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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찬 Aug 21. 2024

두바이의 삶이 나에게 묻다 1화

아라비안 나날들

작열하는 태양을 피하기 위해 모두 숨어 버린 모양이다.


깨알 같은 모래알밖에 안 보이는 하얀 사막을 본 지도 벌써 세 시간이 넘었다. 오후 6시가 넘은 거 같은데 아직도 눈이 부시다. 여기는 선글라스를 끼지 않으면 심봉사이다.


직진만 벌써 두 시간이 넘었다. 이 차는 크루즈 기능도 없어서 핸들을 꽉 잡고 주위를 살펴야 한다. 신호등이나 사거리도 없다. 한국처럼 내비게이션이 정확하지가 않다. 두바이는 구글맵을 무료로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북한과 대치중이어서 보안상 위치 추적이 안되지만 이곳은 모든 사람들이 사용한다. 티맵이나 카카오 맵이 그립다.


중동은 건설 현장이 많아서 구글맵을 믿고 따라가면 나처럼 이렇게 트럭들만 다니는 트럭 로드를 전혀 예상치 않게 진입하게 된다.


두바이에서 아부다비로 고객을 만나기 위해 분명히 주소를 세 번이나 정확히 확인하였다. AL RAUD 37를 분명히 적어 구글맵에 입력하였으나 엉뚱한 곳으로 나를 안내해 주었다. 보통 고객들이 핀(Pin)을 찍어서 보내 주는 센스도 있지만 이번에는 찾기 쉬운 곳으로 생각하여 확인하지 않은 것에 대해 무척 후회하고 있다. 연료도 이젠 한 칸 밖에 남지 않았다. 유턴이나 좌회전, 우회전이 없이 직선 도로로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 이대로 가면 사우디아라비아 접경이 나온다는 표지판밖에 없다. SAUDI ARABIA 385 KM 가 적힌 녹색 안내판이 찰싹 내 차의 엉덩이를 때리며 속력을 더 내라고 재촉한다.


다행히 핸드폰은 차량용 충전기를 가져와 배터리가 100%를 유지하고 있다.


아직 회사 동료 직원에게는 전화를 하지 않았다. 고객에게는 길을 잃어 다시 내일로 약속을 잡았다. 회사한테도 연락을 해야 하지만 아직 길을 잃은 이 순간보다는 절실하지는 않았다. 아차! 연료가 다 떨어지면 난 어떡하지? 어디인지 모르는 이 사막 한가운데서 죽는 건 아닌지! 갑자기 확 겁이 났다.


날씨가 더운 한창 여름인 8월이므로, 에어컨을 최대한 켜서 상쾌하고 시원함이 이 차 안에 맴돌고 있다. 하지만, 한 칸 남은 연료를 절약하기 위해 에어컨을 끌 수밖에 없다. 5분도 채 안돼 차 안이 사골처럼 더워졌다. 내 귀를 스치고  육수 같은 뜨거운 국물들이 그네를 타다가 끝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더구나 내 사타구니도 축축해져서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의 말 타는 단원이 묘기를 부리듯이 다리를 벌리면서 운전을 한다. 더 이상 못 참아 1단만 켰지만 더운 건 마찬가지다. 에어컨 송풍구로 용광로 같은 내 머리를 최대한 올리고 나도 그쪽으로 머리를 갖다 대려고 온갖 힘을 다했다. 그러다 창문을 열었지만 갑작스러운 불청객 더운 바람이 내 숨을 조이면서 내 차에 무임승차를 하려고 해 망설임 없이 창문을 닫아 버렸다. 그러나 회사에 전화를 해야 마는지는 아직도 주저하고 있었다.



땅거미가 지는 듯 어두컴컴해지면서 두려움이 배가 됐다.


핸드폰이 내 생명줄인 양 콱 움켜쥐고 회사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단 지금까지의 일들을 차분히 설명하고 조금 있으면 유턴하는 길이 있을 거라고 순진하고 막연한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통화음을 듣는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끝내 음성 녹음으로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서 끊어 버렸다.


목은 아프고 물을 마신 지가 벌써 몇 시간째  되는 거 같다. 500 ml 플라스틱 생수병의 한 방울을 마시기 위해 몇 번을 흔들었는지 모른다. 배고픈 것은 문제가 아니다. 아니 배고프지 않아야 한다. 피곤하지만 작은 눈은 더 커지고 초집중 상태이다. 그래 사우디 접경까지 간다고 치자. 지금 218 KM가 남았다. 그러나 연료는 이제 한 칸에서 반의 반의반 정도밖에 남지가 않았다. 차가 기름이 없어 멈출 때의 경험이 있다. 핸들이 갑자기 흔들리다가 잠겨 버려 움직이지 않다가 그 자리에 서 버린다. 그래서, 마지막 차선이나 갓길 쪽으로 달리는 게 안전하다. 여긴 편도 1차선이어서 비포장된 갓길로 가야 하지만 경사가 깊어 보인다. 힐끔 쳐다보며 언제 설지 몰라 이 차의 연료 부족 시그널이 켜지나 계속 주시할 수밖에 없다.


"나는 살아야 한다."


살아서 한국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가족을 만나야 한다.

한국에서 떠날 결정을 하게 된 것은 영원한 화두였던 내 인생의 참다운 의미를 찾기 위해 결국 여기 먼 곳, 두바이까지 왔다.


각박하고 알맹이 없이 바쁘고 정신없는 한국의 생활을 접고 낯선 중동의 땅을 밟고 살아 보려고 왔다.

이 순간 생존의 의지가 강하게 불타오르며 삶에게 인생의 의미를 물어보지 말고 이제는 삶이 나에게 답을 하라고 말을 걸고 있다.


난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 나만의 유일하고 고유한 생존 이유가 생긴 것이다. 살아서 한국으로 돌아가 가족을 만나야 한다는 것.. 그것뿐이다.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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