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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찬 Aug 13. 2024

연필 깎는 아빠

아들이 집에 올 때마다 먼저 그의 가방에 눈이 간다.


오늘도 어김없이 가방을 열어 필통을 찾는다.


맨바닥에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고개를 푹 늘어 뜨려 손을 뻗었다.


축 늘어진 헝겊 촉감이 느껴진다.


흥분이 되어 필통을 열어 닳아 평평한 심들을 찾는다.


최근에 산 연필깎이 안으로 들어가 열심히 손잡이를 돌린다.


드르륵 드르륵 연필은 깎이지 않겠다고 울부짖음과


원심 칼날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기어코 서로 엉키어 


껍데기를 토해낸다.



연필을 깎을 때면 가슴이 뛴다.


내일도 연필을 깎는다.


내 마음을 다듬는다.


한 조각 한 조각 살을 얇게 도려내는 것은 내 앞뒤꿈치의 각질을 벗겨내는 마음처럼 청량감이 든다.


점점 작아져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면 효용과 성과 면에서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되어 버림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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