사업이지만 반드시 성공시킬 수 있다며 수출 전략과 전 직원의 글로벌화를 이야기하는 대표.


모두 회사를 책임지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단순한 수치 중심의 회계 해석에 머무르면

회사는 방향을 잃고,

구성원은 희망 없이 회사를 다니게 된다.


아직도 많은 회사가 연말·연초 회계 분석 숫자와 비율에 목숨을 건다.

그리고 그 냉정한 판단 속에서 정작 사람 냄새나는 회계, 미래를 만드는 경영회계는 놓쳐버린다.

회계는 줄이기 위한 숫자가 아니라

가야 할 방향을 묻는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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