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총알같이 짧았다.
매년 여름, 목격했던 바람, 비의 울음소리와
추모하는 자들의 붉은 피가 섞여
장마철, 황갈색으로 불어난 동강이 감히 나불거린다
매년 겨울 단종제의 위로함도 만족을 하겠는가
부질없는 권력은 철없는 자들의 노리개여
피로 맹세한 포은의 영애조차 첩으로 삼은 한명회의 계략에
선왕에게 만세불변의 충의를 맹세하던 신숙주의 변절에
나도 부서졌다
영월... 청렴포, 어느 소나무가지에 걸친 노산군은 소쩍새를 찾는다
현세는 백일몽으로, 이승에선 후하리라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은 동강은
포근한 잠 속에서 영원히 푸르게 흐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