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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찬 Aug 09. 2024

퇴근하는 밤의 눈치


늦은 밤 자동차들은 퇴근하는 나를 위해 일제히 도로로 나왔다.

내가 넓은 고속도로를 혼자서 쓸쓸히 달리는 것이 안쓰러웠는지 바쁜 사람들조차도 일부러 차를 몰고 내 앞, 뒤, 옆에서 보디가드 행세를 한다. 

내가 눈치채지 않게 유리를 검게 선탠한 차량도 많다. 

비록 내가 현역으로 군대를 갔다 오지는 않았지만 그만한 눈치는 있다. 심지어 어떤 운전사는 잠옷 차림으로 연신 하품을 하며 운전을 하고 있다. 


나는 송도를 지나고 있는데 나를 위해 먼 부산에서 온 차량들도 눈에 띄었다. 

탑차들은 그 네모난 짐칸 안에 꽉 찬 선물들이 우리 집으로 향하고 있다. 

어떤 승용차들은 트렁크를 열면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이벤트를 해주듯이 형형색색의 풍선들이 선녀처럼 하늘로 올라간다. 

아울러 사랑해요! 힘내세요! 하는 플래카드도 같이 비상할 거다. 


그런 그들이 있어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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