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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찬 Aug 09. 2024

비 오는 날 오산 휴게소

하얀, 회색, 검은 차들이 빨강, 노랑, 검정, 하얀, 초록, 보라 우산들을 잉태하고 있다

하트 무늬 우산이 하얀 장화를 재촉해 뒷걸음치며 뿌옇게 사라진다

파란 뾰족 우산은 웨하스 안, 커피 향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아이의 청량한 웃음소리는 구슬이 되어

우산 위로 통통 튀어 내 귀에 걸어 준다


산악회 사람들은 정상을 정복한 듯

의기양양하게 난간을 잡고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한복 입은 여자가 양복 입은 남자의 넥타이를 어루만진다

물방울인지 모르지만 그녀의 눈가에서 멈춘다


그 봄날의 오산 휴게소는

그렇게 기억하고

와이퍼로 지워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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